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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 세모금석

이창식 주필

설도 사흘밖에 남지 않았다. 이미 귀성전쟁은 시작됐고 너나없이 설 분위기에 들떠 있다. 특히 설 대목을 노려온 재래시장과 대형매장, 백화점은 그간의 판매 부진을 만회하려고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설 대목은 1년에 한 번 뿐인 호기(好期)인 까닭에 상인과 기업으로서는 진검 승부를 할 수밖에 없다. 재래시장은 덤과 에누리를 무기로, 대형매장과 백화점은 가격파괴와 고품질로 판촉을 벌이고 있지만 소비자들이 지갑을 쉽게 열지 않아 애간장이 탈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93년 전인 1916년의 세모 풍경은 어떠했을까. 12월 13일자 ‘매일신문’의 기사를 요약하면 이렇다. “조선인 상가는 종로에 집중되어 있고, 일본인 상가는 진고개(泥峴)에 몰려 있는데 조선인 가게는 위 아래 가게가 같은 물건을 팔아 손님을 끌 노력보다는 상인끼리 경쟁하는데 신경을 쓰다보니 장사가 될리 없다.

 

반면에 일본 상인들은 같은 물건을 팔지 않기 때문에 상인끼리 경쟁을 하지 않아도 되고, 물건을 눈에 뜨이게 곱게 진열한데다 경품까지 끼워 파니까 일단 가게 안에 들어섰던 손님이 빈손으로 나가는 일이 없다. 거기다 친절까지 겹치니까 진고개 상가는 활기가 넘친다.

 

반면 종로 거리의 조선 상인들은 눈을 말똥말똥 뜨고 앉아서 손님이 찾아 오기만 기다리는 형국이니 장사가 될리 없다. 지금은 다른 가게로 가는 손님이라도 내 가게로 와서 물건을 사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조선 상인들의 ‘팔면 사겠지’하는 수백년 전의 낡은 생각만 하고 손님을 끌어드릴 수단을 베풀지 않고 속수무책으로 있는 한 손님을 빼앗기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죽어가는 조선인 상가의 적막한 광경을 보면 저 편이 부럽고 이 편이 부끄러운 한심한 생각이 저절로 일어 난다.” 기자가 누구인지는 알 수 없지만 상술면에서 뒤진 조선 상인들이 상권(商權)을 고스란히 일본인 상인들에게 내주고 서서히 몰락하는 꼴에 비분감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유감스럽게도 ‘팔면 사러 오겠지’ 사고는 아직 청산된 것 같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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