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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가는농업경영인] 23. 삼흥농장 이형만 대표

 

예로부터 개성인삼은 ‘특 등급’ 일품 인삼으로 거래됐다. 현재 북한 당국은 북한산 개성고려인삼을 내세워 대만의 부유층을 판매처로 건강시장 진출에 힘쓰고 있다. 북한산 개성삼은 대부분 6년 근이다. 속일 수가 없다. 성분 분석을 해보면 다당체와 사포닌의 함량 비율이 여느 지역산과는 다르다. 그 만큼 몸에 좋다는 말이다.

삼흥농장(파주시 금촌동 74-1)에서 지난 1982년부터 인삼을 재배해온 이형만(55) 대표의 농사에 얽힌 스토리는 슬펐다. 이 대표의 농장은 민통선 안에 있다. 수원에서 삼흥농장행 차를 타는 순간, 난생처음 통일대교를 건너야 한다는 경기도농업기술원 김현기 선생의 말을 들어야 했다. 분단 조국의 상징인 통일대교. 그곳은 가슴 아픈 우리 민족의 서러움과 비애, 통일염원의 정서가 고스란히 담긴 곳이다.

강변북로 자유로를 지나 판문점 7㎞ 전 통일대교 검문소에서 현역 군인들이 차량과 인원의 출입을 통제했다. 다행히 평소 버릇처럼 지갑에 주민등록증을 갖고 다녔기에 망정이지 기자증으로는 통일대교 통과는 불가했다.

함께 온 일행 중 한명이 신분증이 없어 차량 뒤 짐칸에 숨었지만 다행히 군인들의 눈에는 띄지 않았다.

삼흥농장으로 가는 길은 멀고도 험했다. 인적은 드물었고 군용 차량과 병력이 훈련 준비 때문에 도로를 장악하는 통에 이 땅이 분단국이라는 걸 새삼 깨닫고 있었다.

농장 입구에서 이 대표가 우리를 맞았다. 그의 농장 너머는 이북이다. 개성인 것이다. 개성인삼과 같은 생장 조건에서 삼흥농장 인삼들은 평안히 자라고 있었다. 첫 인사를 나누자마자 마루에 앉아 그의 농장 인생 역경 스토리를 들어봤다.

197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삼흥농장의 초창기 무렵이다. 이 대표는 이곳 15만 평 대지위에 씨를 뿌렸다. 깻잎과 콩으로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당시 시장에서 이들 작목은 시장성이 떨어졌다. 그래서 그는 아버지에게 부탁했다. 몸은 힘들지만 농사를 지으면서 돈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작목은 무엇일지 추천해 달라는 것이다.

그 길로 아버지는 금촌면에 있는 인삼조합에 다녀왔다. 당시 인삼 재배가 농가 소득 증가에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을 이 대표 아버지가 알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가 생겼다. 초기 투자비가 너무 비싸다는 것이다. 깻잎과 콩 재배로 날려먹은 돈을 갚기에도 빠듯한 살림인데 이 대표는 9만9천㎡에 3억원이 필요하다는 조합 사람들의 말을 믿지 않았다.

“9천900㎡에서 시작해 인삼을 기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인삼 뿌리나 잎이 자꾸 생장 부실증상이 걸리는 겁니다. 이대로는 않되겠다 싶어서 조합을 찾아갔더니 방법이 없으니 흙을 다 버리고 새로 바꾸라는 것입니다”

그는 망연자실했다. “이번에도 포기인가. 이럴 순 없다. 어떻게 시작한 인삼 농사인데…”

그는 포기와 포기 속에 좌절을 희망으로 일구어야만 하는 절박함이 있었다. 그래서 그의 3형제는 농사에 합세했다. 당시 인삼밭은 지뢰 같은 살상 무기가 도처에 널려 있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불상사가 터졌다. 그의 동생 형일(52)씨가 그만 지뢰를 밟은 것이다. 그의 오른쪽 팔과 다리가 잘려나갔다. 당시 핵물질 성분이 그의 몸에 박혀 이 대표의 동생은 정말 죽다가 살아났다.

“동생에게 너무 미안했습니다. 그래도 그 동안 다시 재기에 성공해 결혼도 하고 우리 형제가 이 만큼 행복하게 인삼을 재배하는 게 소원입니다”. 그의 막내동생 형철(48)씨도 얼마 지나지 않아 농사에 합류했다. 삼흥농장 삼형제 이야기는 이렇게 해서 시작된다.이 대표가 동생과 함께 인삼을 재배하면서 친환경 무농약 인삼재배의 꿈을 갖게 된 건 불과 몇 년 되지도 않았다.

당시 그는 파주시농업기술센터가 주관하는 농업대학에 참여했다. 인삼과정에 참여하는 수강생과 함께 인삼 재배 기술의 노하우를 공유했지만 속에는 뭔가 허전한 구석이 있었다.

“도전과 희생이 필요했습니다. 인삼 재배가 워낙 규모의 농업이다 보니 실패 위험이 큰 친환경 무농약 인삼 재배는 그 만큼 결단이 필요했던 것입니다”

그의 농장은 전국 인삼 농가에선 7번째로 친환경 인증을 받았다. 경기도에선 처음이다. 그의 손에는 항상 성분 분석기가 있다. 인삼 밭의 토양과 수분 성분을 수시로 분석하고 검증하는 게 인삼 농사 성공의 철칙이다.

“삼의 종류에는 산삼과 인삼, 장뇌삼이 있는데 모두가 DNA성분이 달라요. 중요한 건 삼의 향기입니다. 친환경 인삼 인증을 통해 전국의 인삼 농가에 기술을 보급하는 것이 꿈 입니다”

그의 꿈은 이미 차근차근히 진행형이 되고 있었다. 그의 옆에는 동생 두 명 이상으로 귀한 아내 윤혜선씨가 있기 때문이다. 부부는 금술이 좋아 보였다. 인터뷰를 마치고 식사를 하던 중에도 이 대표는 “다시 태어나도 아내와 결혼할 꺼예요”라며 애처가임을 나타냈다.

이들 사이에 태어난 자녀는 모두 5명이다. 장녀인 현경(31). 용주(30), 경주(28), 진아(25)가 딸이고 아들은 가장 막내로 중학교에 다니는 원주(15)다.

어느 누구하나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겠지만 그래도 가장 귀여운 게 막내 아들 원주다. 그는 원주에게 인삼농장을 물려줄 계획이다.

“통일이 오면 이곳 삼흥농장이 개성인삼을 넘어 파주개성인삼의 명맥을 잇고 국내의 대표적인 친환경 유기농 인삼으로 인증 받아 많은 소비자들에게 사랑받는 것이 아들 원주와 함께 이뤄나갈 과제입니다”

삼형제가 일궈나가는 삼흥농장의 내일은 어김없이 찾아올 것이다. 욕심 없이 그저 인삼의 역사와 전통을 잇겠다는 이들 삼형제와 이 대표 가족의 소명의식과 다짐 속에 농장 하늘 위 태양은 그렇게도 다가오는 가을을 향해 자신을 불사르고 있었다. 삼흥농장: ☎(031)941-2574

‘1등 되겠다’는 목표의식·겸손함 최고의 친환경 인삼재배 원동력

- 경기도농업전문경영인으로 선정된 이래 7년이 지났다. 유지 비결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 한 분야에서 1등이 되겠다는 목표 의식과 겸손함이다. 파주 인삼 농가에서 전문경영인으로 선정되면서 자부심이 컸다. 지역에도 참여의 폭을 넓히면서 파주개성인삼축제와 파주장단콩축제 등 지역농산물의 전시와 판매에 참여해 파주 농산물의 명품 브랜드화에 기여하고 농업전문CEO연합회 조직 육성에도 참여해 왔다.

- 농장의 성공 비결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 삼형제의 혼연일체 노력이라고 본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내의 내조와 노력이 크다고 생각한다. 아내와는 군복무 시절 병장 때 외박을 나와 잠깐 본 것이 결혼의 계기가 됐다. 당시 어머님 뜻이 워낙 강하셔서 결혼은 해야 했는데 애인이 있었다. 하지만 아내와의 첫 만남에서 성품을 보고 반했다. 만나고 상견례, 결혼까지 3개월이 걸렸다. 5명의 자녀를 낳아 길러주고 농장을 함께 일궈준 아내가 너무 고맙다. 어떻게 보답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지금처럼만 늘 한결같이 대해주고 싶다.

- 향후 농장 운영의 청사진이 있다면.

▲ 후계구도를 정해야 한다. 막내 아들 원주와 이야기를 많이 나눈다. 또 인삼밭에 친환경 무공해 인삼 인증을 이미 받았다. 이를 유지하고 발전하는 게 중요하다. 1년에 1~2차례 검사를 받는데 항시 긴장 상태다. 성분분석기를 들고, 항상 인삼밭을 다니며 점검하고 있다. 파주시농업기술센터가 그 동안 많은 도움을 줘서 너무 감사하다. 센터와 함께 쉽지는 않지만 이 같은 친환경 인증 인삼 재배 기술의 전국 농가 보급을 위해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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