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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기획] 김준혁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

교양교육 강화 ‘인재 양성의 길’
후마니타스 인문학 교육 방향
공동체 문화에 깃든 인본사상
참다운 인간상 실현 궁극 목표

 

정조사상 愛民정신과 상통하죠

“정조(正祖) 사상의 근저(根底)에는 애민(愛民)정신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정조가 추구 했던 모든 정책과 행동은 바로 백성이 평화롭고 행복하게 사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는 신념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경희대학교 김준혁 후마니타스(Humanitas) 칼리지 교수는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는 정조를 말했다.

정조는 학자이자 개혁가로 널리 알려졌지만 그는 왕조의 군주였다.

왕에게 요구되는 기본적인 덕목이 ‘백성을 사랑해야 한다’는 것인 만큼 애민은 당연한 것 이다.

김 교수는 그러나 정조의 애민은 ‘신분적으로 평등하고 소외된 사람이 없는 공동체’에 기초한 것 이라고 설명했다.

조선조가 사농공상이 분명하고 양반과 평민, 노비라는 신분제와 위계질서가 엄격한 사회였던 점을 비추어 보면 파격을 넘어 혁명가적인 생각이다.

그는 이점에 대해 “사회의 지배적인 이념은 그대로 였지만 정조의 사상은 당시 사회를 규정하고 있던 지배계급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제도와 관습의 규제적 측면을 넘어서는 민간이 주체로 등장하는 새로운 공동체 문화의 발아와 맞물려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특히 정조가 학술적인 연구가 수준을 뛰어 넘어 이론을 현실에 적용하기 위한 방안을 강구하는 체계가(體系家) 였기 때문에 서민들이 주체가 되기 시작한, 인본에 기초한 자발적 공동체 사상이 태동하기 시작하는 시기에 한 발 앞서 나가는 파격적인 생각을 가질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 정조와 후마니타스 칼리지, 그 이질(異質)을 관통하는 인본(人本)사상

세계문화 유산으로 등록될 만큼 뛰어난 건축학적 가치를 인정받은 화성과 정조에 관한 전문가로 손꼽히는 김준혁 박사. 그가 새 봄을 맞아 화성박물관 학예팀장에서 대학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수원시가 미래상이자 도시 정체성으로 구상하고 있는 ‘화성과 정조를 핵심 테마로 하는 인문도시’를 만들어 갈 적임자라는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었다.

김 교수는 학계에 전공한 사람이 몇 되지않는 정조 전문가로 ‘조선 정조대 장용영 연구’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랬던 그가 어느날 갑자기 대학으로 자리를 옮긴다고 했다.

그것도 그가 평생을 함께 해야 할 정조와는 어딘가 생뚱맞은 느낌을 주는 라틴어 이름의 ‘후마니타스 칼리지’라는 이름의 경희대학교 교양 전담 기구의 교수다. 김 교수에게 정조 사상이 서양 고전을 위주로 할 것 같은 후마니타스 칼리지에 필요한 학문인가와 또 교양교육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물었다.

“후마니타스 칼리지는 ‘인간에 대한 이해’에 기본을 두고 있습니다. 이는 정조의 ‘애민 정신’과 상통하는 것입니다. 인간에 대한 사랑은 인간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야 하는 만큼 그 둘은 불가분의 관계입니다” 김교수는 정조의 사상이 바로 후마니타스가 필요로 하는 것 일 수밖에 없는 이유를 명료하게 설명했다.

그는 이어 후마니타스 칼리지의 목적은 ‘성숙한 공동체 성원’이라며 이것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후마니타스 칼리지는 국내 최초로 경희대학교가 지금까지의 취업 위주나 출세 지향적인 교육, 즉 기능적 지식에 의존해오며 훼손된 대학 교육의 본질적인 목적을 되찾기 위해 새로 만든 교양교육 전담기구입니다. 인문학을 바탕으로 교양을 갖춘 시민을 양성하면 그들로 하여금 주체적 의식을 가질 수 있게 할 수 있습니다. 이는 내가 아닌 다른 사람에 대한 인식과 이해를 높여 궁극적으로는 소외계층에 대해서도 배려할 수 있는 공동체사회를 만들 수 있습니다”

◆ 우리 공동체 문화에 깃든 인본사상

김 교수는 후마니타스 인문학 교육은 우리의 공동체 문화나 정신문화 유산과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단군이나 고조선 등 상고사 시대를 거쳐 3국 시대 등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그 시대를 아우르던 공동체의 중심 사상들이 있었다.

신채호 선생에 의해 정리된 상고시대의 낭가사상, 신라의 화랑사상, 고구려의 국풍사상 등이 그것이다.

그는 “조선조에 이르면서 유교의 도입으로 성리학이 지배사상의 자리를 차지하기는 했지만 예전의 사상들은 면면히 맥을 이어왔고 향약이나 두레 같은 공동체 문화에 어떤 형태로든 녹아 들어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그 이유로 “공동체 문화가 행위적인 측면만이 아닌 도덕적, 정신적인 내용이 함께 내포돼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같이 불식간에 전해진 정신문화 유산에 조선 후기 성리학에 대한 반성이 더해지면서 새로운 공동체 의식의 등장을 가져왔다.

“조선조는 성리학이 지배 사상이었습니다. 성리학은 인간의 본성을 연구하고 우주의 이치를 연구하는 학문이나 조선 중기 이후 본연의 학문적 성격을 잃어버렸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실학이고 실학의 형태 속에 공동체 정신이 더욱 발전한 것입니다”

그는 실학 태동 이후 촌계나 동계 같은 백성들의 자발적 공동체가 출현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결국 후마니타스가 추구하는 ‘탁월한 개인, 성숙한 공동체 성원’ 양성이라는 목적을 위한 인문학 교육이 우리 공동체 문화와 정신과 다르지 않은 것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 실천 군주 정조의 사상과 화성(華城)의 의미

김준혁 교수는 정조가 추구한 것에 대해 “모든 백성이 경제적으로 안정되고 외세로부터 침략 당하지 않는 자주적 국가”라고 설명했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거치면서 조선 사회나 백성들은 큰 피해를 입었고 그로 인한 후유증은 상당기간 조선사회에 그늘을 드리웠다. 사회제도적으로도 지배세력들의 당파싸움으로 인한 폐해가 심각한 지경이었다.

정조는 이처럼 안팍의 혼란스러움을 벗어나 신분적으로 평등하고 소외된 사람이 없이 백성들이 행복한 나라를 만들 수 있기를 원했다.

김 교수는 정조가 조선조 왕들과 다른 모습을 설명했다.

“모든 국왕이 이같이 생각했을 겁니다. 그러나 정조는 본인이 생각한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한 것이 다릅니다. 이전의 국왕들은 정책을 추진하다가 기득권층의 반발에 좌절하거나 일반적인 왕조 운영으로 회귀했으나 정조는 기득권층의 반발을 무너뜨리려 노력한 군주입니다. 정조가 안정된 사회와 자주적 국가를 추구하기 위한 기반으로 추진한 것이 화성입니다”

그는 화성이 물리적으로는 계획 축조된 건축물이지만 정조의 개혁사상의 기반이며 실질적인 출발점이라는 이념적 배경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결국 화성은 정조가 축조한 뒤 몆년 후 죽음을 맞아 그의 사상이 본격적으로 추진되지 못했지만 평등한 공동체사회를 추진하기 위한 실체적 방안이었다.

◆ 후마니타스 칼리지에서의 강의 주제

김준혁 교수는 시민교육 과목에서 ‘정조시대 위민정책’과 ‘현대사회의 공동체 문화’를 포괄해서 강의하고 있다.

그가 학생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내용이 무었인지를 물었다.

“대학 새내기들에게 중요한 것은 더불어 사는 공동체 사회의 일원이라는 자각입니다. 특히 향약(鄕約)을 중심으로 한 공동체를 제대로 이해시키고 싶습니다. 덕업상권(德業相勸) 등 4대 덕목으로 이루어진 향약은 실학을 포함해 우리 민족에게 지속적으로 이어져왔던 다양한 사상을 사회 윤리적 측면에서 집대성시킨 것이라 생각합니다. 향약의 기본이념이 오늘날의 사회에 실현 될 수 있도록 하고 싶습니다”

그는 학생들이 자신의 수업을 통해 참다운 인간상을 이해하게 되고 이를 바탕으로 사회에 나가서도 공동체의 일원으로 개인만의 이익을 위하지 않는 민주시민으로 성장하기를 바라고 있다.

◆ 대학으로 간 이유

수원은 정조와 화성을 기반으로 한 인문학 도시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또 행궁을 중심으로 옛 저자 거리를 복원하려는 계획도 있다.

이처럼 화성과 관련해서 해야 할 일이 산적해 있다.

김준혁 교수는 지난 2003년 수원시에 화성과 정조 전문가로 영입된 후 화성행궁 복원의 자문, 고증과 함께 화성에 대한 체계적 정리 등을 맡아왔다.

또 화성을 기반으로 한 문화정책을 수립하고 2009년 3월에 개관한 화성박물관 산파역을 하기도 했다. 그만큼 수원에서는 필요한 인물이고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많다는 것을 김 교수 스스로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랬던 그가 그 동안 구축한 자신의 영역을 포기하고 대학으로 옮겨간 이유가 궁금했다.

“그동안 화성과 정조에 대해 나름대로 연구를 해왔지만 연구시간도 부족하고 또 연구 결과물이 나와도 실현시키는데 한계를 느껴왔습니다. 이제는 이론과 지역사회의 협동관계를 실현시키는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원시도 화성을 기반으로 한 인문학 도시건설을 추진하고 있지만 지자체가 마련하는 인문학 프로그램은 일정 수준을 넘어서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학교에서 연구된 이론과 실천적인 방안을 사회와 공유하는 일도 한 번도 실현되지 못했습니다. 최근 들어 지자체들이 인문학을 강조하고 프로그램들을 개발하고 있지만 수원시에서 일을 하면서 이론과 현장이 제대로 연계되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운용하는 일을 해야 겠다고 생각 했습니다”

 

 


◆ 후마니타스 칼리지(Humanitas College)?

‘더 성숙한 인간’을 만드는 교육 기구

경희대학교가 새 학기들어 교양교육을 대폭 강화하기 위해 새로이 설치한 교양교육 전담기구다.

‘교양교육 강화야 말로 이 시대가 필요로 하는 인재 양성의 길’ 이라는 발상의 전환아래 마련됐다.

후마니타스 칼리지가 추구하는 ‘교양교육’은 흔히 받아 들여지는 교양과는 다른의미를 지닌다.

진정한 의미의 교양교육은 인간이 어떤 길을 선택하던, 어떤 전공과 지식을 갖추던 평생 ‘나’를 지탱하는 지적 기초체력이자 삶의 든든한 토대를 만드는 것이다.

이를 통해 얻게 되는 다양한 인문학적 상상력과 창의력은 단편적인 전공지식의 한계를 넘어 학문과 학문이 소통하는 계기를 제공하고 더욱 높은 지식을 쌓을 수 있게 한다.

교양교육은 더 성숙한 인간, 더 나은 인간, 더 유능한 인간을 형성시켜준다는 것이 후마니타스 칼리지의 생각이다.

후마니타스 칼리지는 “우리가 추구하는 교육은 종합적인 지식과 판단력, 창의력과 상상력을 지닌 인재를 선호하는 기업의 조직문화와도 잘 맞을 것”이라는 말로 교양교육의 필요성과 유용성을 설명한다.

후마니타스 칼리지의 설립으로 경희대 신입생들은 교양교육으로 공통필수인 ‘중핵교과’ 2과목을 이수해야하고 배분이수교과제에 따라 7개 주제영역 가운데 5개 영역도 필수로 이수해야 한다.

이와 함께 시민에게 요구되는 사회적, 정치적, 도덕적, 지적 능력과 덕목을 함양시켜 ‘책임있는 시민’을 길러내기 위해 마련된 시민교육 과목도 들어야 하고 이와 연계된 사회봉사 프로그램에도 참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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