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가 어려워질때면 개성상인을 떠올리는 기업인들이 많다. 개성상인은 온갖 어려움에서도 스스로의 힘으로 시장을 개척해왔기 때문이다. 일제시대에도 개성상인 만큼은 재력에 휘둘리지 않고 자존심으로 ‘상도’를 지켜냈다. 특히 개성상인들은 무리한 투기를 일삼지 않았다. 떼돈을 벌겠다는 욕심을 자제하고 자신의 기술 수준과 향후 계획에 맞춰 윤리의식을 강조하는 철학이다.
수원시에 ‘신 개성상인’이 등장했다. (주)지에프씨 강희철(41) 대표이사다. 강 대표는 “기업인은 윤리의식과 상도덕을 깨우쳐야 한다. 내 이윤을 줄이고 상대방의 이윤을 높여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향후 큰 이득으로 돌아오는 상도다. 큰 욕심을 버릴때 비로소 이루어질 수 있다. 재물은 평등하기가 물과 같기 때문이다”고 말한다. 창업 6년을 맞이한 (주)지에프씨의 경영철학이 빛나는 이유다. 강희철 대표를 수원 영통구 디지털엠파이어 빌딩에서 만났다.
◆ 지난해 매출 10억원, 올 100% 신장 예상 = ㈜지에프씨는 2002년 6월 화장품 연구원 출신의 전문 연구 인력을 주축으로 설립됐다.
첫 상호는 (주)리컴 쇼핑이다. Nano Tech와 Bio Tech을 접목한 기술을 바탕으로 기능성 미백화장품 원료인 알파 알부틴의 유기합성 및 효소합성법을 개발했다. 또 재조합 인간유래 조직인자(rh TF) 대량 생산법을 개발하고 천연소재인 해태를 가공·추출해 하이드로 젤 원료로 사용되는 가교형 Polymer 개발 및 모발 보호 제품들을 출시했다.
이후 2003년 6월 상호를 (주)지에프씨로 변경했다.
이 과정에서 스위스의 Medilabor사와 INTRA cosmed AG사와의 기술제휴를 통해, 친환경적이면서도 천연유래의 원료와 가공법 등을 꾸준히 연구 개발, 지난 2007년 10억원 정도의 매출 올렸다. 또 올해는 이 기술을 통해 100% 정도의 매출 성장을 예상하고 있다.
특히 2006년 벤처기업 인증, 2007년 이노비즈기업 인증, 올해 경영혁신형기업 인증 등으로 그 기술력과 경영 능력을 객관적으로도 인정받고 있다.
◆ 집 팔아 부채 탕감, 자동차 팔아 직원 급여 = 하지만 창업이 쉽지만은 않았다.
강희철 대표는 “쉽게 말해서 재산이 ‘0’인 시점이 있었다. 집을 팔아 부채를 탕감해야했고 자동차를 팔아 직원들의 급여를 해결했다. 길바닥에 주저앉은 것과 다름없었다”고 말했다.
자녀가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직전인 2005년, 창업 3년만이다.
강 대표는 1995년 몽드셀렉션 세계화장품 경진대회(프랑스)에서 금상을 수상했다.
그만큼 제품에 자신이 있었다. 이같은 자신감은 완성된 화장품 판매로 이어졌다.
하지만 화장품 제품개발 이후 홈쇼핑을 통해 제품을 홍보했지만 판매 실적은 좋지 않았다.
강 대표는 “창업 3년만에 길바닥에 주저앉았다. 이후 3년만에 다시 사무실을 마련했고, 직원들과 함께 키워나가고 있다”면서도 “당시에는 친척들이 ‘사업가가 전셋집마저 잃어버리면 다시 일어설 수 없다’며 도와준 전세자금이지만 평생을 두고 갚아야 할 인생의 빚이됐다. 항상 고맙다”고 말했다.
◆ 창업의 조건은 젊음과 신의에서 시작한다 = 강희철 대표는 창업의 조건으로 젊음과 사람에서 해답을 찾았다.
강 대표는 “창업은 젊을 때 도전해야 한다”고 말한다. 젊음은 패기와 열정이 있다. 패기와 열정은 실패의 두려움도 감내할 수 있는 용기가 된다.
강 대표는 “창업 3년만에 좌절을 겪어야만 했다. 아찔한 생각뿐이다. 30대 중반. 젊음이 있었기에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2005년 2월 영통동의 한 빌딩 주인의 배려로 무보증·30만원 월세 조건으로 13㎡남짓한 공간에 입주, 희망을 꽃피웠다”고 말했다.
이와함께 창업의 조건으로 사람관계를 꼽았다.
기업인은 이윤을 추구하기 때문에 사람관계에 이권이 개입하기 쉽상이다.
이권이 개입한다면 사람을 만날 때마다 사업계약과 같은 조건을 찾아야만 한다.
이로인해 자신의 욕심에 다라 사람을 사귀는 이상한 상황이 연출되곤 한다.
이를 피하기 위해 강의철 대표는 2005년부터 경기기술혁신협의회 회원사로 가입, 활동하고 있다. 이권이 개입되지 않은 봉사단체에서 활동해야 진정한 사람을 만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강희철 대표는 “경신협에서 많은 사람을 만났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준 사람들이 그곳에 있었다. 사람이 희망이 되는 것은 이권없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강 대표는 2005년부터 경기도기술혁신협의회 총무이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회원사들로부터 교류촉진 공로를 인정받고 있다.
◆ 가수 김장훈과 같은 사람이 많은 사회를 희망한다 = 강 대표는 ‘시인’이 되고 싶었다. 우리나라의 역사를 제대로 분석하고 이를 간결하고도 날카롭게 지적하는 시인이다.
하지만 시인이라는 직업은 젊은 강 대표에게 사치와 같았다.
강 대표는 “시인이 되고 싶었지만 먹고 살아야 할 길을 찾아야만 했다. 아버지 홀로 6남매를 키운 상황이 어려움을 대변한다. 그래서 시인을 포기하고 생업전선에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이후 강 대표만의 성공의미를 찾았다.
강 대표가 말하는 성공은 자신의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할 수 있는 김밥할머니나 역사상 위대한 영웅으로 남은 이순신 장군 등이다.
김밥할머니의 경우 자신의 인생 목표가 재력이 아님을 강조했고 이순신 장군은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릴 수 있는 용기를 보여줬다.
강희철 대표는 “언론을 통해 알려진 전재산을 환원한 김밥할머니가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또 이순신 장군의 청렴한 기백은 지금도 배워야할 자화상이다. 또 가수 김장훈의 경우 얼마전 미국언론 타임즈에 자비로 ‘독도는 우리땅’이라는 광고를 냈다. 이어 가수 김장훈은 ‘나는 애국자가 아니다. 단지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사람이다’고 말했다. 우리가 배워야 할 성공의 의미다”고 말했다.
이어 “베이징에서 올림픽이 열린다. 이곳에서 얻은 금메달은 결코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다. 기업들은 이윤을 추구하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것이 있다는 사실도 알아야만 한다. 사회가 강조하는 성공이 아닌 더불어 삶을 강조하는 성공의미가 가득한 사회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 기업경영 ‘더불어 삶’ = 강희철 대표는 창업이유를 “잘먹고 잘살려고 하는 것 아니겠어요”라며 아주 담담히 말했다.
스스로가 창업 이유에 미사여구 사용자체를 이해할 수 없다는 이유다.
이같은 강 대표의 철학은 기업경영에도 고스란히 뭍어난다.
이번 주 직원 5명은 모두 휴가를 떠났다.
결원의 부담이 있을경우 마음이 불편하면 휴가가 휴가답지 못하게 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또 외부에서 자기계발에 도움이 되는 교육이 있을 경우 자유롭게 공부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
직원들이 평생 한 직장에 머물지 않음을 강 대표 스스로가 인정한 결과다.
강 대표 역시 경희대학교 화학과를 졸업한 이후 직장을 3번 이직했다.
(주)남양알로에, (주)동양화장품, (주)인터코텍 등이다.
강 대표는 “자기계발을 위해 이직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하지만 CEO로서 도와줄 수는 있다. 사람관계가 중요한 것은 잘먹고 잘사는 것과 함께 모두가 사회라는 테두리안에 있음을 알아야 한다. 기회는 누구나 가질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 매출의 20%이상을 연구개발에 투자 = (주)지에프씨 로고는 독특하다.
영어 알파벳 G와 F, C를 이용해 꽃을 만들었고 씨앗이 퍼져나가는 모양으로 제작됐다.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 세상에 널리 퍼트린다는 의미다.
중소기업의 생존방식이 기술개발에 있기 때문이다.
기술개발이 없다면 중소기업의 뿌리가 사라지는 것과 같다.
강 대표는 “6명 직원 중 5명이 연구원이다. 나 역시 연구원이다. 명함에도 연구소장을 강조하기 위해 대표이사 바로 옆에 문구를 새겨넣었다.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거나 수입에 의존하는 제품을 국내에서 만들어낼 수 있다면 우리나라 경제를 일으켜세울 원동력이 된다”고 설명했다.
강 대표는 이같은 기술개발을 위해 매출의 20% 이상을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강 대표는 “(주)지에프씨는 지속적인 R&D 분야의 투자를 통해 기업의 미래 가치를 달성할 수 있다는 신념으로 해마다 매출의 20% 이상을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국립한경대학교와의 산학협력을 통한 공동 연구도 계속해서 발전시켜 나갈 예정이다”고 말했다.
특히 Nano-Bio Tech를 바탕으로 최근 출시한 신개념의 모발보호제인 DR-175는 국내 샴푸시장 1위 업체인 댕기머리에서 핵심 원료로 사용하고 있다.
실리콘 유래의 모발 보호제인 Powercone 70, Gsilk 550EX 등은 헤어 케어 전문기업인 서울화장품, 모나리자, 네슈라 등에서 제품 원료로 사용중이다.
강 대표는 “지난 2006년부터는 새로운 사업모델(Business Model) 개발에 착수했다. 올해는 중소기업 기술혁신 서비스 연구개발 사업에 선정됐고 신규 Project가 완성되는 2010년에는 1천% 이상의 매출 성장을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새로운 Business Model은 21세기 화장품 시장에 있어서 새로운 돌풍이 될 수 있다는 평가위원들의 진단을 받고 있다. 이에 발맞춰 한약을 이용한 한방화장품 개발도 추진중이다”고 덧붙였다.
강 대표는 마지막으로 “개성상인들은 생활을 검소하게 했다. 평상시 밥상의 찬은 세 가지를 넘지 않았다. 개성상인들의 소박한 삶과 미덕, 그리고 현 시대에 맞는 ‘더불어 삶’을 돌아볼때다”며 “기업경영의 원칙도 이와 같다. 수익을 극대화하기위한 노력도 필요하지만 욕심에 의한 성공보다는 윤리의식과 상업철학이 존경받는 사회를 희망하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