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감독은 이번 영화에 ‘안양’이라는 한 도시의 성장과정을 담아, 급속도로 현대화된 한국 도시의 역사와 현재를 조명할 계획이다.
영화는 ‘문화재와 역사’, ‘근대화의 기억’, ‘생산과 일’ 등 모두 8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다. ‘문화재와 역사’를 통해 만안구 안양사 중초사지(安養中初寺地)터를 발굴하는 60일간의 과정을 필름에 담고 이곳에 기거하는 비구니 스님의 담담한 일상을 쫓는다.
또 근대화의 기억을 주제로 한 ‘그린힐’에서는 지난 1988년 22명의 여직공의 목숨을 앗아간 섬유봉제공장 화재사건의 생존자를 찾는 과정을 담는다. 이를 통해 지금의 풍요가 과거의 희생을 바탕으로 세워졌음을 보여줄 계획이다.
이번 작품은 촬영 아이템부터 등장인물, 배경음악 등 모든 제작요소에 시민들이 직접 참여한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등장인물 대부분을 안양예고 학생들과 지역 근로자로 캐스팅했다.
영화음악도 안양 출신 연주자의 음원이나 지역 음악 동호회가 직접 부른 노래를 사용하는 등 시민참여를 이끌어내고 있다.
박찬경 감독은 “기존의 국내 공공예술 개념은 예술가들이 시민에게 작품을 제공하는 형식의 한계를 갖고 있다”며 “시민이 직접 등장인물이 되거나 영화의 완성 요소를 지역민이 만든다는 점에서 공공예술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작품은 오는 9월 4일~10월 31일 안양시에서 펼쳐지는 APAP 2010 기간 중 안양의 공원을 비롯한 공공장소에서 볼 수 있다.
한편, 박찬욱 감독의 동생인 박찬경 감독은 사회정치적 이슈를 사진과 다큐멘터리, 비디오, 설치 등 다양한 미술언어로 표현하며 활동하고 있다. 주요 작품으로는 ‘세트’, ‘독일로 간 사람들’, ‘파워통로’, ‘비행’, ‘신도안’ 등이 있다. 포럼 a'의 편집자와 대안공간 풀 디렉터, 저널 볼의 편집위원 등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