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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가는농업경영인] 31. 화훼 육묘장 화성 우성원 박조한 대표

특성화한 ‘호접란’ 육성으로 FTA, 이상기후 파고 넘는다

 

“지금 화훼 산업은 위기입니다. 돌파구를 찾지 않으면 공멸 할 수도 있어요.”

화성시 문호동 624-3에 위치한 화훼육묘장 우성원의 풍경은 한 폭의 수채화 같았다.

이런 아름다운 곳이 기실 예전에는 바다였다는 것을 누가 믿으랴. 지난 1970년대 간척사업을 시작으로 이곳도 갯벌에서 다시 벼와 과실들이 자라는 풍요의 대지로 탈바꿈했다.

또한 이곳은 평화 그 자체다. 선선한 가을바람과 바닷바람이 합쳐져 내뿜는 자연의 선율은 클래식 음악을 듣는 것처럼 감상에 빠지게 한다.

앞으로 이 일대는 세계적인 테마파크인 유니버셜 스튜디오 등 대형 엔터테인먼트 산업지구(화성송산그린시티)로 지정 돼 개발되는 청사진도 실현될 예정이다.

그런데 이곳에서 지난 1994년부터 화훼 분야에 종사해온 ‘우성원’ 박조한 대표이사(43)는 요즘 밤잠을 설친다. 지난 3년 전부터 전 세계적 금융 위기로 덩달아 화훼 산업도 된서리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의 입엔 늘 변화와 개혁이 꼬리를 문다. 또 그의 어조엔 진심이 베여있었다. 무엇보다 올 초 폭설과 여름 철 국지성 호우로 인한 이상기후가 큰 고민거리다.

시설 원예 특성 상 외부 기후 변화에 그 만큼 민감해 매출액 상승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비료 등 각 종 자재 가격이 30~40%나 올랐다.

상토와 농약 화분 가격이 나날이 뛰다보니 서류상 매출은 많아도 소득이 없다. 그래서 사람도 쉽게 고용하지 못한다. 대부분 화훼업이 가족 형태의 운영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문제는 앞으로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이미 시설 비닐하우스에서의 화훼 산업은 원가 대비 경쟁력을 잃었다. 돌파구를 찾아야만 한다.

0.5㏊ 규모인 그의 육묘장에는 현재 포인세티아 수십여 만 송이가 자라고 있다. 주로 가을부터 겨울 사이 자라는 포인세티아는 지조를 지키는 한 가문의 아름다운 여인네처럼 울긋불긋한 표정이다.

원산지는 멕시코와 중미 지역으로 습기가 있고 축축해 나무가 무성한 계곡과 바위가 몰린 구릉에서 잘 자란다. 주로 관상용인 포인세티아는 박 대표에게 자식 같은 소중한 존재다.

하지만 가격이 문제다. 대중화된 화훼종이다 보니 여타 작목과 비교해 가격 경쟁력이 약하다.

특히 향후 중국와 자유무역협정(Free Trade Agreement)이 체결되면 국내 화훼 시장은 격랑의 파고로 빨려 들어간다. 가격 경쟁력이 강한 중국산 화훼종은 국내 화훼산업에게 어떤 도전과 응전을 요구하는가.

박 대표는 이러한 농업 환경의 급격한 변화에 발맞춰 비장의 카드를 갖고 있다. 무엇보다 그는 특성화한 화훼종을 육성할 계획이다. 기존의 봄 여름철 카네이션, 가을 겨울철 포인세티아라는 공식을 깰 계획이다.

대신 고급스러운 자태를 뽐내는 호정란을 키워 특정 소비 계층의 선물과 기호에 맞춘 화훼 상품을 개발할 계획이다.

시작이 원래 어렵다. 그래서 그는 삼고초려 끝에 화성시 화훼연합회 박정근 회장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그를 멘토 삼아 박 대표는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는 것이다.

“올해 이상 기온으로 30% 정도의 매출이 감소한 상황에서 이미 저희 농장도 구조조정에 들어갔습니다. 호접란을 통해 활로를 모색해야만 앞으로 이 분야에서 지속가능한 운영과 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습니다.”

그의 결심의 배경엔 이처럼 안팎의 산적한 도전 과제가 널려있다. 그러나 그는 자신 있다. 이미 네델란드(절화)와 일본, 덴마크(소형 분화) 등 화훼 분야의 종주국과 전 세계적으로 우수한 다국적 화훼 분야에 대한 현장 체험과 시장 분석을 마쳤기 때문이다. “이미 네델란드의 종자 회사들은 서로 합병을 통한 새로운 수요 창출을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우리나라 화훼 산업도 이제 경쟁력을 갖춰야 합니다.”

그의 절박함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지역의 젊은 농업인들과 항상 고민을 공유하고 대안을 함께 모색하려는 노력도 진행형이다.

그는 함께 걸어가기의 중요성을 알고 있다. 원래 독불장군은 없다하지 않았던가. 그래서 그는 지역의 화훼 연합회에서 총괄이사를 맡아 활동 중이다.

또한 화성시와의 유기적인 협조 체제를 구축해 화성시농업기술센터와 함께 해마다 6~7월이 되면 예산 계획 수립에서부터 농민과 화성시가 함께 머리를 맞댄다.

시 농정과는 이런 낮춤 행정의 결과로 화성 꽃전시회 등 지역 대표적인 축제 행사도 가진다. 그 중심엔 박 대표가 늘 있었다.

당면한 현실은 녹록치 않지만 그가 견딜 수 있는 건 가족이 있기 때문이다.

그의 아버지는 70대 고령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그의 농장에서 포인세티아 피트모스(흙) 작업에 열심이다. 사실 그가 화훼 분야에 종사하게 된 계기가 바로 아버지로 인해서다.

아내도 소중하다. 충주 연암대학 원예과 4년차 후배인 아내 이언영(39)씨와의 인연도 흥미로웠다. 당시 도시농업에 관심이 많았던 서울 강남 출신의 장모님이 딸을 대학에 진학시키면서 만나게 된 케이스. 박 대표 본인도 강남에 살았다고 하니, 애초부터 부부의 연이 맺어지려고 그렇게 인생의 경로가 흘러왔던게 아닐까.

박 대표는 영농후계자를 세우는 것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 대안으로 두 아들 중 둘째인 종관(12)에게 화훼 일을 맡길 계획이다. 첫째인 종규(16)는 관심이 없으니 말이다.

“우리 화훼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앞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진정한 화훼의 가치를 느낄 수 있도록 이곳 화성에서 생을 마감하는 그날까지 농업인으로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화훼 산업을 고민하는 한 농업인으로서 이날 그의 인터뷰 발언은 내내 진지하고 진솔함이 느껴져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들었다.

※인터뷰

 



연말부터 농장 구조조정 돌입 신품종 상품화·판로개척 온힘

- 육묘장의 구조조정, 왜 중요 한가.

▲ 생존을 위해서다. 불가피하다. 개방화와 지구온난화라는 안팎의 험난한 도전과 엄중한 시장 현실에서 우성원도 개혁을 해야 한다. 그래서 지금의 작목을 바꿔 호접란으로 승부할 예정이다. 호접란은 소비 계층도 한정 돼 시장 수요가 지속적으로 창출될 것으로 믿는다.

- 호접란 재배 기술 전수도 쉽지 않을텐데.

▲ 화성시 화훼연합회 회원 농가들은 인간미가 넘치는 농업인들이다. 86개 농가 누구하나 독점하거나 배타적이지 않다. 특히 박정근 연합회 회장이 아니었더라면 나의 이런 계획은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다. 그 만큼 호접란 재배 기술이 정교하고 복잡하다. 이 자리를 빌어 박 회장에게 감사를 드린다.

-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 올 연말부터 구조조정 계획을 추진하기 위해 발벗고 나설 것이다. 가족의 협조도 필수다. 박정근 회장을 통해 꾸준히 호접란 재배 및 관리 기술을 배우고 상품화 및 판로 개척에도 힘을 쏟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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