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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시론] 한글훼손 위험수위

거리·TV속 영어합성사례 빈번 일부 어른들 낯선단어 ‘소외’
무분별 ‘통신언어’ 사용 심각 책임감으로 국제화 시대 맞자

 

10월 9일은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다 알고 경축하는 한글날이다.

‘가스비 다이어트 S라인 콘덴싱’은 어느 보일러 회사 광고 문안이다. 가스 비용을 절감하는 보일러라는 뜻으로 비용이라는 ‘비’를 제외하고는 모두 영어이다.

‘매니아층(좋아하는 사람들), 톨비(고속도로 통행료), 송방(노래방), 몸개그, 스팀청소, 재테크 등은 영어와 한글의 합성어의 예이다. 아는 이들 끼리만 통하는 합성어나 이니셜 약자를 많이 사용하며 강의하는 강사가 실력 있고, 일상용어에도 토막 영어 몇 마디씩 섞어야 유식해 뵈는 시대가 됐다.

어느 도교육청에서 세계화, 다문화 시대를 맞이해 국제결혼 가정의 명칭을 국제결혼 대상이 아시아인에서 더욱 확대, 증가함에 따라 코시안(코리안+아시안)이라는 용어를 개선하겠다고 공모해 ‘온누리안(Onnurian)’으로 선정했다고 한다. 온 세상을 뜻하는 순 우리말 ‘온누리’와 ‘-ian’(사람을 뜻하는 어미)의 합성어이다. 그냥 ‘국제결혼가정’해도 충분할 것을 국적불명의 합성 잡탕말을 만들어 쓰려고 한 예이다.

지상파 방송의 경우는 어떠한가? 뉴스의 경우 뉴스네트워크, 뉴스라인, 뉴스타임, 뉴스투데이, 뉴스데스크, 뉴스퍼레이드 등을 시작으로 경제포커스, 투데이스포츠, 시사투나잇, 나이트라인, 세대 공감 올드&뉴, 로그인싱싱뉴스, ○○하이킥스페셜, 앙코르○○, 해피타임, ○○서프라이즈, 시네클럽 교양, 오락, 연속극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을 만큼의 프로그램이 온통 외래어 판이다.

식당에 가면 흔히 보이는 셀프-서비스(self-service), 인터넷에서 만나는 셀카-셀프카메라(self-camera)-라는 말이 있다. 영어에서 유래한 외래어라지만 ‘셀프’는 영어권에서 통용되지 않는 국적 불명의 영어, 즉 멋대로 줄여서 만들어낸 가짜 영어들이다. 젊은 층에서야 늘 쓰고 보는 말이라서 아주 익숙한 말일지 몰라도 일부 어른들에게는 아주 낯설기만 할 터이다.

 

그런 면에서 나이 많은 분들이 이런 말 때문에 크게 ‘홀대 받는다’거나 ‘소외 당한다’는 생각을 갖는 건 어쩌면 너무나 당연할지 모른다. ‘셀프’는 ‘손수 하기’로, ‘셀카’는 자기 자신을 사진으로 찍는 일이므로 ‘자가 촬영’이라고 쓰면 뜻도 쉽게 통하고 좋은데 왜 이런 말들을 함부로 쓰는지 참 모를 일이다.

아파트 이름의 경우는 더욱 심하다. 월드메르디앙, 불루밍, 텍스빌, 뜨리에체, 리버힐 등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너도 나도 기존의 아파트 이름도 모두 바꿨다. 뜰안채, 푸르지오, 래미안 등 우리말로 아름답게 지은 이름이라지만 언뜻 듣기에는 영어식 발음이다.

 

신도시가 처음 만들어질 때 지어진 꿈 마을, 효자 촌, 샘 마을 등 보다 무엇이 어떻게 좋다는 말인가? 아파트 값이 올라간다던가? 시어머니가 헷갈려 찾아오지 못하게 한다는 것이라던가?

거리에 나가보자 온 통 영어식 간판이다. 한글을 배우려면 영어부터 배우라는 농담은 더이상 농담이 아닌 진담이 돼야만 할 지경에 이르렀다.

우리말 어법이나 맞춤법이 무시된 막무가내 식으로 사용되고 있는 이른바 ‘통신 언어’ 또는 ‘인터넷 언어’이라는 미명으로 한글이 훼손된 사례에서는 할 말을 잊는다. 넘하다- 너무하다, 샘-선생님, 어솨요-어서 오세요, 방가-반갑다, 추카-축하합니다, 안냐세요-안녕하세요, 글구-그리고 따위는 모두 우리말 어법이나 맞춤법에 어긋나 바르지 않은 말들이다.

그런가하면 여기에 한 걸음 더 나아가 우리말의 일부를 그와 소리가 같거나 유사한 아라비아 숫자·로마자(영어 알파벳)로 바꿔 한글과 섞어 쓰기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20000(이만), 10002(많이), 8282(빨리빨리), 79(친구), 4040(사랑사랑), 9럼(그럼), 쪽8리다(쪽팔리다), 하2(하이), d지다(디지다): 사랑한Day(사랑한데이←사랑한다)

이러한 말들을 컴퓨터 통신이나 인터넷에서 아무렇지 않게 자주 쓰다 보면 습관이 될 이며. 다른 사람과 말을 주고받을 때나 자신의 생각을 글을 쓸 때에도 나도 모르게 이러한 말들을 쓰게 될 것이다. 국제화와 우리의 국력 신장에 따라 한국어를 배우고자하는 외국인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실정에서 그들은 한글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한글의 본질을 흐리게 하고 더나가 한글을 파괴하는 일을 이제는 그만둬야 한다.

내 것을 완벽하게 지킬 때 남의 것도 여유롭게 살필 수 있는 아량이 생기며, 우리 것을 소중히 여기고 가꿔갈 때 글로벌 시대에 함께하는 세계인이 될 것은 너무도 자명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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