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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 안익태와 김승제

이창식 주필

애국가를 작곡한 안익태 초청음악회가 수원에서 열린 것은 1962년 4월 14일이었다. 당시만해도 수원은 인구 11만명이 조금 넘는 소도시 인데다 문화 불모지여서 음악 자체를 이해하고 즐길 수 있는 환경이 아니였다. 더구나 세계적 음악가로 성가를 올리고 있는 안익태를 초청해서 음악회를 개최한다는 것은 발상 자체가 엉뚱하다는 소리를 들을만 했고, 일부에서는 당치 않다는 냉소도 없지 않았다.

 

이 음악회를 갖기까지에는 밖에 알려지지 않은 일화가 있다. 안익태 초청 음악회를 기획한 사람은 당시 수원문화원장이던 김승제였다. 그는 1962년 2월 13일 수원문화원 제4대 원장으로 취임한 것을 기념이라도 하려했는지 1961년 귀국해 서울에 머물고 있었던 안익태를 찾아가 수원에서 음악회를 가져 주기를 간청했다. 안익태는 나라와 겨레를 사랑하는 대음악가답게 김승제의 간청을 흔괘히 받아들였다.

 

장소는 서울농대 강당으로 정해졌으나 피아노가 문제였다. 김승제는 수원시내 학교를 찾아다니며 피아노를 빌리려 했지만 피아노를 가진 학교가 없었다. 겨우 어느 여학교에서 고물 피아노를 빌렸으나 건반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고 조율은 아예 되어 있지 않았다.

 

김승제는 이런 사실을 안익태에게 고백하지 않을 수 없었다. 동행했던 소프라노 김천애가 시골 학교에 변변한 피아노가 있을리 있겠느냐는 조언에 안익태는 이해했다. 음악회 당일. 서울농대 강당은 예상밖으로 많은 관중이 모였다. 서막은 안익태의 지휘로 그가 작곡한 애국가 연주로 장식했는데 합창에 나선 향토 음악인과 교사들의 음정과 박자가 맞지 않아 연주는 몇 차례나 중단됐다.

 

안익태는 잘못된 점을 일일이 지도한 끝에 제대로된 애국가가 울려퍼지자 “좋아요”라며 만족했고, 장내는 숙연했다. 수원 최초의 안익태 초청 음악회, 그것도 안익태가 외국 생활을 하면서 완성한 애국가를 수원 서둔벌에서 손수 지휘 아래 음악회를 마쳤으니 이는 수원 음악사에 길이 남을 일이였다. 안익태와 김승제 두 사람은 이미 고인이 되었다. 하지만 음악을 사랑한 면에서는 ‘동행자’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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