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40명의 소중한 생명을 앗아간 이천 냉동창고 화재 참사의 악몽이 가시기도 전에 냉동창고 시공사인 ㈜코리아2000이 유족들에게 보상금이 과다 지급됐다며 지급반환의 통지도 없이 유족의 집을 가압류해 물의를 빚고 있다.
특히 코리아2000은 회사 대표인 공모(47·여) 씨가 보석으로 풀려난 직후 이같은 조치를 취한 것으로 알려져 코리아2000이 형량을 낮추기 위해 일찌감치 보상 협상을 한 뒤 뒤늦게 되찾으려는 것 아니냐는 비난이 일고 있다.
6일 유족 문모(38·여) 씨에 따르면 코리아2000은 공 씨가 구속기소됐다가 보석으로 풀려난 지 이틀만인 3월20일 보상금 1억7천여만원이 잘못 산정돼 2천194만원을 돌려 받아야 한다며 서울시 서대문구 문 씨의 집을 가압류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코리아2000은 문 씨에게 가압류 사실을 알리지 않았으며 문 씨는 월세 계약 문제로 최근 부동산사무실을 찾았다가 부동산등기부를 열람한 뒤에야 이 사실을 확인했다.
문 씨는 “원래 회사 측과 협의한 보상금이 1억8천여만원인데 49제 때 회사 측이 보상금이 과다 책정돼 2천200여만원을 돌려받아야 한다고 해 그때까지 받지 못한 보상금을 빼고 700여만원만 돌려주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며 “하지만 회사 측은 이후 아무런 말도 없이 집을 가압류하고 이같은 사실에 대해서도 통보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문 씨는 이어 “회사측이 가압류와 관련해 전화를 했었다고 주장하기에 통화한 직원이 누구냐, 바꿔달라고 요청하자 퇴사했다는 말로 일축했다”고 밝혔다.
문 씨는 또 “회사측이 가압류와 관련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며 “유족들과 일찌감치 보상 협상을 마친 뒤 공 씨가 풀려나자 유족의 재산을 가압류한 것은 공 씨의 형사처벌 수위를 낮추려는 술책이 아니겠냐”고 따져 물었다.
이와 관련, 코리아2000 측은 “보상금을 산정하는 과정에서 착오가 있어 보상금이 초과 지급됐고 초과 지급된 돈을 찾기 위해 가압류한 것”이라는 말로 일축했다. 한편 코리아2000의 대표인 공 씨는 지난 3월6일 업무상과실치사상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됐으나 12일 만에 보석으로 풀려난 뒤 지난달 22일 1심 재판에서 벌금 2천만원을 선고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공 씨가 피해자 유족들과 원만히 합의했고, 피해자 유족들이 처벌을 원치 않는 점, 피고인이 범죄전력이 없고 잘못을 반성하고 있는 점 등을 참작해 벌금형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서인범·서정화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