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7.18 (목)

  • 흐림동두천 24.4℃
  • 흐림강릉 25.6℃
  • 흐림서울 24.5℃
  • 대전 25.7℃
  • 흐림대구 29.7℃
  • 흐림울산 28.2℃
  • 흐림광주 27.5℃
  • 흐림부산 26.4℃
  • 흐림고창 27.6℃
  • 구름많음제주 32.4℃
  • 흐림강화 24.9℃
  • 흐림보은 26.1℃
  • 흐림금산 27.1℃
  • 구름많음강진군 29.2℃
  • 흐림경주시 28.9℃
  • 흐림거제 26.5℃
기상청 제공

시·군 폐지 중앙정치권 위한 미끼일 뿐

경기신문 주최 지방행정체제 개편 좌담회
이기우 교수-숨은 잠재적 정치경쟁자 무력화 시키려는 의도
임승빈 교수-중복업무 축소 명목 지자체 선거구 활용 속셈

 


1994년 내무부에서 제기된 도 폐지를 골자로 하는 지방행정체제 개편안이 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민주당이 지난 8월28일 도 폐지, 자치계층 1계층화, 통합광역시 70개 전후로 지방행정체제 개편안을 제시한 데 이어 정부도 10월21일 지방행정체제 개편을 이명박 정부의 100대 과제에 포함시켜 추진하기로 했다.

여기에 한나라당 권경석 의원은 도지사 임명제, 도의 국가기관화 등의 내용을 주축으로 하는 ‘지방행정체제 개편에 관한 특별법’을 발의하며 논의에 불을 지폈다.

이에 본지는 현재 논의되고 있는 지방행정체제 개편안이 과연 바람직한지를 짚어보고 그 의미와 방향을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편집자 주

좌담회 참석자 명단

◆ 일시 : 12월16일 오전 9시

◆ 사회 : 김진호 경기신문 정치부국장

◆ 토론자 : 최원호 경기도 자치행정과장

이기우 인하대학교 법과대학 교수

임승빈 명지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이대수 경기시민사회포럼 상임운영위원장

김진호 경기신문 정치부국장(이하 김진호) =현재 진행되고 있는 지방행정체제 개편 논의는 국민 중심이 아닌 정치권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 같은 논의 방향이 바람직한지, 앞으로 지방행정체제 개편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해 논의할 때가 된 듯하다.

이기우 인하대학교 법과대학 교수(이하 이기우) =정치권에서 지역공동체와 관련된 지방행정체제 개편을 토목공사 하듯이 재단하려 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치권에서 나온 기본 골격은 자치단체로서의 도를 폐지하고 시·군을 50~70개로 통합, 계층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정치권에서 원하는 바는 도를 60~70개로 쪼개서 중앙정부의 영향을 기존의 군사정권 때처럼 바꾸겠다는 의도다.

이들의 숨은 의도는 잠재적인 정치 경쟁자를 어떻게 물리치느냐다. 경기도지사, 서울시장이 대권후보로 나오는 상황에 시·군을 폐지해서 임명제로 가려는 것은 장래의 궁극적인 경쟁자를 무력화하려는 것이다.

임승빈 명지대학교 행정학과 교수(이하 임승빈) =현 개편 논의는 두 가지의 문제점을 갖고 있다.

첫째는 주민들은 지방행정체제 개편에 큰 관심이 없고 중요한 정치적 이슈로 부각된 적이 없는데 정치권에서 들고 나왔다는 점이다. 두 번째는 개편을 추진하는 정치권의 겉으로 드러나는 의도와 숨겨진 의도가 다르다는 점이다.

겉으로 드러나는 의도는 행정의 2계층을 1계층으로 줄여 중복 업무도 없애려 하는 것이고 숨겨진 의도는 선거구와 밀접하다. 230여개의 기초자치단체 인구의 편차가 점차 벌어지고 있어 2007년의 경우 4곳이 국회의원 선거에 필요한 10만명 이상 인구에 미달됐고 2012년에는 최소 8~12곳이 미달될 것으로 보인다.

점차 지방 출신이 적어지는 것도 수도권에 기반을 갖지 않은 비수도권 기반 국회의원들이 지방행정체제 개편에 사활을 거는 이유다.

이대수 경기시민사회포럼 상임운영위원장(이하 이대수) =현재 논의되고 있는 지방행정체제 개편안은 정치 기득권 집단의 담합으로 보인다. 대통령, 국회의원들이 담합구조를 공공연히 드러내 중앙집권적인 동맹을 맺고 자신들의 기득권을 영속화하기 위한 것이다.

한나라당 허태열 의원은 시·군마다 시장과 의회가 있어 비효율적이고 비용이 많이 든다고 말하지만 이는 반자치적인 발상이다. 지방의회의 수준과는 비교가 안 되는 메가톤급 부정부패 문제가 국회에 있는데 국회가 얼마 되지도 않은 지방자치를 문제삼고 있다.

최원호 경기도 자치행정과장(이하 최원호) =정치권의 지방행정체제 개편 움직임에 숨겨진 의도가 있다면, 그 자체로 순수성을 잃었다고 본다. 지금 거론되는 것은 도를 폐지하거나 둔다하더라도 중앙기관의 하부기관화하는 자치권없는 발상으로 현실에 맞지 않다.

도는 1013년의 역사를 갖고 있다. 전세계를 통틀어 명칭과 규모는 다르나 광역행정을 하고 있지 않은 나라는 거의 없다.

세계는 보편적으로 지방분권화가 강화되고 지역간의 경쟁이 강화되는 추세다. 종전의 국가간의 경쟁이 지역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도를 쪼개고 시·군을 합쳐서 그 기능을 한다고 하는데 도는 아직 입법권, 예산권 하나 제대로 갖고 있지 않다. 도에 권한이 없는데 도가 역할을 못 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하물며 더 작은 지자체가 그런 역할을 한다는 것은 맞지 않다.

 

 



이기우=지방행정체제 개편을 들고 나온 허태열, 권경석 의원은 17대 국회의 지방행정체제개편특별위원회 위원 출신이다. 지방자치가 시작됐을 때 지방자치를 막는 내무공무원 출신인 것이다.

그 때 그들이 했던 일들을 그대로 국회에 갖고 와서 주장하고 있고 도 공무원을 모두 국가공무원으로 바꾸겠다고 한다.

이렇게 바뀌면 공무원들은 임명권자인 중앙정부의 눈치만 보게 돼 결국 신중앙집권화를 초래하게 된다.

임승빈=지방행정은 사회복지, 환경 등 11대 기능으로 나눠진다. 그러나 각 기능들의 변화 비율은 다르다. 교통만 본다면 대한민국을 하나로 통합해도 된다. 사회복지를 본다면, 소외계층이 늘어나고 있어 동 단위의 기능이 중요해진다.

정치권은 인구 60만명을 기준으로 나눠야 한다고 하는데 이는 실질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숫자다.

기초자치단체는 시민의 통제가 가능하고 시민이 견제할 수 있는 범위가 돼야 하고 광역자치단체는 교통, 환경 등 변화의 비율이 큰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

최원호=기초자치단체가 너무 큰 것을 지향하는 것은 맞지 않다. 일례로 홍천군의 경우 인구가 7만명쯤 된다. 행정체제 통합을 위해 경기도 지자체는 2, 3개만 모이면 되지만 홍천군 같은 지자체는 서울 면적의 30배나 되는 10개 시·군이 모여야 한다. 인구 규모로 지자체를 나누는 것은 무리가 있다.

이대수=경제적인 가치만 중요시 하는 사람들은 지방자치가 지향하는 주민들의 통제, 판단력 등 민주주의 근간에 해당하는 가치들을 중요시 하지 않는다. 민주적 통제가 되지 않을 때 존재했던 군대의 부정부패 통제방식을 지자체에 행하려 한다. 여기에는 가치의 문제가 있다.

 

지방자치가 얼마나 경쟁력 있고, 지역을 정착하게 할 수 있는 힘이 있는지를 봐야 하는데 경제적인 가치로만 판단하려 하니 충돌이 생긴다.
임승빈=우리나라 일부 지역은 인구 65세 이상 인구가 25%를 넘는 등 시·군간 통폐합해야만 하는 지역이 생겨나고 있다. 때문에 제한적으로 시·군의 통합은 필요하다고 본다. 통합할 것은 통합하고 분할할 것은 분할하며 경우에 따라 대응해야 한다.

 

이기우=지방자치의 역사가 200~300년 된 나라의 기초지방자치단체는 지방공무원들은 어느 집에 무슨 일이 있는지를 훤히 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작은 기초지자체도 인구가 1만명이 넘는 등, 기초지방자치를 거의 포기하고 있다.
기초지자체는 더 쪼개서 주민 가까이서 생활을 챙겨줄 수 있어야 한다. 광역지자체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경쟁이 아니라 국경을 넘어 각 지역간의 경쟁으로 나아가야 한다.

 

최원호=시·군을 통폐합할 경우 각종 표지판 등을 바꾸는 데에만 엄청난 예산이 소요된다. 시·군이 통합을 합의해도 명칭문제, 공공기관을 어디에 두느냐에 대한 문제가 발생하고 이는 곧 재정의 수요로 귀결된다. 시·군을 합치면 공무원 수가 줄어든다고 하는데 이 같은 비용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이기우=현재 정치권 논의대로라면 비용이 더 늘어난다. 1, 2개청이 늘어나면 그만큼 공무원 수가 늘어나는데 효율성을 위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
지역에 따라서는 가능할 수도 있으나 시·군의 합의한 뒤 명칭문제, 사무 소재지를 어디로 할지를 두고 전 국가가 갈등의 도가니에 빠질 것이다. 경제적인 위기상황에서 정치권이 갈등의 불씨를 먼저 던져 소모적인 논쟁을 벌이고 있는데 걱정이 앞선다.

 

이대수=도 입장에서 원칙적으로 얘기했는데 비용이 든다면 이에 대한 후유증, 효과 등을 역으로 정치권에 제시해야 한다.
이번을 계기로 지방자치 십수년을 점검하고 국가 시스템을 점검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정치권은 이를 두고 국민투표에 붙이겠다고 하는데 우리는 과거 군사정권이 국민투표를 수단으로 여론을 왜곡하는 사례를 경험했다.

 

임승빈=현 지자체는 도시계획권이 충돌하고 있다. 도시계획권은 세입에 큰 영향을 미치는데 이는 시·도로 가고 사회복지 권한은 시·군·구로 내려야 한다.
전국에서 가장 부유한 광역자치도인 경기도가 선도적으로 시·군하고 협의해 적극적으로 권한을 주고 권한을 가져오는 역할제조를 한다면 미래적인 지방자치가 될 것이다.

 

이기우=지방행정체제 개편은 국민투표의 대상이 아니라고 한다 해도 법적 구속력이 없다. 경기도가 체제를 개편하는데 경남 주민이 투표할 수는 없다. 통일이 됐을 때 북한이 어떻게 우리 행정구역을 수용할 것인가도 고민해야 한다. 행정규모를 60~70개를 자르면 북한을 수용할 수 없다.
헌법개정문제도 함께 논의해야 한다. 지방행정체제 개편은 단순히 구역을 쪼개는 게 아니라 국가 권한이 바뀌는 것으로 각 지자체별 어떤 기능을 수행하느냐가 핵심이다. 국가가 모든 걸 다하려고 하니 제대로 하는 게 하나도 없이 과부하가 걸리게 된다. 

 

최원호=광역행정기능을 강화하고 북경 등과 경쟁하기 위해 규모가 작은 시·도는 통합해야 한다.
업무의 경우 중앙은 외교나 국가 존립 관련 사무, 전국 통일적인 사무만 하고 나머지는 지방에 이양해야 한다. 광역지자체는 시·군이 독자적으로 처리하기 힘든 광역사무를 강화하고 기초지자체는 민생관련 분야 등 현실성이 강한 부분의 업무를 강화해야 한다.

 

김진호=정치권이 주장하는 도 폐지와 지방행정체제 1계층제가 바람직하다고 보는가.

 

임승빈=계층제 축소는 현대국가에서 불필요하고 2계층제는 결코 많은 계층이 아니다.
과소지역은 세원이 없어 자주재원 확보가 어려워 통폐합이 필요하나 수도권은 다르다. 권한 없는 참여는 없다. 주민이 갖고 있는 창의력을 활용해 풀뿌리 민주주의를 확대시켜야 한다.

 

이대수=기초지자체는 남는 게 당연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좀더 세분화할 필요도 있다고 본다. 경기도가 실질적인 도의 정체성을 갖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최원호=도를 폐지하거나 자치권이 없는 곳에 도를 두는 것은 반대다. 도에 특별행정기관이나 중앙이 갖고 있는 권한을 도에 줘서 제기능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행정구역개편은 주민들이 원하는 곳에 한정돼 추진돼야 하고 중앙정부와 도, 시·군간의 권한 재조정이 필요하다.

 

이기우=2계층 구조는 바람직하고 업무에 따라서는 한 계층을 더 두는 것도 좋다고 본다.
수도권 규제, 국가균형발전과 지방행정체제 개편은 밀접한 관계에 있다. 균형발전정책은 국가가 주도하면 성공할 수 없고, 성공한 경우도 없다. 국가가 균형발전을 이루는 길은 지역이 자기지역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도 역량·규모 축소 단순 국가기관 수립

■  정치권 주요 개편방향은…
MB정부 100대 과제포함 추진발표
행정계층 1단계 감축 道기능 폐지
도지사·시장 등 임명제 전환 쟁점
최근 정치권에서는 지방행정체제 개편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정작 ‘지방’행정체제 개편의 주인공인 ‘지방’과 ‘시민’은 이 논의에서 빠져있다. 논의가 정치권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어 정치권이 전략적으로 지방행정체제 개편을 밀어붙이고 있다는 짐작을 가능케 한다. 이에 본지는 지방행정체제 개편 논의가 진행돼온 과정과 정치권에서 제시하는 개편의 주요 방향, 전문가들이 주장하는 지방행정체제 개편의 필요성과 올바른 방향에 대해 짚어보고자 한다.

 

◇지방행정체제 개편 논의, 최근 정치권 중심으로 급부상=지방행정체제 개편 논의가 시작된 지점은 1994년 내무부에서다. 당시 내무부는 도를 폐지하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학계와 정치권의 반발에 부딪혀 철회하기에 이르렀다.
다음 논의는 17대 국회에서 일어났다. 2005년 지방행정체제개편특별위원회를 설치하면서 도 폐지, 시·군 통합을 골자로 하는 지방행정체제 개편이 추진됐으나 역시 여론의 반대에 부딪혀 중단됐다.
이후 올 8월28일 민주당은 도 폐지 자치계층 1계층화, 통합광역시 70개 전후로 지방행정체제 개편을 제안했다. 9월25일에는 이명박 대통령과 정세균 민주당 대표가 회동을 갖고 지방행정체제 개편을 8대 합의사항에 포함시켰다.
정부는 이후 10월21일 지방행정체제 개편을 이명박 정부의 100대 과제에 포함시켜 적극 추진할 방침을 밝혔다.
여기에 한나라당 권경석 의원이 11월3일 도지사임명제로 도를 국가기관화, 시·군을 50~60개로 통합하는 법안을 제안하면서 지방행정체제 개편에 대한 정치권의 논의는 중점 현안중 하나로 떠올랐다.
◇‘도 폐지를 통한 도 기능 분할·축소’가 정치권의 주요 개편방향=현재 정치권에서 논의되고 있는 지방행정체제 개편의 주요 방향은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 행정계층을 1단계 감축, 즉 도를 폐지하는 것이다.
여기에 수 개의 시·군을 통합해 적정한 규모로 광역화하고 읍면동을 준자치단체화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또한 현재 도의 영역을 넘는 대권역별로 지방광역행정기구(가칭 국가지방광역행정청)를 설치하고 전국의 시·도와 시·군을 묶어 60~70개 전후의 통합광역시로 개편하고자 한다.
도의 기능을 수 개의 통합광역시가 수행토록 해 도의 역할을 분할하고 시·군의 기능을 통합광역시가 흡수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도의 역량과 규모를 축소하고, 도지사·시장·군수를 임명제로 전환해 도를 단순 국가위임사무기관으로 둔다는 계획이다.

 

 

/사진=노경신기자 mono316@






배너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