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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가는농업경영인] 34.‘서해대교 평택쌀’ 우신미곡농장 한상철 대표

‘논이 원하는’ 친환경 비료 사용 ‘경기으뜸이’로 우뚝 서다

 

“3년간 피터지게 싸웠지요. 결과는 참담했습니다.”

평택시 팽성읍 도두리 41-26, 이 일대는 지난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6년부터 집회와 시위, 농성이 끊이질 않았던 곳이다.

용산기지를 한-미간 정치적 군사적 이해관계에 따라 평온하던 대추리, 도두리 마을로 옮긴다는 소식이 전해지던 어느 날.

우신미곡농장 한승철(54) 대표는 망연자실했다. 이대로 가만있다간 수십 년 간 이루어온 벼농사 땅을 모조리 강제 수용당할 처지를 면치 못하리라는 운명을 직감했기 때문이다.

도두리에서만 26년 째 쌀을 재배해온 한 대표는 원래 지난 2005년 경기도농업기술원이 선정한 농업전문경영인이다. 마을 농민들 사이에선 지도자 부류에 속한다는 말이다.

그래서 그는 인근 대추리와 도두리 등 13개 부락 농민들과 머리를 맞댔다. 어떻게 해서든 농토가 수용당하는 것은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부족이다. 삭발을 하고 몸이 으스러질 정도로 전투경찰에 맞는 등 저항도 해봤지만 공권력의 힘 앞에선 작아질 뿐이다. 그래도 포기란 없었다. 평택 미군기지 이전 반대를 위해 시민사회에서 공동대책위원회를 세웠다. 이들과 함께 농민들은 한 목소리로 미군기지 이전을 반대했다.

하지만 이미 활시위는 떠난 상황이다. 지난 2007년 11월 13일 당시 국방장관이었던 김장수 전 한나라당 의원은 평택 미군기지 이전 기공식까지 가졌다. 이미 그해 3월 부지조성 공사가 시작된 평택기지 땅은 이 일대 농토 900여만㎡를 강제 수용했다.

완공 목표는 오는 2012년으로 정부는 평택시에 2020년까지 도시정비와 물류 관광 등 9개 분야 89개 사업에 18조원을 투입하겠다며 성난 농심을 달래려 했다.

당시 정부는 평택 기지 이전 사업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부지 매입과 동시에 주민들과 대화를 했다고 밝혔다.

한 대표의 주장은 달랐다. 그는 “결국 정부 뜻하는 대로 한미 동맹 명목 하에 많은 농민들이 삶의 터전을 잃고 뿔뿔이 흩어졌습니다. 다행히 저희 땅은 일부만 남아 오늘날까지 농사를 짓고 있는 거예요”라고 말했다.

운이 좋았다는 그의 말에 아직까지 미국 앞에선 한 없이 작아질 수밖에 없는 우리 정부의 초라한 모습이 오버랩 됐다. 아직도 한국은 군사경제 대국인 미국에 비해선 약소국인 현실인 까닭이다.

한 대표는 한 오라기의 희망을 잡기 위해 동분서주해야 했다. 투쟁으로 겨우 얻어낸 건 서해 당진에 대토였다. 강제 수용당한 농민들을 정부가 이주시키고 거기서 농사를 짓게 한다는 구상이다. 그래서 한 대표도 그 때부터 이곳 평택과 당진을 오가며 벼농사를 짓고 있다.

그와의 첫 만남을 위해 떠나는 길에는 무수한 덤프트럭과 장비들이 논 사이로 굉음을 내며 광활한 대지에 못질을 하고 있었다.

한 대표는 “이제는 지쳤습니다. 앞으로 두 곳을 오가며 농사를 지을 생각을 하니 막막하지만 그래도 평택쌀의 명성을 잇기 위해 포기하지 않겠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미 지난 2000년 경기으뜸이 쌀 생산 부문에서 경기도로부터 인증을 받았다. 또한 평택에서는 최초로 답리작 보리 재배를 시작했다.

이 기술을 인근 농가에 전파해 농가 소득 향상에 기여했다는 평도 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친환경 농업 실현을 위해 볏짚을 사용하고 요소 쌀겨 등을 추경에 시비, 상토를 쓸 때 유황가루로 농약 사용을 거의 하지 않는다.

특히 영농 규모화 및 생산비 절감을 위한 그의 노력은 남달랐다. 화학 비료 남용을 막기 위해 저인산 비료인 신세대 비료를 사용 및 보급하고 지난 1998년부터 농업기술센터의토양 검정실을 이용해 토양 주문형 BB비료로 효율성을 높였다.

그 결과 개인브랜드인 서해대교 평택쌀, 고유 포장재 활용 상품인 맥향, 도지사 인증 경기으뜸이 쌀 등으로 소비자들로부터 신뢰를 받고 있다.

이런 노력으로 그가 농사를 지어 해마다 얻는 수익만 1억8천500만원으로 그는 이를 바탕으로 지역 사회 봉사 활동에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이미 지난 2003년부터 한 대표는 농촌진흥청 작물시험장 명예연구관으로 위촉 돼 지역에 정보를 공유하는 등 농업 기술 전도사로 활동해 왔다.

또 농촌지도자회와 평택쌀연구회 등 단체를 통해 지역 농민의 화합에도 앞장섰다는 평을 받고 있다.

사실 미군기지 이전 반대를 위해 농민들을 모으는 데 동력 구실을 한 것도 그의 힘이 컸다.

정통 충청도 사투리를 구사하던 그의 이마엔 주름이 늘었다. 농업인으로서 그 동안 산전수전 다 겪었기 때문이란 짐작이지만 그래도 그에겐 사랑하는 가족이 있어 늘 든든하다.

아내 김명숙(52)씨와의 결혼은 그에게 두고두고 여생 동안 크나큰 활력으로 작용한다고 그는 말했다. 자녀 역시 그에겐 쌀 만큼이나 소중하다. 2남 1녀를 둔 한 대표는 해병대에서 군 복무 중인 아들 윤석(21)이 걱정이다. 장남 원석(23)이는 국문학도로 아직까지 농사일에 관심이 없지만 그래도 그는 두 자녀와 함께 미래 평택쌀의 길을 열어갈 것으로 확신하고 있었다. 문의: 우신미곡농장 ☎(031)691-0519

※인터뷰

 


“농업전문경영인으로서 역할·책임 최선”

-올해 경기도농어민대상 수상자로 결정됐는데 소감은.

▲기쁘다. 오는 4일 화성시 경기도농업기술원에서 시상식을 하는데 10개 분야 중 쌀 분야로 선정 돼 영광이다. 무엇보다 지역 사회 농업 관련 단체 회원과 평택시농업기술센터 등의 힘이 컸다. 앞으로 경기으뜸이 쌀, 평택쌀의 명성을 계속 이어나가겠다.

-미군기지가 이전으로 불편은 없나.

▲이미 각오했던 바다. 3년간의 싸움으로 많이 울고 지쳤다. 그래도 벼농사를 통해 희망을 찾는다. 공사 소음과 먼지는 예전에 비해 나아졌다. 하지만 이미 이곳도 외부인들이 땅을 사들여 대추리와 도두리가 예전의 명성을 잃지 않을까 걱정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경기도농업전문경영인으로서 역할과 책임을 다할 것이다. 평택시농업기술센터의 지원과 관심이 늘 감사하다. 병해충과 각 종 사업 지원으로 농사의 활로를 찾고 있다. 또한 두 아들과 남동생과 함께 힘들지만 보람 있게 벼농사를 이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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