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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카 카메라 역사 한눈에… 품격이 돋보인다

금장으로 치장한 렌즈 300여점·몸체 등 전시
1900년 초반~2000년대 카메라 변천사 소개
희소품 MD Post Summaron 등 눈길 끌어

 

■ 라이카 카메라 태동

소규모 현미경과 망원경 제조업체에 근무하던 에른스트 라이츠는 1869년 사주의 신임으로 회사를 이어받아 사명을 본인의 이름으로 고쳤다.

14년 뒤 유명한 광학회사에 일하던 오스카 바르나크가 라이츠에 합류, Leitz의 Lei와 Camera의 CA를 합성한 그 유명한 라이카(Leica)카메라의 태동을 예고했다.

제1차 세계대전 후 패전국인 독일은 경제적 불황에 빠졌고 라이츠사도 어려움에 처하자 돌파구를 카메라 제조에서 찾았다.

그로부터 85년 이라는 장구한 세월이 흐른 뒤 라이카는 명기의 상징물이 되어 1990대 후반 일본 여성들이 라이카를 액세서리로 목에 걸고 다닐 정도로 사랑받았다.

특히 대다수 카메라 제조회사들이 일본에 거센 파도를 견디지 못하고 문을 닫은 반면 라이카는 지금도 명품대접을 받고 있다.

"김종세 관장은 카메라 소형화의 선구자 역할을 한 라이카는 기계와 렌즈의 성능이 뛰어나 당시에는 독보적 위치였다며 그런 카메라를 한곳에서 이처럼 많이 볼 수 있는 곳은 국내·외를 통 털어 우리 박물관이 유일하다고 말했다."

■ 과천 한국카메라박물관 ‘Leitz와 Camera 만남’기획전

과천에 소재한 한국카메라박물관이 라이카 탄생 85주년을 기념해 ‘Leitz 와 Camera 만남’ 기획전을 열고 있다.

또 디지털 시대에 편리함과 빠름이 경쟁력이라고 여기는 우리에게 느림의 미학을 보여주려는 듯 옛날 카메라로 찍은 사진전도 함께 선보였다.

어느 전시회가 주어인지 모를 정도로 양쪽 모두 볼거리가 풍성하나 딱히 비중을 두자면 라이카 쪽에 무게추가 기운다.

라이카 카메라는 몸체 242점과 렌즈 300여점 인화 장비 30여점, 부속품 100여점으로 4각이나 타원형 유리 안에서 관람객을 맞이하고 있다.

이들 카메라는 김종세 박물관장이 30여년 세월 사업으로 번 돈을 투자해 모은 것들로 전 세계 컬렉터 중 물량이나 질량 면에서 으뜸이다.

연대는 190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까지로 박물관 1층에 발을 딛는 순간 라이카 카메라의 변천사가 한눈에 들어온다.

새색시처럼 곱게 단장한 전시물품 중 가장 오래된 카메라는 영화용 35mm 필름을 사용했던 1913년생 제품.

지금처럼 간편하게 들고 다니며 찍기엔 덩치가 너무 커 조금은 부담스럽다.

1925년생인 Leica IA Elmax는 라이츠가 만든 카메라의 시조로 막대모양의 조립식 레인즈 파인더 톱니바퀴를 돌려 거리를 측정했다는 점이 무척 흥미롭다.

자동으로 맞춰주는 디지털에 비해 불편하겠다는 생각과는 달리 그런 방식이 무척 정교했고 후드 하나 값이 현재 시판 중인 중상급 디지털카메라와 맞먹는다니 그저 감탄할 수 밖에 없다.

LeicaⅡ(1930년)는 최초로 렌즈파인더를 카메라에 장착한 것이고 사진기자용인 Leica MP는 몸체 하단에 연결된 방아쇠를 당겨 빨리 찍을 수 있는 장점을 지녔다.

1934년에 생산된 Leica 250 Reporter는 한번에 250매를 촬영할 수 있는 마거진을 장착한 것으로 그 중 전기모터 드라이브를 장착한 희귀 모델과 13대만 만들어 일반인들이 접하기 어려운 LEICA M4-P Half(1983년)도 선보였다.

라이츠사는 외국의 주문을 받아 카메라를 제작하기도 했다.

덴마크 왕세자 결혼을 기념, 하객 선물용으로 200세트를 만든 M6 Danish Royal Wedding(1995년)과 음악가 Bruckner의 서거 100주년을 기념한 M6 Anton Bruckner(1996년)는 희소가치가 매우 높다.

태국국왕 즉위 50주년에 만든 M6 Gold Thailand는 도마뱀 가죽을 입힌 데다 금장으로 치장, 품격이 돋보인다.

전시장에는 3개의 작은 왕관이 새겨진 IIIg Triple Crown과 필름 카운터가 60까지 된 희소품인 MD Post Summaron이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라이카는 전쟁터와 혹한지역과 사막, 남극 등 최악의 환경에서도 오작동이 없고 튼튼해 전쟁터에서도 요긴하게 사용되었다.

금속을 자르고 접어 만든 다른 카메라와는 달리 황동을 덩어리째 깎는 절삭가공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2차대전 후 미군이 애용했고 Leica KE-7A는 베트남 전쟁에 사용되었다.

지난 1일 서울에서 관람차 찾은 김한식(56)씨는 Leica M6 Post앞에서 한동안 발길을 떼지 못했다.

남아공 통신회사가 전화통화량 촬영용으로 주문한 카메라로 총 8대 생산했으나 지금은 2~3대만 남은 귀하디귀한 몸이다.

김 관장이 작심하고 2001년 영국 크리스트 경매에서 구입한 것이다.

김씨는 “카메라 마니아를 자처하는 나로서는 이곳에 와 정말 눈 호사를 하고 간다.”고 흡족해 했다.

박물관 지하 1층에서 열리는 ‘옛날 카메라로 찍은 사진전’은 한국클래식카메라클럽 회원들이 46점의 작품을 출품했다.

50년도 더된 클래식카메라로 담아낸 국내·외 풍경 색상은 디지털보다 색상이 뛰어나 이를 관람하는 관객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다.

1957년생 라이카Ⅲ로 어느 봄날 창경궁 모습을 촬영한 요효진 작가의 ‘봄빛’은 고풍스런 한옥 창문까지 드리운 솔잎에 봄기운이 녹아 흐른다.

잎사귀의 초록색과 소나무의 갈라진 수피까지 너무도 선명해 오래된 카메라로 찍었다는 것이 믿기 어려울 정도였다.

김종세 관장은 BessaⅡ Apo-Lathar(1953년)를 들고 중국 운남성 ‘다락논의 일출’을 담았다.

대지의 조각품으로 일컫는 다락논과 하늘은 온통 불그스레하고 태양을 등진 산은 자신의 뚜렷한 모습을 감춘 채 적막감이 감돈다.

또한 민병학 작가는 겨울 눈 덮인 의상대를 1955년 라이카 M3로 절묘하게 포착했고 한종언 작가는 40년이 넘은 카메라로 일몰 직전 영흥도 바다를 연출해냈다.

윤창호 작가는 농촌풍경을 흑백으로 정감 있게 표현했고 왕영조 작가는 MakinaⅢ(1949년)로 거센 바람에 가누지 못한 몸을 땅에 눕히는 보리의 역동적인 모습을 순간적으로 포착했다.

저학년 초등학생들은 방명록에 “사진 정말 이쁘다”, “갖고 싶은 게 너무 많아요.”라고 적었다.

관람객 정호진(46·과천시)씨는 “환갑이 넘은 사진기로 이토록 아름다운 사진이 나온다는 것이 믿기지가 않는다”고 했다.

김종세 관장은 “카메라 소형화의 선구자 역할을 한 라이카는 기계와 렌즈의 성능이 뛰어나 당시에는 독보적 위치였다”며 “그런 카메라를 한곳에서 이처럼 많이 볼 수 있는 곳은 국내·외를 통 털어 우리 박물관이 유일하다”고 말했다.

‘Leitz 와 Camera 만남’, ‘옛날 카메라로 찍은 사진전’은 오는 3월말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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