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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대지진] 열도에서는 ‘귀국걱정’ 반도에서는 ‘고국걱정’

日 이주민 외부출입 불안… 항공권 구입비용 없어 전전긍긍
국내거주 일본인 가족과 가까스로 연락 불구 걱정에 ‘울먹’

“불안해서 미칠 지경입니다. 일본에서 이루고 싶은 것도 많았는데, 모든 걸 포기하고 하루 빨리 한국으로 돌아갈 날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지난 2005년부터 일본 도쿄에서 거주하며 웹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는 박은주(32·여) 씨는 지난 11일 오후 규모 9.0의 대지진이 발생한 이후 불안에 떨고 있다.

가족 모두를 한국에 두고 홀로 일본으로 건너와 ‘JAPAN DREAM’을 꿈꿔온 박 씨는 지진발생 이후 모든 걸 떨쳐버리고 하루 빨리 한국으로 돌아오고 싶은 간절한 심정을 밝혔다.

지진 발생 당시 도쿄 이다와시 시내 중심가에 있는 8층 건물의 7층 사무실에서 일을 했다는 박 씨는 “지진 발생 당시 모든 유리창이 심하게 흔들리다 일부는 깨졌고 온갖 사무실 집기가 바닥으로 떨어져 직원들이 낙하물을 피해 바닥에 엎드렸다”며 “진동이 오후 3시쯤부터 10시까지 7시간 동안 계속됐지만 너무 심해 밖으로 나갈 엄두도 못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박 씨는 이어 “진동이 멈춘 뒤 주위를 둘러보니 지진에 익숙한 일본인들도 다리가 풀리고, 바닥에 구토를 하는 등 사무실 전체가 아수라장이었다. 나를 비롯해 모든 직원들이 패닉상태에 빠져 한 동안 엎드려 있을 수 밖에 없었고, 밖으로 나가면 더 위험할 수도 있다는 일부 직원들 때문에 붕괴될 수도 있는 건물 안에서 불안에 떨어야 했다”고 말했다.

지진 발생 다음날까지 사무실을 벗어날 수 없었던 박 씨는 날이 밝으면서 시가시나와사키의 집으로 돌아와 가족과 지인들에게 연락을 시도했지만 전화가 끊겨 연락할 수 없었고 지진발생 이틀이 지난 후에나 간신히 전화가 돼 가족들에게 무사하다는 연락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도쿄시내 일부가 정전돼 암흑세계에 빠진데다 후쿠시마 원전에서 방사능 유출사고까지 발생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외부출입에 불안을 느낀 박 씨는 13일 오후 생필품을 구하기 위해 집 근처 편의점을 찾았지만 생필품 품귀현상으로 참치캔 5개만 구할 수 있었고 현재 참치캔으로 끼니를 때우고 있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JAPAN DREAM’을 꿈꿨던 박 씨는 그동안의 고생이 허사로 돌아갔다는 아쉬움보다는 살아서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에 더욱 간절하지만 당장 한국으로 돌아갈 항공편도 구하기 어려운데다 항공권을 구입할 비용도 없어 전전긍긍하고 있다.

박 씨는 “은행에 모아둔 돈이 있긴 하지만 은행도 정상적인 업무가 되지 않고 계속되는 여진 때문에 밖으로 나가기도 불안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입장”이라면서 “부모님이 하루 빨리 돌아오라고 통곡을 하시지만 당장 돌아갈 수 없는 상황이 안타깝기만 하다”며 더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한국인과 결혼해 수원에 거주하고 있는 시시오 사토미(48·여) 씨는 “부모님이 피해규모가 가장 큰 미야기현에 살고 계시는데 3일째 연락이 되지 않는다”며 “그나마 일본 남쪽에 사는 여동생이 부모님과 토요일날 통화를 해 피난처로 대피해 있다고 들었다는데 그 이후로는 아무런 소식을 듣지 못했다”고 울먹였다.

수원에서 학원강사로 일하는 키타유치 따이또(30) 씨도 “가족들은 히로시마에 있고, 친구들은 도쿄에 있는데 다행히 연락은 됐지만 생필품이 턱없이 부족해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며 “원전 폭발로 방사능 유출이 걱정되는데다 앞으로 강진과 화산폭발도 있을 것이라는 예보가 있어 가족들을 모두 한국으로 데려올 지 고민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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