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8.01 (목)

  • 구름조금동두천 27.3℃
  • 맑음강릉 32.5℃
  • 구름조금서울 29.2℃
  • 맑음대전 29.1℃
  • 맑음대구 30.5℃
  • 맑음울산 29.2℃
  • 맑음광주 29.2℃
  • 구름조금부산 28.6℃
  • 맑음고창 28.2℃
  • 맑음제주 29.7℃
  • 맑음강화 26.8℃
  • 맑음보은 26.5℃
  • 맑음금산 27.2℃
  • 맑음강진군 27.9℃
  • 맑음경주시 29.7℃
  • 맑음거제 28.0℃
기상청 제공

[소설] 깨달음의 노래, 해탈의 노래<157>-깨달음의 길

예의범절을 전혀 모르는 혜봉 - 소설가 이재운

 

혜봉의 가문은 유교를 신봉하는 집안이라서 예절과 법도가 매우 엄격했다. 그런 가문에 태어난 혜봉이었지만 어찌나 영특하고 천진스러웠던지 첫 아들을 본 그의 아버지는 깊은 생각 끝에 혜봉에게만은 형식적인 예의범절을 가르치지 않기로 했다.

그래서 손님이나 집안 어른들이 혜봉을 대할 때는 깜짝깜짝 놀라기가 일쑤였다. 왜냐하면 혜봉은 아무리 연로한 어른이 찾아와도 방바닥을 뒹굴며 재롱을 부렸고 조금이라도 말을 걸어오면 아이들끼리 하는 말대로 적당히 욕을 섞은 반말로 대답을 했기 때문이다.

“어디서 왔어?”

“내가 알게 뭐야?”

“수염도 나다 말았구나!”

대개가 이 정도였다. 혜봉은 언어에 담아 전하는 예의와 범절을 전혀 알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먼 데서 찾아온 손님 하나가 혜봉의 짓을 영 못마땅하게 여겼다. 인근에는 소문이 나서 으레 그러려니 하거나 그렇게 내버려 두고자 하는 혜봉의 아버지의 뜻을 이해하고 오히려 천진스런 그를 귀엽게 봐주던 터였지만 아무 것도 모르는 이 선비에게는 무례한 놈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이 선비가 하인의 안내를 받고 사랑방으로 들어갔다. 마침 혜봉의 아버지는 외출 중이라 집에 없었고 사랑방은 한창 혜봉의 놀이터가 되고 있었다.

선비가 자리에 앉을 때까지도 혜봉은 누워 뒹굴면서 무얼 먹고 있었다.

“얘야! 손님이 오시면 일어나 인사를 해야지.”

“네가 뭔데 나보고 인사를 하라고 하는 거냐?”

“뭐라고 이놈이!”

“너 왜 화를 내는 거니?”

혜봉은 자기에게 화를 내는 것은 이 선비가 처음이었기에 무슨 이유로 선비가 분노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임마, 그러면 나 무서워.”

그 선비는 기가 막혔던지 한동안 말이 없다가 이윽고 혜봉을 붙들어 앉혔다.

“너는 예의도 못 배웠느냐?”

“예의가 뭔데?”

“허, 이놈 봐라. 그래 이 나이가 되도록 예의도 모른단 말이냐?”

“네가 좀 알려줘!”

“너, 네 또래 아이들이 하는 걸 못 봤느냐? 어른들한테는 공손히 인사하고 말을 할 때도 높여서 하는 걸 말야.”

“봤어. 그래도 난 그렇게 안 해. 우리 아버지가 그렇게 하지 말고 나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했어.”

선비는 인사법에서부터 예의범절을 하나하나 혜봉에게 가르쳤다.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