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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도피생활… 홍상수 감독 ‘밤과 낮’

한 남자의 파리 다이어리, 은밀한 이중생활 심리 묘사
‘우리내 고민 어두운 내면 표현’ 홍감독式 마니아 관심

 

홍상수 감독의 여덟 번째 영화 ‘밤과 낮’.

왜 ‘파리’(Paris)일까?

대마초의 향을 쫓아 환영을 쫓던

국선 입선화가 ‘김성남’은

‘파리’로 도피한다.

그게 시작. 시작점이 바로 도피와 파리다.

그리고 긴 기다림과 어김없이 나타나는

그녀가 있다.

홍상수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 세 가지의 주제를 담아냈다.

방황하는 한 남자와 여자, 그리고 그들의 시간적인 교차와 기다림이다.

영화는 성남이 파리에서 머물다가 서울로 돌아오기까지의 두달간의 과정을 ‘일상’처럼 따라갔다.

일상의 중심은 ‘그’(김성남)다.

홍 감독은 전작에서도 서성거리는 이들의 모습을 담아왔다.

그러나 방황은 있지만 남들 보기에 ‘아름다운 파리의 밤’은 존재하지 않는다.

어딘가 부족한 그들의 얘기 속에선 언제나 다른 아름다움, 인간적인 고통과 치열한 삶을 겪은 사람들만이 공감할 수 있다.

항상 궁금하다. 역겹지는 않지만 그래도 그들을 사랑하게 되는 이유를.

이 때문에 홍상수의 영화를 사랑하는지도 모른다. 남몰래 숨어서 고민하는 우리들의 작고 어두운 내면을 들춰주기 때문일지도.

영화에서 ‘파리’는 특별한 공간이 아니었다.

성남에게 파리는 언젠가 꼭 한 번은 찾아오고 싶었던 예술과 낭만의 도시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홍 감독은 활기와 자유가 넘치는 낭만적인 파리의 특성을 드러내지 않는다.

거리를 배회하거나 공원에서 소일하는 것 외엔 딱히 할 일도 없고, 혼자 두고 온 아내에 대한 애정과 염려는 지갑처럼 그를 따라다닌다.

그러나 유부남인 그가 새 출발을 다짐하지만 달라지는 건 없다.

어느날 민박집 아저씨에게 소개 받은 유학생 현주와 함께 한인 화가들과 만남도 갖고, 식당에서의 소일 거리도 찾아 다니며 낯선 도시에 적응하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불안한 미래에 대한 걱정을 품고 파리에서 적당히 잘난 척하는 유학생 ‘유정’을 만나 사랑에 빠진다.

영화 속에서 성남은 서울에 있는 아내와 통화하는 장면에서만 ‘밤’을 느낄뿐이다. 파리와 서울의 시차는 8시간의 차이가 있다.

관객들은 그의 전화통화를 통해 ‘서울’이라는 공간을 기억할 뿐이다.

이렇듯, 밤은 아내와의 은밀한 대화를 할 수 있는 시간의 연속이지만 공간적 동질감과 대마초의 환상성은 여전한다.

밤과 낮은 ‘꿈’을 통해 욕망을 간접적으로 나마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젊은 미술학도 ‘유정’과의 아슬아슬한 만남은 독특하다. 그녀와의 연애는 달콤하다.

그러던 어느날 서울의 아내로부터 듣게 되는 임식 소식. 그리고 감춰져 있던 유정의 비밀을 알게 되는 그.

‘서울의 밤’과 ‘파리의 낮’을 잇는 김성남씨의 이중 생활은 과연 어떻게 끝이 나게 될까.

‘밤과 낮’은 날마다 변하는 주인공 김성남씨의 내면 심리 상태를 쉴 새 없는 내레이션과 일기 같은 화면 구성을 통해 보여주는 한편의 독백 영화다.

독일 베를린 영화제에서 수상의 영광을 안지 못했지만 국내 관객과 마니아들의 영화관행을 기대해본다.

한국 영화계는 침체 아닌 침체를 겪고 있는 가운데 독특한(?) 소재를 찾아 일본 만화책 등을 들춰보고 있다.

이런 아쉬움과 함께 한국영화 발전의 힘이라는 인식이 관람객들 사이에 퍼지고, 이 영화의 국내 상영이 길어지길 기대해보게 하는 대목이다. 2월28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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