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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가는농업경영인] 36. 버섯농업 1세대 화성 경화농산 박상훈 대표

방방곳곳 ‘비법 드라이빙’ 버섯 재배로 밝은미래 창출
79년 시작 재배 유통 생산 전과정 섭렵
배지 이동기구도 자체개발 편의성 높여

 

경화농산 영농조합법인(화성시 마도면 해문리 477) 박상훈(60) 대표는 경기도는 물론 국내 버섯산업 분야 원로그룹에 속한다. 이력을 보면 수긍이 갈 것이다. 그는 국내 버섯사의 1세대로 지난 1979년 수원시 율전동에서 처음으로 버섯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이후 박 대표는 이가 아니면 잇몸으로 해결한다는 자세로 버섯의 재배와 가공, 유통 등 전 분야에 걸쳐 두루 경험했다. 이 경험은 일명 암묵지(暗默知)로 불린다. 이른바 노하우로 통하는 암묵지는 문자나 화려한 수사로 표현될 수 없는 고유한 영역이다.

그의 암묵지에는 버섯 배양에 관한 세계 최고의 석학도 감히 넘볼 수 없는 고유의 이론과 재배법이 담겨 있다. 국내 최고 농식품 연구 기관인 농촌진흥청 버섯 연구사들조차 박 대표가 터득한 암묵지를 해독하지 못한다. 암묵지라는 독특한 차별성과 경쟁력을 확보한 그의 능력은 버섯 재배에서 단적으로 입증된다. 그의 1천500여㎡ 규모의 버섯 농장에는 신선하고 크기가 1.5배 이상 큰 느타리버섯 수백여 ㎏이 매일 자란다.

배양실과 생육실에 들어가 봤다. 스팀시설과 냉온풍 시설은 그가 수십 년 전에 이미 개발한 것이다. 당시 누구도 그에게 시설의 설계와 부품 제작, 조립, 실험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조언하거나 돕지 않았다. 오로지 그의 힘으로 숱한 시행착오 끝에 이룬 것이다. 특이한 것이 또 있었다. 바로 자라난 느타리버섯 배지를 담은 시설물을 각도 있게 오르내릴 수 있게 한 점. 이는 매일 재배해야 하는 버섯 농장에 인력문제를 해소하고 작업의 편의성을 높일 수 있다고 박 대표는 설명했다. 이 시설을 보고 이미 민간 업체에서는 특허까지 선점하려했으나 그의 불호령으로 유야무야된 사건까지 있었다. 정말 세상은 무섭다.

남의 귀한 암묵지와 아이디어를 노력조차 하지 않고 자기 것으로 가로채려는 그 못된 습성, 그는 이런 자본의 본성을 충분히 알고 있다. 그래서 그는 자본처럼 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자본에게 지지 않기 위해 그는 우직한 소의 걸음으로 한 분야에서 뚜벅뚜벅 걸어왔다. 남들은 효율이 떨어진다고 손가락질 할지 모르겠지만 그는 개의치 않는다. 특이한 건 느타리버섯의 생육 상태가 왕성하다는 점이다.

그는 “배지 상태의 버섯의 습도와 온도 등 생육 조건을 최적화 시켜주는 게 중요합니다. 버섯의 상태만 봐도 병균이 침입했는지 크기는 얼마나 될지 미리 알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에겐 콤플렉스가 있다. 바로 남들처럼 가방끈이 길지 않다는 점. 그래서 그는 남보다 수십배 더 노력했다. 그리고 어느새 그에겐 자신감이 생겼다. 학력과 능력은 비례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는 버섯 분야만 30년 넘게 한우물만 파면서 오늘을 살아가는 대한민국의 농업인 표본인 것이다.

그와 인터뷰를 하면서 떠오르는 인물이 송해(84)다. 송해는 올해로 전국노래자랑 사회만 30년 동안 맡았다. 전국적으로 다녀가지 않은 동네가 없을 정도로 그는 중년 이상의 세대에 친숙한 존재다.

그리고 연예계에서도 마찬가지다. 후배인 백남봉씨가 얼마 전에 세상을 떠났을 때 송해는 여전히 건재했다. 넉넉한 웃음과 인격 부푼 배를 자랑삼아 걸쭉한 사투리로 지역을 돌며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한다. 지역의 문화와 정서에 교감하며 그가 누린 명예와 보람은 경제적 가치로는 환산할 수 없을 것이다.

박 대표도 마찬가지다. 그가 터득한 버섯 재배의 암묵지는 전국의 농민들에게 전파됐다. 그는 트럭을 몰며 전국의 대학과 농업기술센터 등지로 버섯 재배의 노하우를 전수하러 다녔다.

그의 무대도 송해와 같다. 또한 버섯계의 원로로 마도면은 물론이고 경기도, 전국의 버섯재배 농업인들 사이에선 덕 있고 멋있는 큰형님으로 통한다.

그런 박 대표에게도 걱정이 없는 건 아니다. 바로 영농후계자 문제다. 자녀가 있지만 일찌감치 버섯 재배에는 뜻이 없었다. 그래서 그도 언젠가는 결단해야 한다.

박 대표는 버섯 재배에 진정으로 헌신하려는 의지를 갖는 누구에게나 농장을 물려줄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경제적인 이해를 떠나 버섯에 대한 애정과 열정이 없다면 쉽게 생각할 수 없는 일이다.

“국내 버섯 재배 기술은 이미 일본을 앞질렀습니다. 앞으로 은퇴하면 버섯연구소를 세워서 국내 희귀종 버섯을 재배해 버섯 육종 연구에 여생을 바치겠습니다.”

장인 정신으로 무장한 한 원로 버섯 농업인이 일궈온 과거에서 현재, 그리고 앞으로 펼쳐갈 미래의 비전은 무지개 피듯 선명한 모습으로 소비자들에게 다가올 것이다. 문의: 경화농산 ☎(031)356-7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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