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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깨달음의 노래, 해탈의 노래<144>-깨달음의 길

휴정, 숭인의 제자로 정식 입산 - 소설가 이재운

 

휴정은 여러 경을 탐독하였는데 아무리 읽어도 글자에만 얽매일 뿐 답답해지기만 하더니 어느 날 홀연히 문자 밖의 뜻을 얻고서 기쁨을 못 이겨 시를 지었다.

홀연히 들어오는 창 밖의 두견새 울음 / 눈에 가득 찬 봄 산이 모두 다 내 고향이네

그 후에도 또 경을 읽다가 저절로 우러나는 감격에 시 한 수를 지었다.

물 긷고 돌아오다 문득 돌아보니 / 무수한 푸른 산이 구름 속에 우뚝 솟아 있네

휴정은 마침내 이 시를 읊은 다음 날 새벽에 스스로 은도를 잡고 머리칼을 잘라버렸다.

“차라리 일생동안 어리석은 사람이 될지언정 맹세코 문자법사는 되지 않겠다.”

그 후 휴정은 숭인을 스승으로 모시고 정식 입산하였다.

휴정은 명산대찰을 유람하면서 수도를 하다가 그동안의 깨달음을 처음에 만났던 선사인 영관에게서 인가받았다.

휴정은 용성 역성촌에 사는 친구를 찾아가다가 우연히 ‘낮에 닭이 우는 소리’를 듣고 깊은 깨달음을 얻었다.

휴정은 곧 오도송을 읊었다.

머리털은 희어도 마음이 희지 않음은 / 고인이 일찍이 말한 바 /

이제 닭 우는 소리 듣고 / 대장부가 할 일을 다 마쳤네 / 홀연히 저희 집의 밑을 얻고 보니 / 모든 사물이 다만 이러할 뿐 / 천만금의 보고도 / 원래는 하나의 빈 종이일세.

이와함께 금강산에서 수도하던 중에 지은 오도송인 삼몽시가 있다.

주인이 손님에게 간밤의 꿈 얘기를 하자 / 손님도 주인에게 자기가 꾼 꿈을 얘기하네 / 이제 얘기하는 그들 / 역시 꿈 속의 두 사람

기록에 의하면 휴정이 영관에게서 인가를 받은 것은 ‘낮닭 우는 소리’를 듣기 이전이었다. 다른 선사들의 기록에서도 가끔 보이는 현상이지만 깨달음을 여러 번 했다는 것은 어딘가 오도 자체에 대한 불신을 갖게 한다.

그러나 휴정의 경우 인가라 함은 법맥을 전수받았다는 의미이다. 이를테면 장차 휴정의 법기가 오묘한 선의 이치를 깨달을 수 있으리라는 확신을 가지고 영관은 휴정에게 전법을 했을 것이다.

부처님의 깨달음이 제28대 조사인 달마 존자에게 전해져 달마 존자는 그의 법을 중국에 퍼뜨렸다. 그것이 석옥 청홍 선사를 통해 고려에 들어와 나옹-무학, 태고 보우-환암-구곡 각운-정심-벽송 지엄-부용 영관-청허 휴정에게 전해진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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