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가 도내 주요 현안에 대해 국회의 협조를 구하기 위해 30일 ‘경기도·국회 국토해양위원회 정책간담회’를 마련했지만, 도 관계자들의 ‘의전’ 미숙으로 인해 “국정감사가 끝난 뒤 다시 보자”는 말만 들어야 했다.

이날 간담회는 시작부터 삐걱댔다. 경기도가 간담회를 추진하면서 이병석 국토해양위원회 위원장에게 보고하지 않은 것을 놓고, 이 위원장이 “국회 상임위 전체가 움직이는 것은 절차가 있어야 한다”며 ‘의전’상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선 것.

감정이 격앙된 이 위원장은 “무슨 계모임도 아니고…”라며 도의 관계자들을 거듭 질타했고, 이에 김 지사는 “죄송하다”는 말밖에 하지 못했다.

험한 분위기는 이인제 의원의 “넓은 마음으로 (이 위원장이)이해해 달라”는 중재로 일단락되는 듯 했지만, 이 위원장은 경기도의 ‘주요현안 정책건의’ 내용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며 질타성 발언을 쏟아냈다.

경기도 관계자가 경기북부 지역의 열악한 도로사정에 대해 설명하고 국비지원을 요청한 것과 관련, 이 위원장은 “경기도에만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면서 “김대중-노무현 정부 기간 동안 SOC사업에 재원이 투자되지 못한 것이 근본적인 원인이다. SOC가 정말 답답할 정도로 부족하다. 경기도도 마찬가지고 더한 곳도 많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각 의원들이 발언을 할 때 마다 재연됐다.

민주당 박기춘 의원(남양주 을)은 “(경기북부 지역의 인프라 부족 문제는)경기북도를 신설하면 해결 된다”고 말했고, 한나라당 정희수 의원(경북 영천)은 “(규제완화만을 외칠 것이 아니라)경기도에서도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경기도에서 어느 지역을 전략적으로 발전시킬지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정복 의원(김포)도 김 지사에 뼈 있는 말을 던졌다. 유 의원은 수도권 규제완화 문제에 대해 ‘공감’을 표시하면서도 “고생한 만큼 결과 얻으려면 주도면밀한 점이 필요하다”면서 ▲규제완화 문제를 종합적으로 다루는 TF팀 부재 ▲수도권 행정협의체간 소통부재 등의 문제에 대해 김 지사가 직접 고민해 줄 것을 주문했다.

백성운 의원(고양 일산 동구)은 ‘학교용지분담금’ 문제 해결을 위해 도가 정부에 예산 지원을 요청한 것에 대해 ‘접근법’이 틀렸다는 지적을 제기했다. 백 의원은 “정부뿐만 아니라 도와 시·군·구, 그리고 건설업자가 모두 학교용지 부담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며 “중앙정부가 학교용지 분담금 지원을 거절하면 대책이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민주당 조정식 의원(시흥 을)과 한나라당 장광근 의원 등 몇몇 의원들이 김 지사를 옹호했지만, 이 위원장의 “국감 앞두고 이런 자리를 만드는 것은 적절치 않다. 예산을 심의할 때 경기도 SOC 관련 구체적 수치를 들고 와서 다시 간담회를 개최하라”는 말에 묻혀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