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아내가 말했습니다
소리없이 웃었던가요
쓸쓸한 일이지요
처자 있는 사람이
젊은 여인과 친구가 되어 연인이 되어
그 시절을 견디었지요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것 같던 때였던가요
참담한 고통과 지극한 기쁨이
따가운 햇살과 서늘한 그늘처럼
함께했지요
불같이 뜨겁고 얼음처럼 차가웠던가요
가을은 가고 또 오는데
귀 밑에 늘어난 흰빛과
먼 하늘 바라보는 그림자 데리고
아직껏 길 위에 서 있네요
시인 소개:1956년 6월 4일 전남 나주 출생, 나해철성형외과의원 원장, 오월시 동인, 198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 ‘영산포’ 등단, 주요 저서, 시집 <무등에 올라>, 시집 <동해일기>, 시집 <그대를 부르는 순간 꽃이 되는>, 시집 <아름다운 손>, 시집 <긴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