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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가는농업경영인] 32. 평택 평산농원 신현성 대표

최상의 품질로 소비자 행복 두 배로…

 

천성이 농부라는 사나이가 평택에 있다. 인생의 경로 중 첫 단추가 어디든 중요한 법. 농사일로 사회에 나왔다면 사회를 나가는 것도 농사로 매듭짓는 게 보통이다.

평택시 죽백동 361-1, 6만여 ㎡에 이르는 배 밭에서 2대 째 배 농사를 지어온 평산농원 신현성(55)대표는 처음부터 농사를 하고 싶지 않았다.

아버지때부터 시작한 배농사는 그에겐 운명이였다. 선택할 수 없었다. 그저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도 사실 직장 생활이란 것을 해보고 싶은 마음은 있었다.

그래서 한 때는 지인을 통해 지난 1970년대 서울의 워커힐 호텔에 면접을 보러 갔었다. 하지만 면접관이 하는 말은 예상을 초월했다.

외모와 신체를 보아하니 농사가 제격이고 농사처럼 사람들을 이롭게 하는 직업도 없다는 것이다. 그는 당시 직감했다. 농사짓는 것이 자신의 숙명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 27살 때인 지난 1982년부터 수년 간 마을일을 도왔다. 새마을 지도자회라는 곳에서 마을 청년들을 선도 지도자로 선정해 일꾼 부려먹듯 마을 바닥 콘크리트 포장과 하수도 관로 공사에 투입했던 것이다.

그는 불만이 없었다. 그저 젊은 몸 하나로 땀 흘리고 잠시 힘들면 다수의 마을 사람들이 편안해 질 수 있다는 생각 밖에 없다.

작업이 끝나고 그가 받은 대가는 표창장 한 장 뿐이다. 2년간의 수고 치고는 초라한 당근이지만 그래도 농부로서 지역사회에 봉사했다는 마음만으로도 흐뭇하단다.

그런 사나이가 반려자를 만났다. 평택과 이웃한 안산시 양성면에 사는 1살 연상의 여성이다. 그는 아내도 그렇게 운명처럼 맞았다. 아내 권화순(56)씨와의 백년 화촉은 온 마을 사람들과 친지들이 모인 가운데 환하게 밝혀졌다.

이들 두 사람이 일군 배 밭은 풍성함과 자연의 순수함 그 자체다. 에덴의 동산에서 선악과를 따먹은 아담 이브가 원죄의 멍에를 지었다면 신씨 부부는 배 밭의 배를 따 먹으며 자식을 낳은 죄(?)로 평생 노동의 고통을 떠안아야 했다.

하지만 부부는 행복했다. 해마다 9월부터 출하되는 신고 배는 구릿빛 빛깔에 당도 또한 으뜸으로 물도 가득 차 있었다. 아이 머리만 한 배를 한 입 가득 베어 먹으면 행복 그 자체다.

부부가 한 해 배 농사로 얻는 소득은 4억 원에 이른다. 이 중 인건비와 경영비를 제외해도 1억 원이 넘는다. 자연이 주는 풍성함으로 농사를 지으면서도 부부는 넉넉하게 모자라지 않게 살고 있는 것이다.

건축 회사에 다니는 장녀 신은주(30)씨는 이 부부의 든든한 재산 목록 1호다. 누구와도 바꿀 수 없을 만큼 소중한 딸이다. 곧 있으면 결혼을 해 떠나보내겠지만 장녀가 부부에게 주는 기쁨은 컸다.

둘째 딸도 있지만 장녀는 장녀다. 셋째인 호철(26)이는 지금 농사일에 관심이 없다고 한다. 그래서 신 대표가 겪는 영농후계자에 대한 고민은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호철이도 조만간 대학 문턱을 떠나 극심한 사회의 취업 경쟁 속에 정체성을 잃은 자신의 모습을 깨달으면 곧 농장으로 되돌아 올 것으로 신 대표는 확신하고 있다.

신 대표 부부가 사는 법은 간단하다. 배 농장에서 함께 평생을 나아가는 것. 배 수확을 거들고 있는 마을 주민들도 신 대표 부부와 배 수확에 있어서 한 마음 한 뜻이다.

맛 좋고 신선한 평택 배로 평택시민과 경기도민, 전국의 소비자들에게 웃음을 주는 것 말이다.

그래도 신 대표가 후회하는 것이 있다. 배 농장에서 청춘과 열정을 바친 부모님에 대한 추억과 불효 때문이다. 신 대표의 아버지는 물론 어머니 이순례(76)씨는 평생 농사일 만 해온 촌로였다. 그래도 자식만큼은 잘 키워야 되겠다며 손과 발이 다 닳도록 고생을 했다.

신 대표는 “부모님께서는 배움이 없으면 농사도 짓지 못한다”며 “늘 엄격하였지만 본인이 먼저 솔선수범하며 배 재배 기술 전수와 노하우를 가르쳐 주셨다”고 회고했다.

지난 9월 태풍 곤파스로 신 대표의 농장도 많은 피해를 입었다. 낙과율만 20%가 넘어 올해 작황은 지난해 보다 나쁠 것이란 우려로 그는 요즘 밤잠을 설치고 있다.

그래도 그에겐 희망이 있다. 최고의 품질을 자랑하는 평산농원의 배를 통해 사람들에게 기쁨과 웃음을 주는 것 말이다.

인터뷰를 마치고 나니 벌써 정오가 됐다. 농장 중간에 위치한 오두막에는 아낙네 서너명이 벌써부터 식사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들밥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다. 향긋한 산나물 무침에 돼지고기 두루치기, 흰 쌀밥과 김치, 그리고 숭늉까지 반찬은 간소했지만 맛은 꿀맛 같았다.

배농사를 짓는 농부의 심정이 이런 것인가, 신 대표에겐 미래가 있었다. 평산 농원에서 꿈꾸는 그의 꿈을 희망으로 바꾸기 위해 그와 아내, 마을 사람들은 해질 녘 무렵까지 배 수확에 해가 지는지도 모르고 있었다.

“맛과 당도가 으뜸인 평산농원 배는 평택은 물론 대한민국에서 대표 배로 자리매김할 것입니다.”

※인터뷰

 



“농장 운영 전략 마련 집중 투자 할 것”

-평산농원 배의 특징은 무엇인가.

▲무엇보다 당도가 높다. 또한 종류별로 품질 인증을 거쳐 가격 대비 소비자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평택에서 난 배가 다른 지역 특히 나주 배 보다 으뜸인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소비자들로부터 신뢰받는 배를 생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농원을 운영하면서 겪는 어려움은 무엇인가.

▲기후 변화다. 올해도 온난화로 인해 기후가 예년 같지 않으면서 흑성병 같은 병해충이 배나무와 잎줄기를 공습해 생육 지장을 초래하고 작황 실적이 낮는 등 피해를 보고 있다. 평택시 기술센터와 평택시, 도농업기술원에서도 이 같은 어려움을 알고 대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들었다.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배농사를 지으면서 이미 충분한 소득은 얻었다. 이제 중요한 것은 투자다. 지속가능한 배농장 운영을 위해 전략을 짜고 고민 중이다. 아들 호철이에게 농장을 물려줄 생각인데 아직 본인의 생각을 몰라 고민이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 대를 이어 3대째 배농사가 이어지도록 노력할 것이다.

평산농원: ☎(031)654-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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