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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이천 교대근무제 ‘워킹 맘’ 실태조사

경가연 연구보고서 지적… 야간보육시설 ‘하늘의 별 따기’
여성근로자 300~500인이상 사업소 설치 불구 60%만 운영
보육비 월 30~50만원 소요… 과도한 비용 부담 하소연
‘24시간 국공립 보육시설’ 95%

근무시간에 쫓겨 ‘배드 맘’으로 내몰다

“돈을 벌고, 일을 하는 이유도 모두 내 아이를 위해서인데, 근무 시간이 바뀔 때 마다 아이를 맡기러 여기저기 돌아다녀야 하는 상황이 아이에게 너무도 미안하고 가슴이 아파요.”

경기도 이천 하이닉스 반도체에서 3교대 근무를 하며 4살짜리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working mom) K(31) 씨는 남편과 함께 맞벌이를 하면서 아이를 키우는 대한민국 보통 가정의 엄마이자 아내로 살고 있다.

부부가 모두 교대근무를 하는 K 씨 내외는 순전히 직장 문제로 친인척도 없는 이천으로 와 터를 잡고 살아가는 처지라 아이는 보육시설에 맡길 수 밖에 없다.

하지만 3교대 근무를 하는 K 씨 부부가 마음 놓고 아이를 맡길 수 있는 야간보육을 실시하는 어린이집을 찾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 만큼이나 어렵다.

K 씨는 “부부가 같이 벌 수 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하나 밖에 없는 내 아이를 따듯하고 안정적으로 돌봐줄 곳 없이 천덕꾸러기처럼 어린이집과 이웃집을 전전하게 하는 내 자신이 너무도 싫다”며 눈물을 보였다.

그는 또 “직장 동료들 중 아이를 키우는 사람들은 누구나 상황이 비슷하다. 그나마 친정이나 시댁이 가까이 있어 아이를 안전하게라도 맡길 수 있는 동료들이 부럽다”며 “직장보육 시설은 있지만 정시 출근에 정시 퇴근하는 부모들을 위한 것일 뿐이라 다들 사설 야간보육 어린이집을 찾으려고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렇듯 최근에 다양한 근무형태가 확산되면서 24시간 교대제 근무에 종사하는 여성의 수도 증가하고 있으나 이들의 일·가정 양립에 대한 정책적 지원, 특히 교대근로자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보육시설은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이에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원장 정현주·이하 경가연)은 중앙 보육정책의 사각지대에 있는 교대근로자의 보육지원을 위한 연구보고서 ‘3교대 근무자를 위한 보육시설 운영모델 개발-하이닉스 사례를 중심으로’를 지난 20일 발간했다.

연구보고서는 3교대 사업장이 가장 많이 위치한 이천시의 교대근무 근로자를 대상으로 자녀양육 현황 및 24시간 보육시설에 대한 요구사항을 조사하고 이를 토대로 3교대 근로자를 위한 보육시설 운영모델을 제안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기업의 34.2%(2007년 6월 기준)는 교대제를 활용하고 있으며, 보건사업 및 위생서비스업, 반도체와 LCD산업체 분야에서 대표적으로 3교대 근무를 활용하고 있다.

특히 반도체 산업은 생산공정의 특성상 24시간 조업 중단 없이 지속적으로 생산라인을 가동시켜 젊은 여성근로자들이 집중적으로 몰리는 대표적 산업으로 주로 4조 3교대 근무를 한다.

도에 위치한 하이닉스 반도체와 ASE KOREA 반도체의 경우 여성근로자의 98% 이상이 20~30대며, 기혼 여성근로자의 비율은 약 20% 내외로 추후 여성 교대제 근로자들의 자녀양육과 직장·일 양립의 문제가 심각한 사안으로 대두될 것으로 예측 가능하다.

직장보육시설은 ‘영유아보육법’ 제14조에 의거해 상시 여성근로자 300인 이상 또는 근로자 500인 이상을 고용하고 있는 사업장은 직장보육시설을 설치해야 하지만 이런 사업장 중 60.2%만이 직장보육을 설치하고 있는 실정이다.

K 씨가 근무하는 하이닉스 반도체의 경우, 직장보육시설을 운영하고 있지만 만 2세부터 만 5세까지 아동을 대상으로 오전 7시50분부터 오후 7시까지만 운영해 3교대 근무를 하는 워킹맘들에게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에 반해 ASE KOREA 반도체는 하이닉스 반도체 어린이집과 같은 연령대의 아동들을 대상으로 어린이집을 운영하지만 교대근로자를 위해 오전 6시부터 오후 2시까지 운영하는 A조와 오후 2시부터 10시까지 운영하는 B조로 나눠 운영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아동보육 시스템을 제공하고 있다.

경가연은 이런 열악한 상황을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해 3교대 근무자를 대상으로 자녀양육 형황 및 24시간 국공립 보육시설에 대한 요구사항을 알아보기 위해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에는 하이닉스와 협력업체에 종사하는 3교대 근무자 가운데 만 6세 미만 자녀를 양육하고 있거나 현재 임신 중인 근무자 1천273명 중 944명이 참여했다.

응답자 944명 중 551명(58.4%)은 여자로 393명(41.6%)를 차지하는 남자보다 많았으며 이들중 80.2%는 하이닉스 반도체에 근무하는 3교대 근무자로 35세 미만이 전체 응답자의 85.2%를 차지한다.

조사에 참여한 사람 중 77.6%는 맞벌이 가정으로 부부 모두 교대근무를 하는 경우가 37.6%로 가장 많고 부인만 교대근무를 하는 경우가 32.6%로 그 다음으로 많았으며 이들 가정의 94.6%는 자녀가 1~2명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K 씨의 말대로 3교대 근무를 하는 워킹맘들의 26.9%에 해당하는 236명은 자녀를 친인척 집에 맡기고 주말이나 월말에 집으로 데려오며 원치 않게 자녀와 생이별을 해야 했다.

“그나마 인근에 제대로 돌봐줄 친인척이 있는 경우는 운이 좋은 편”이라던 K 씨의 말이 와 닿는 대목이다.

3교대 근무를 직업으로 갖은 워킹맘들의 고충은 이것 외에 또 있었다. 바로 보육료.

경가연의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자녀 1인당 월평균 보육비는 50만원 이상이 37.6%로 가장 많고 그 다음으로는 30~40만원 미만이 25.96%, 40~50만원 미만이 15.2%, 20~30만원 미만이 14.1% 순으로 나타났다.

“아이들에게 미안함을 느끼면서도 아이들을 조금더 나은 환경에서 키우기 위해서, 아이들이 더 나은 미래를 꿈꿀 수 있게 하기 위해서 이렇게 돈을 벌려 아둥바둥하는 것인데…”라며 K 씨는 말끝을 흐렸다.

아마도 얼마 되지 않는 월급에서 과도한 보육료를 지불해야 하는 현 상황이 부담스러워일 것이다.

실제로 인터뷰에 응해준 K 씨는 “돈을 모아 아이 대학도 보내고 아이 방도 번듯하게 꾸며주고 싶어 힘들어도 꾹 참는 것인데,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격이 아닌가 싶어 가끔은 회의가 들기도 해요. 아이는 엄마 품에서 자라야 하는 건데, 저희 가족은 그마저 허락이 안되네요”라며 푸념을 늘어놨다.

경가연이 보육료를 효과적으로 낮추고 안정적인 보육 시스템으로 교대근로자들의 양육 욕구를 채워줄 수 있는 ‘24시간 국공립 보육시설’ 설립의 필요성에 대해 조사한 결과 94.7%에 달하는 응답자가 설립이 절실하다고 응답했다.

이 중 26.5%가 반드시 맡기겠다고 답했으며, 63.8%는 상황에 따라 자녀를 맡길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답해 ‘24시간 국공립 보육시설’이 생길 경우 전체의 90.3%가 이용할 것으로 판단된다.

경가연의 심층 조사를 통해 ‘24시간 국공립 보육시설’의 운영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점에 대해 알아봤다.

조사 결과 아동의 안전관리, 영양 및 위생을 고려한 간식과 급식 제공, 우수한 보육프로그램 제공, 보육교사의 자질, 담당 보육교사의 지속적인 보육, 차량 운행 서비스 제공 등이 중요 사항으로 파악돼 자녀를 보육시설에 맡기는 부모들의 우려가 얼마나 큰지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경가연은 보고서를 통해 3교대 근로자의 보육시설에 대한 요구조사 및 ‘영유아보육법’을 토대로 보육시설 운영모델을 2가지로 제안했다.

A, B, C조의 3교대 근무시간에 맞춰 24시간 보육시설을 운영하고, C조인 경우 익일 오후 2시까지 연장보육이 가능케 한 안을 기본으로 연령대별 반을 편성하고 보육수요가 높은 만 1, 2세반의 정원을 높여 영유아 정원 252명, 교사 32명을 배정하는 1안과 만 1,2세반 정원을 반으로 줄여 영유아 정원 200명, 교사 20명을 배정하는 2안을 제시했다.

또한 경가연은 3교대 근로자를 위한 보육시설 운영을 위해 학부모 관리와 지역사회 연계 필요성에 대해서도 강조하며, 한 학기에 1회 이상 학부모 상담과 보육시설 교직원의 고충과 학부모의 보육 욕구간 조정을 위한 ‘교직원과 학부모 간담회 및 토론회’를 실시할 것을 권장했다.

경가연은 연구보고서 ‘3교대 근무자를 위한 보육시설 운영모델 개발-하이닉스 사례를 중심으로’를 통해 3교대 근무자들을 위한 보육시설의 성공적 운영을 위한 장·단기적 고려 사항을 제언했다.

첫째로 3교대 보육프로그램이 영유아의 부모와의 애착 형성 문제로 인한 정서 불안, 주의집중 곤란 등 아동발달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 아동의 애착형성 및 건강한 정서발달을 위한 예방 프로그램, 아동발달 상태에 대한 모니터링 제도 및 치료 프로그램 등을 도입할 것을 주장했다.

둘째로 자녀의 하루 일상생활을 부모가 확인할 수 있는 안심 보육서비스를 강화, 셋째로 보육교사의 처우를 개선, 마지막으로 양질의 보육서비스 제공을 위한 적정 보육료 책정 기준 등도 제시했다.

경가연 정현주 원장은 “이번 연구보고서가 경기도와 이천시에서 추진하고 있는 ‘이천시 3교대 사업장의 근로자를 위한 보육시설 설립’에 도움을 줄 수 있었으면 한다”며 “이로인해 많은 워킹맘들이 맘 놓고 일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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