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경마팬을 떠나 있어 안타까웠습니다. 기수생활을 더 하고 싶었지만 그래도 조교사로 경마팬을 다시 만나볼 수 있다는 것이 저로선 큰 행운이지요.”
오랜 기간 싸워온 암을 이기고 조교사로서 다시 경주로에 선 천창기(45·사진)씨는 오랜 투병생활 탓인지 다소 초췌했다.
기수 시절 대상경주의 사나이로 불리며 잘나가던 그가 폐암에 걸린 것은 작년 4월 초.
몸이 예전 같지 않다고 느껴 찾은 병원에서는 폐암 3기란 진단을 내렸다.
그러나 그의 마음을 옥죄어온 것은 폐암이란 선고보다 어쩌면 경주로를 영영 떠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었다.
“주위에선 모든 것 잊고 건강만 챙기라고 했지만 이제는 기수도 끝이구나 하는 생각이 더 괴롭더라고요. 다시 재기해야겠다는 생각만이 가득했지요.”
6개월간의 힘든 항암치료를 말 등에 올라 결승선을 통과하는 머릿속으로 그리는 이미지 트레이닝으로 견뎌냈다.
또 고환암을 이겨내고 세계 최고의 사이클 레이스가 된 암스트롱을 연상하며 “나도 그렇게 화려한 복귀를 하겠다.”는 다짐도 했다.
이런 각오는 염원하던 기수복귀는 비록 이루지 못했으나 조교사로서의 제2인생을 보장케 했다.
생각하면 작년 4월13일 뚝섬배 대상경주가 22년간의 화려했던 기수생활에 마침표를 찍는 순간이었다.
“열심히 뛰어온 터라 후회는 없어요. 하지만 한 3년 정도는 더 뛰고 싶은데 그게 안 되니 아쉬울 따름입니다.”
그에게 주어진 마방은 37조.
이제 막 스타트에 선 조교사 대부분이 그렇듯 마필도 적고 특출한 말도 없다.
어쩌면 기수 초년생 시절인 고난한 길을 다시 걸어야 될지도 모른다.
“몇년은 고생하겠지요. 그러나 언젠가는 조교사로 대상경주 시상대에 올라 대상경주 사나이다운 면모를 꼭 보여주겠습니다.”
그의 맺음말은 암을 이겨낸 초인적인 의지로 또 다른 치열한 삶도 이겨내겠다는 자신과의 다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