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기쁘죠. 후배들에게는 그냥 1승일지 몰라도 제게는 너무도 소중한 1승입니다.”
최근 17개월만의 우승의 감격을 맛본 서울경마공원 최고령 기수 김귀배(47) 씨의 감회는 남다른 듯 했다.
그간 마음고생이 심했던지 우승 당시 세러모니도 없이 묵묵히 대기실로 향했던 그다.
언제 또 다시 귀중한 1승의 기회가 찾아올는지 알 수 없는 일이기에 마음이 착잡했을는지도 모른다.
조교사인 친척 권유로 이 직업을 택한 지 어언 30여년이란 세월이 후딱 지나가버렸다.
기수가 흔히 하는 말로 “말을 좋아하고 말 타는 것을 즐기기 때문”이라지만 오랜 슬럼프로 인한 마음고생은 떨쳐버릴 수 없었다.
지금은 1승이 안나푸르나처럼 높게 보이지만 1980년대엔 잘나가던 기수였다. 지난 1986년 뉴질랜드산 명마 ‘포경선’에 올라 꿈의 그랑프리(GI)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하지만 3년 후 경마장이 뚝섬에서 과천으로 옮겨오면서 끝이 보이지 않는 슬럼프에 빠져들었다.
뚝섬과 반대인 경주 진행방향이 주요 원인으로 본인도 “뚝섬에 익숙했는데, 방향이 바뀌면서 적응이 안 되었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기승기회가 줄어든 것은 자연스런 현상으로 끝도 없는 긴 슬럼프에도 말 타는 일 외엔 딴 생각을 해본 적 없는 그였기에 주로를 떠나지 않았다.
“한때 조교사 전업도 생각해봤지만 말 잔등위에 올라타 질주하는 짜릿함을 잊지 못해 기수생활을 접지 못했지요.”
적자생존의 프로세계에서 가장 오래 살아남은 인간승리의 주인공 김귀배의 노장투혼은 오늘도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