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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가는농업경영인] 29. 점터농장 정기설 대표

청적지역서 자라는 무항생제 닭, 소비자 신뢰 키운다

 

요즘 동네 곳곳은 이른바 치킨전문점 전성시대다. 주택가는 물론이고 대로변 어디를 가도 치킨가게가 보인다.

치킨은 기름에 밀가루 반죽된 닭고기를 튀겨 양념 및 소스와 함께 조리된 요리를 말한다. 만들기도 쉽다. 그래서 명퇴자나 자영업을 희망하는 사람들의 창업 1순위가 닭고기 집인 것 같다.

보통 병아리가 알에서 부화해 깨어나 30일 가량 되면 1~2㎏ 정도의 성계가 된다. 그런데 오늘날 닭고기 전문점은 대부분 마니커나 하림 같은 육계 전문 대기업으로부터 공급받는다.

이들 업체는 하청 방식으로 닭고기를 육계 농장으로부터 납품받는다. 하지만 모종인 엄마 닭의 수명 연장과 달걀 생산을 풍부하게 하기 위해 항생제를 쓰는 게 문제다.

결국 항생제로 찌든 병아리가 태어나고 하림과 마니커 측은 육계 농장과 계약을 맺어 4~5만 마리의 항생제 병아리를 공급한다.

한 달 이후 다 자란 닭은 다시 이들 업체에 공급된다. 항생제를 쓴 병아리들의 치사율은 7% 정도지만 그나마 항생제를 쓰지 않으면 치사율은 더 높아진다. 항생제는 필요악인 셈이다.

용인시 처인구 백암면 석천리 509번지에서 17년 째 육계 전문 ‘점터농장’을 운영해온 정기설(53)씨는 육계 업계의 이 같은 항생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 동안 숱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는 항생제를 쓴 병아리가 결국은 다 자라 사람이 닭고기 형태로 섭취하게 되면 그 폐해가 사람에게로 돌아간다고 주장했다. 대량 생산, 증식 같은 돈벌이 용 방식의 부메랑이 다시 사람에게로 날아간다는 것이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 대표는 정공법을 택했다. 용인시농업기술센터의 도움을 받아 축산물미생물제(생균제)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생균제의 효과는 놀라웠다. 농장의 암모니아 가스는 물론 황화수소가스 등 악취 제거는 물론이고 육계의 면역력을 높이는데도 큰 효과를 나타냈다.

생균제란 항생제와 반대되는 개념이다. 장내 미생물로서의 기능을 발휘해 가축의 장내미생물 균총의 안정과 사료효율의 증가, 내병성증대 효과가 있는 농업기술이다.

정 대표는 생균제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했다. 자신의 농장에 도입한 결과 노하우를 살려 바닥 껍질을 연속 2~3회 사용하는 연속육추 실시와 전면육추를 병행해 육계의 질병 차단과 운영비 절감을 이룰 수 있었다.

현재 정씨는 기능성 닭고기 개발에 몰입하고 있다. 닭도 육질로 평가받겠다는 것이다. 그는 일반 닭에 비해 지방이 적고 콜레스테롤이 적은 닭고기를 업계 최초로 생산, 주목받고 있다.

이어 정 대표가 도전한 것이 인근 육계 농가와 함께 전국 최초로 HACCP 인증을 받는 것이다. 해썹은 예방적인 제도로 닭고기 생산에 있어 화학적 생물학적 유해요소로부터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조류 독감 차단은 물론이다.

그는 이미 지난 2005년 경기도농업전문경영인으로 선정됐다. 지난 1994년 무허가 하우스로 육계 3만 마리로 닭 농장을 꾸린 그는 육계 분야에서 존경받는 농업전문경영인이다.

육계 농장을 시작하기 전 그는 지난 1975년엔 양돈업에 발을 딛기도 했다. 현재 그의 육계 농장 규모는 2천512㎡로 최대 6만 마리의 병아리를 키울 수 있다.

지난 2001년 1m가 넘는 눈이 내리면서 한 때 농장 운영에 위기가 찾아왔지만 이후 지속적인 시설 보강과 개선으로 지금은 양질의 닭고기 생산 시설을 갖추고 있다.

정 대표의 육계 농장이 내려다보고 있는 조비산에 얽힌 설화가 있다.

경남 김해 봉화마을의 부엉이 바위 같이 생기기도 한 조비산의 바위는 황토색이다. 그곳에서는 해마다 서너 건의 자살사고가 있단다.

그런데 때로는 자살을 결심한 사람이 포기하고 내려오는 경우도 있다. 정 대표의 육계농장에서 자라는 수 만 마리의 병아리들 때문이다. 이들의 울음은 생명에 대한 본능을 자극한다.

아기의 울음소리가 그렇듯 병아리 울음소리는 생사의 길목에서 생의 길로 사람들을 안내하는 것이다.

정 대표는 “이곳은 반딧불이가 여름 가을밤을 수놓을 만큼 청정지역”이라며 “육계업계에서 무항생제 기법으로 소비자들로부터 신뢰 받을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그는 아내 유병향(54)씨 사이에 1남 1녀를 뒀다. 장남인 상현(29)씨는 호주 시드니 공대에서 물(水)분야를 전공했다. 그는 아내에게 늘 미안하다. 정 대표의 어머니이자 시어머니를 7년 째 병수발해오느라 이미 몸은 골병이 났기 때문이다. 그런데 엄살도 못피운다. 용인시에서 주는 효부상을 수상했기 때문인데 그래도 정 대표 부부는 이런 추억으로 함께 도우며 살아간다.

그의 고민은 정작 다른데 있다. 바로 후계자다. 아들 상현씨가 아직까지 아버지의 뜻을 이을 생각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의 육계농장은 아내가 아니면 딸에 의해 계속 운영될 것이다.

“아들은 이미 자신의 삶의 방향을 정했습니다. 제가 간섭할 성질은 아닙니다. 하지만 우리 농업의 본질적인 가치와 의미, 정신은 분명히 계속 이어져야 합니다.” 문의: 점터농장 ☎(031)333-4241



※ 인터뷰

 



- 육계 농장 경영의 성공 비결이 있다면.

▲ 혼자의 힘보다는 협력했다는 점이다. 전문가의 도움이 절실했다. 그래서 과감히 받아들였다. 결과는 좋았다.

아직 진행형이지만 기능성 닭고기가 완성될 때까지 변화를 계속 추구할 것이다.

- 육계 농가가 당면한 문제는 무엇인가.

▲ 병아리를 키워서 성계까지 다시 닭고기를 공급하는 모든 과정이 쉽지 않다. 정부 지원도 전무한 상황에서 육계 농장은 자력으로 모든 일을 헤쳐나가야 할 때가 많다.

특히 올 여름 폭염이 기승을 부려 인근 육계농가의 닭들이 폐사하는 경우도 있었다. 보험에 들지 않았기 때문에 보상도 받지 못했다.

- 앞으로의 계획은.

▲ 기능성 닭고기가 식품안전테스트에 통과해 국민 모두가 질 좋은 닭고기를 먹는 시대가 오기를 희망한다.

그 동안의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육계 분야의 발전을 위해 헌신하겠다. 또한 경기도농업전문경영인으로서 육계 농장 기술력을 높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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