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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지식한 남성 지배 사회 비판

3기니

버지니아 울프 지음|태혜숙 옮김|이후|424쪽|2만3천원.

박인환 시인의 ‘목마와 숙녀’ 덕분에 우리가 알고 있는 버지니아 울프는 부드러운 에세이스트의 얼굴을 하고 있다.

당대 최고의 지성들과 교류했던 사상가이자 소설가인 울프는 기대와 달리 여성 참정권 운동에 참여한 인물이다. 또 페미니즘의 아이콘으로 알려졌다고 하니 이 책은 우리에게 다소 낯설 수도 있다.

총 3부로 구성된 이 책은 남자 변호사가 전쟁을 막기 위한 기부금을 내 달라고 울프에게 보낸 편지의 답장 형식을 띠고 있으나 각각 독립적인 주제를 가지고 있다.

울프는 자신이 가진 3기니 가운데 단 1기니만 편지를 보낸 ‘남성’에게 보낼 수 있다고 말하면서 나머지 2기니를 어디에 기부할 것인지 세세하게 밝히고 있다.

이 책에 들어 있는 다섯 장의 사진은 각각 당대 사회를 지배했던 계층을 대변하고 있다.

군인과 법관, 성직자들의 사진을 게재하면서 남성이 지배하는 사회에 대한 시각적 비판을 시도한다.

특히 이 책을 처음 출판한 영국이나 높은 판매고를 올렸던 미국에서 조차 수십 년 동안 사진이 없는 ‘3기니’가 유통되고 있던 터라 한국의 독자들이 온전한 형태로 이 책을 만나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울프 연구자인 제인 마커스는 “사진 없는 ‘3기니’를 읽었다면 그것은 ‘절름발이 3기니’를 읽은 셈”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유독 주석이 많이 담긴 이 책은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제인 마커스의 친절하고 상세한 주석과 더불어 울프 자신이 남긴 주석 또한 상당 분량을 차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쉽게 읽기엔 어려움이 있다.

울프가 주석을 쓰는 데 상당히 고심한 것은 고답적이고 폐쇄적인 글쓰기로 대중을, 특히 여성을 소외시킬 수밖에 없었던 당시 지식인들에 대한 역설적인 저항으로 비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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