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여름철은 아직 멀었지만 기온은 벌써 30도를 육박하고 있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30도를 넘나드는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면 높은 불쾌지수와 함께 온 몸을 뒤덮는 땀으로 쉬 지치기 마련이다.
마방 54개조가 밀집해있는 서울경마공원 마사에 입사한 1천420여 마리의 경주마들도 마찬가지로 어느 말이 여름나기를 잘하느냐 여부가 성적과 직결된다.
마리 당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을 호가하는 귀한 몸이다 보니 사람보다 더 극진한 대접을 받으며 여름을 보내고 있다.
경주마들의 여름 사냥 백태 속으로 들어가 보자.
경주마는 수영장에서 더위와 훈련의 이중효과를 노리는 장소로 애용된다. 일명 수영조교로 뭉친 근육을 풀거나 운동기 질환을 치유하고 심폐기능도 강화한다.
수심 3m가 넘는 수영장을 한 바퀴 돌면 1천400m의 경주로를 전력으로 질주하는 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경주마도 이열치열한다고 하면 웃을지 몰라도 이동식 원적외선 치료기로 찜질을 받는다.
혈액순환 및 신진대사 촉진, 근육 이완, 피부염 등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찜질을 받는 경주마는 두 눈을 감고, 즐거운 울음을 울어 무릉도원이 따로 없다고 한다.
반대로 얼음찜질을 하는 경우도 있다.
경주마는 500kg을 넘나드는 체중에도 불구하고 매우 가느다란 발목을 가졌다.
중요한 부위나 여름철 경주나 훈련을 마친 뒤 다리는 다른 계절보다 열이 더 발생해 다리에 얼음을 가득 넣은 팩을 감아준다.
근육경련을 예방하고 체온도 낮추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둔다.
과거엔 다리에 소주를 뿌렸다고 전하나 지금은 주류 반입이 철저히 금지돼있다.
무더위 못지않게 경주마를 괴롭히는 것은 모기와 파리다.
이들 불청객들은 경주마의 엉덩이에 착 달라붙어 극성을 부리기 일쑤로 이를 쫒느라 밤잠을 설치고, 심지어는 스트레스를 받아 몸무게까지 줄곤 한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전자파 전등과 방역용 소독기까지 설치해 모기 퇴치에 전력을 다한다. 원활한 통풍을 위해선 마방 천장에 지름 3m에 달하는 대형 선풍기를 설치, 더운 공기가 마사 내 머무를 틈을 주지 않는다.
장마철 쉽게 눅눅해지기 쉬운 마방의 환경을 위해 평소보다 자주 깔 짚을 갈아주는 것도 경주마 여름나기의 하나다.
이쯤 되면 사람도 부러워할 법한 피서법이라 아니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