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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지식 보물창고’ 과천정보과학도서관

年 1억7천만원 투입 신간 도서 구입
문학·역사·언어·종교 등 다양한 서적 비치
국내 최초 무인 대출·반납 ‘RFID시스템’ 구축
과학교실·문화 강좌 등 ‘벤치마킹 명소’ 자리매김

 


한 장 한 장 넘길때마다… ‘정보의 바다’가 펼쳐진다


어릴 적 배운 시구 중 평생 잊어버리지 않는 구절은 소년은 쉽게 늙고 학문은 이루기 어렵다는 소년이로학난성(少年易老學難成)이다. 송나라 대유학자 주자(朱子)가 노년에 접어든 어느 늦은 가을 떨어지는 오동잎을 보며 지은 시구로 흔히 젊은 시절 학문을 게을리 하지 말라는 뜻이 내포돼 있다. 틀린 말은 아니나 평생학습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요즘 세태를 바로보고 주자가 한수 읊는다면 조금 다르게 표현했지 않았을 까란 생각이 든다. 과천정보과학도서관은 눈망울이 초롱초롱한 아이와 코밑이 거뭇거뭇해진 중학생, 대입준비생 등도 찾지만 중장년층과 머리카락에 하얀 서리가 내려앉은 노인층의 발걸음이 더 잦은 곳이다. 나이에 상관없이 수불석권(手不釋卷)으로 자신의 부족한 학문을 채우는 그곳 문을 노크했다.

지난 27일 오전 9시20분을 조금 넘긴 시각임에도 주차공간 찾기는 쉽지 않았다.

넉넉한 주차장이 이처럼 꽉 찰 정도면 쾌나 소란스러울 것이란 예상은 어김없이 빗나가 현관문을 들어서면서부터 취재가 끝날 무렵까지 건물내부는 바늘 떨어지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쥐죽은 듯 조용했다.

속삭이는 소리도 허용 않아 마치 깊은 산속에 온 듯한 적막감이 감도는 고요함이 정보과학도서관의 인기비결 중 하나라고 취재에 동행한 직원이 귀띔했다.

여기에 더해 얼핏 낭비란 느낌이 들 정도의 넉넉한 공간배치는 오가는 주변 사람들의 방해를 전혀 받지 않고 책을 보거나 자료를 찾을 수 있어 참으로 쾌적한 환경이란 생각을 들기에 족했다.

지난 2002년 5월 개관한 정보과학도서관은 건립 초기 과도한 규모가 입방아에 올랐다.

2만4천여㎡ 부지에 연면적 1만㎡(지하 2층 지상 4층) 건물이 7만 인구에 가당치나 하냐는 거다.

이런 우려는 그해가 채 가기 전 시설이 끝내준다는 입소문을 타면서 이용객들이 급증, 결국 우려가 현실로 이어지지 못했다.

이듬해부터는 안양, 군포, 사당 등 외지인들도 아름아름 찾아왔고 작년 한해 식구가 70만 명으로 늘어나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웠다.

문화미디어센터(4층)와 정보자료센터(3층)는 내부계단으로 연결돼 편하게 오가며 자신이 원하는 책을 대여하거나 현장에서 볼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비치된 서적은 문학, 역사, 언어, 예술, 철학, 종교, 사회, 순수·기술과학 등 다양해 자신의 전문분야나 취향에 따라 골라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한해 1억7천만 원의 도시구입비로 신간을 많이 비치한 것도 타 도서관과의 비교경쟁에서 앞선 이곳이 현재 보유한 책은 장서 25만권, 비도서 2만권, 661종의 간행물로 과히 정보의 바다로 일컬어도 과언이 아니다.

소파에서 신문을 읽고 있던 김성기(79·과천시 부림동)어르신은 “일본서적을 보러 자주 오는 편이다”며 “조용하고 널찍한 공간이 독서하기엔 너무 편안한 분위기”라고 말했다.

지극히 나지막한 목소리로 인터뷰를 했으나 주위 사람들의 쏠리는 시선은 따가웠다.

미디어센터엔 한켠엔 영화나 음악을 CD로 감상하는 개인석과 가족석이 마련돼 있다.

이어폰을 착용하고 듣기 때문에 소리가 외부로 흘러나가지 않는 것은 물론이다.

2층은 동아리방과 강좌실.

이른 시간인데도 주부 5명이 동아리방에 모여 앉아 무언가 말을 주고받는 장면이 눈에 띄었다.

문에 귀를 바짝 대고 무슨 얘기를 하나 들으려 해도 완벽한 방음장치로 전혀 알아들을 수 없다.

개인별로 영어회화 숙달을 위해 정진하던 중 올해 2월 ‘굿굿하게 말하자’는 모임을 결성한 이들은 영어회화책을 앞에 놓고 영어로 대화했다.

송현희(40·원문동)씨는 “평소 영어회화에 부족함 점이 많아 늘 아쉬웠다”며 “해외나 우리나라에서 외국인을 만나면 의사소통할 수 있는 정도는 익히자고 마음먹고 동참했다”고 했다. 오랜 정적(靜寂)은 때마침 과학실험실을 찾은 초등학생들로 흔들렸다. 20명은 족히 됨직한 얘들은 재잘 재갈 이야기하고 저들끼리 말하다 무엇이 우스운지‘까르르’댔다. 규석탐구 차 왔다고 했고 이름을 묻자 “그건 좀 곤란하죠”며 어른스럽게 답하던 녀석들이 신문에 난다는 기자의 말에 “나요, 나요”하며 이름 석자를 거명하는 모습이 천진난만했다

어린이자료실(1층)은 건전만화와 기초과학책이 진열돼 있다.

4~5살 돼 보이는 꼬마가 앉아 진지하게 만화책을 보는 모습이 앙증맞다.

북 카페(지하 1층)는 커피 한잔 놓고 마음대로 떠들어도 누가 간섭하지 않는 자유로운 공간이다.

국내 최초로 RFID(Radio Frequency Identification)시스템을 도입, 무인 도서 대출과 반납서비스를 구축한 정보과학도서관은 그간 끊임없는 변신을 시도했다.

도서관이용자들이 인터넷 자료를 손쉽게 찾도록 한 전자도서관 시스템 운영, 도서 반납 편의를 위한 무인도서반납함 12곳 설치, 찾아가는 순회문고, 과학과 문화와 관련된 각종 교실과 체험행사 등등. 30개 교실로 구성된 과학프로그램은 초·중학생에게 과학기초와 원리를 추구, 미래 과학자 실현에 견인차 역할 톡톡히 해내고 있다.

초등학생과 일반인도 포함한 문화프로그램은 영어, 동화구연, 글쓰기, 독서지도 등 39개 강좌로 책 읽기 생활화와 발표력을 키워준다.

매년 5월 토리아리과학축제에선 어린이들이 푸짐한 잔치상을 받고 10월 골든벨 독서퀴즈는 그간 길러왔던 독서 실력을 테스트하는 기회다.

도서관 직원들의 끊임없는 계발과 노력은 공공도서관의 모델케이스로 꼽혀 한국도서관협회가 10대 뉴스로 선정했고 전국에서 벤치마킹을 위해 수시로 드나드는 명소가 되기도 했다.

라도민 관장은 “현 상태에 만족하지 않고 고객이 중심인 최상의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추구, 찾고 싶은 도서관, 언제까지나 머무르고 싶은 도서관 위상을 계속 지켜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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