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부자도시 중 하나로 꼽혔었던 성남시가 12일 지급유예선언(모라토리엄)을 해 파문이 일고 있다. 판교신도시 조성을 하면서 판교특별회계에서 빌려 쓴 돈 5천200억원을 단기간에 갚을 수 없다는 것이다. 사업당사자인 LH공사측은 일단 “산출 근거가 명확치 않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재명 성남 시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판교신도시 조성사업비 정산이 이달 중 완료되면 LH와 국토해양부 등에 5천200억원을 내야 하지만, 현재 성남시 재정으로는 이를 단기간 또는 한꺼번에 갚을 능력이 안돼 지급유예를 선언한다”고 밝혔다.
그는 “지급유예가 장기화하면 판교공공시설사업과 초과수익금을 이용한 분당~수서간 도로지중화사업 등이 불가능해지므로 먼저 지방채를 발행해 연간 500억원씩 갚을 계획”이라고 대책을 설명했다. 또 재정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대체 청사를 마련하고 위례신도시 사업권 확보와 불필요한 사업 중단 및 선진회계 도입 등을 통해 재원을 마련하겠다고도 했다.
이 시장은 “재정위기 비상대책팀을 구성하고 제대로 된 재정운용계획을 세워 지금의 재정위기를 슬기롭게 헤쳐나가겠다”면서 “시민도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어려움을 이해하고 협조를 해 달라”고 당부했다.
판교신도시는 경기도와 국토해양부, 성남시 및 LH가 공동으로 조성사업을 해왔으며, 성남시는 2007년부터 최근까지 판교기반시설 조성을 위해 쓰여야 할 판교특별회계에서 5천400억원을 빼내 공원조성 등 일반회계 예산으로 사용했다.
이 가운데 5천200억원은 공동공공사업비(2천300억원)와 초과수익부담금(2천900원)으로 공동 사업 시행자인 LH와 국토해양부에 내야 할 돈으로, 올해 성남시 일반회계의 45%를 차지하는 액수다.
성남시의 모라토리엄 선언에 대해 LH공사는 “일단 협약서 내용과 초과수익부담금의 산출근거 등을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LH 관계자는 “성남시가 전혀 사전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지급유예 선언을 발표해 경위를 파악 중이며2천300억원의 공동공공사업비와 2천900억원의 초과수익부담금에 대한 산출 근거도 현재로선 명확치 않다”고 덧붙였다.
“성남시 지급유예 선언, 법적근거 없다”
행안부 “의미없다” 일축
성남시가 12일 판교 신도시 조성을 위한 판교특별회계에서 빌려 쓴 돈 5천200억원을 단기간에 갚을 수 없다며 한 지급유예 선언이 법적 근거가 전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현재 사실 관계를 파악하고 있지만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운용과 관련한 규정을 담은 현행 지방재정법에 지급유예와 관련한 규정 자체가 없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성남시가 선언한 지급유예는 아무런 의미가 없고, 행안부로서도 마땅히 취할 수 있는 조치가 없다고 이 관계자는 설명했다.
행안부는 현재 성남시가 LH공사와 특별회계를 어떤 경위로 구성했는지부터 파악해 봐야 특별회계에서 빌려쓴 금액의 변제 방안이 정리되는 만큼 성남시가 판교특별회계를 설치해 운용한 내용에 대해 사실 관계를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