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전국단위신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95%, 지방지가 5%인 특이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는 일제 강점기부터 전국단위 신문만을 허용하고, 지역신문발행은 철저히 통제한 것에서 비롯됐다.
일본은 당시에도 일본인에 대한 지역신문을 25개나 허용하면서도, 조선의 식민통치를 위해 이렇듯 언론을 철저히 통제해 왔다.
현재까지도 대부분 회사나 직장에서 여러 중앙지를 구독하고 있어, 중앙지에서 다루지 않는 지역소식을 알기 위해 지역신문을 추가로 구매하는 부담을 안으려는 독자는 많지 않다.
대부분의 지역신문은 대부분 적자 매출을 기록하며 인력 확보에 충실하기 힘들고, 열악한 임금조건과 근로복지환경으로 기자본연의 임무에 충실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재정구조의 취약함으로 인한 지역신문의 질적 저하가 독자층 상실로 이어지고, 이것이 다시 언론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되는 악순환의 고리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와는 달리 미국에서는 지역뉴스를 전하는데 있어 지방지가 가장 경쟁력 있는 매체로 꼽힌다.
이들의 지방지는 신문사의 숫자, 구독자 수 , 광고비 매출액 전부 전국지를 능가하는 등 양과 질 모두 인정받고 있다.
미국사회 지역신문의 성장은 우리나라 지역신문이 가야 할 길을 제시하고 있다.
▲ 미국 지역신문의 특성
미국은 건국 초기부터 철저하게 지역위주의 신문시장이 형성되어 왔다. 미국내 지역신문은 다양한 인종과 계층으로 혼재된 미국 사회가 언론의 자유를 통해 민주주의를 실천하는 발판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미국에서 말하는 지역신문은 대체로 1만부 내외를 발행하는 일간지나 주간지로 농어촌 소도시에서는 일간으로 발행되고, 대도시 교외 지역이나 인구가 희박한 벽지에서는 주간으로 발행된다.
미국 지역신문의 또하나의 특징이라면 독자들에게 친근한 지역뉴스를 제공한다는 점이다.미국의 모든 신문이 지역뉴스를 중시하지만 지역신문은 더욱 철저하게 지역뉴스 위주로 신문을 제작한다.
미국 지역신문은 신문 기사뿐만 아니라 신문 제작 환경에 있어서도 독자와 아주 밀접해 있다.
미국의 신문들은 우리나라처럼 언론고시를 통해 기자를 채용하지 않고, 기자경력과 취재보도 능력에 따라 채용하기 때문에, 큰 신문에서 일하고 싶은 꿈을 가진 젊은 기자들이 경험을 쌓는 과정으로 지역신문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
▲ 미국 지역신문의 사례
인디펜던트지 ; 세분화된 내용으로 지역독자 확보
대도시 주변에서 발생한 문화소식을 전문으로 하는 신문으로서 흑자를 내고 있다. 기사와 광고 모두 ‘문화’에만 집중하면서 일부의 기사들로 ‘저널리즘’도 유지하고 있는 신문이다. 더구나 광고까지 문화관련 광고만 유치하고 있다. 첫 페이지부터 마지막페이지까지 자신의 정체성을 잃지 않은 모습으로 마니아층을 형성했다.
‘여성, 교육, 문화, 복지’ 등 세분화된 내용의 지역신문 중 성공한 모델로 꼽힌다.
벌링턴 타임즈 뉴스 ; 체인형태지만 편집권은 확고
인구 14만의 섬유산업과 농업지역인 벌링턴에서 발행되는 소형 일간지이며 1887년 창간해서 120년 역사를 가지고 있다.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발행하며 2만 6천부를 발행하는 체인형태의 신문사다. 체인형 신문사로서 본사의 간섭이 심할 것이라 우려되지만 본사에서는 편집권이나 인사권은 관여하지 않는다.
광고와 구독의 비율이 9대1이라는 것이 눈에 띈다.
우리나라에서 광고가 힘과 권력으로 대접 받는데 비해, 미국은 ‘많지 않은 수익을 내는 괜찮은 기업경영의 한 형태’ 정도로 생각하며 언론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해나가고 있다.
아우터 뱅크 센티널 ; 주민들과 함께 정보공개 교육
이 신문사는 1년에 두 번 주민들에게 정보공개 교육을 한다. 이는 신문사가 단순히 기사를 내는 것에서 나아가 주민과 함께 토론하고 공부하려는 의지를 볼 수 있다. 또한 무료 배포는 주당 25부를 넘지 않도록 하고 있고, 연간 1회는 지역 내 모든 우편함에 1부씩 무료로 신문을 배달함으로써 독자증가와 광고주 인식 개선의 기회를 갖는다.
이들은 광고와 기사가 넘나들지 않는 것이 매우 중요하고 그것을 지키는 것이 바로 발행인의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워싱턴데일리 뉴스; 지역적 특색을 살려 독자층 확보
작은 지역에서 일간지를 만드는 워싱턴데일리 뉴스는 1만부를 발행하며, 32명의 직원이 근무한다. 지역의 인구는 4만5천명이고 가구 수는 1만1천~1만2천 정도다.
노인들이 은퇴 후 많이 찾는 지역적 특색을 살려 노인들을 잡으려고 고심하는 등 변화하는 독자층을 잡기위해 노력중이다. 큰 흑자는 아니지만, 흑자를 내고 있고 해고는 없다.
특히 가족소유이기 때문에 주주들의 이익을 신경 써야 하는 부담은 없으며, 지역사회에 공헌한다는 개념에서 발간하고 있다. 사주도 별도의 사업을 하지는 않기 때문에, 신문사도 신문제작에만 집중할 수 있다. 구독비율은 25%, 광고비율은 75%이며 가판판매는 10%이다. 독자모집을 위한 노력은 따로 하지 않지만 신문 구독자 수는 줄지 않았다.
또 이 신문은 과거에 수도요금 인상이라는 작은 단서를 시작으로 파헤친 문제를 통해 퓰리처상을 받았다.
웨이크위켄드 ; 새로운 독자유치 쿠폰 마케팅
웨이크위켄드는 노스캐롤라이나 수도인 랄리 북부지역에 위치하고 있으며, 인구 2만5천의 지역에서 8천9백부를 발간한다. 이 중 6천부가 유료이며, 구독비율은 10%, 광고비율은 90%다.
이 회사의 수익이 낮아도 이윤이 생기면 직원을 뽑고, 신문을 잘 만드는 것이 좋은 수익모델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신문이외의 다른 수익모델은 없다. 또한 이 신문은 새로운 독자를 모으기 위해 몇 가지 시도를 하고 있다. 신문에 구독료 할인 전단을 포함시켜 매주 200부 가량을 배부한 뒤 쿠폰을 가지고 신문사로 오면 구독료를 할인해주고 있는데 이는 신문을 새로운 주민들에게 알리는 역할을 함과 동시에 일종의 마케팅 역할을 한다.
또 새로운 이주민들이 학교와 자녀교육에 관심이 많은 것을 고려해 지역 학교기사를 많이 다루며, 주민들이 스크랩해서 냉장고에 붙일 수 있도록 사진이나 이름을 크게 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