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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 문화바우처 사업, 오늘과 내일

문화갈증 ‘단비’ 年 124만명 수혜 외형 확대


문화카드 도입, 산적한 문제는?

복권기금 등 총 347억 투입 전년比 77만명 증가
개인→가구당 연간 5만원 한도‘생색내기’ 지적
경기문화재단 4억 책정 ‘낮달 문화소풍’ 등 진행
미판매 티켓 가격 80% 상향 공연단체 참여 미지수
예술단체 협력체계 등 ‘지역 인프라’ 조성 시급

문화 소외 계층에게 문화적 혜택을 주는 ‘문화 바우처’ 사업이 올해 대폭 확대된다.
지난 2005년부터 시작된 ‘문화 바우처’ 사업은 경제적 어려움으로 문화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기초생활수급자, 법정차상위계층에게 공연·전시·영화·도서 등의 문화 예술 프로그램을 관람하거나 구입하는 데 필요한 비용을 지원해 문화 격차를 줄이는 사업이다. 그 동안 문화 바우처 사업은 지원 대상에 해당하는 자가 신청을 통해
연간 1인 5천포인트(5만원 상당)를 받아 자신이 원하는 문화 예술 프로그램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방법으로 추진해 왔으며,  산간·도서·벽지 거주자나 거동이 어려운 중증 장애인, 독거노인,  보호자가 필요한 어린이 등은 ㈔한국문화복지협의회,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한국메세나협의회 등 주로 사회복지단체에서 나서 보완해 주는 역할을 수행해 왔다.  올해부턴 사업에 대한 예산 확대는 물론 포인트제를 대신 ‘문화카드’ 제도를 새로 도입하고,  전국 16개 시·도에 지역주관처를 적극 활용,  기획 사업을 통해 보다 적극적인 문화나눔을 시행할 예정이다.
하지만 문화카드라는 새로운 제도를 도입함에 있어 카드발급 과정의 번거로운 절차, 지원대상 변경에 따른 제도의 실효성 문제 등 초반부터 적찮은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취지는 좋지만, 현실성과 실효성이 없는 정책은 있으나 마나한 법. 과도기적 단계에 접어든 문화바우처 사업의 모습과 이에 대한 문제점 등에 대해 살펴본다.

 

 <편집자주>



◆ 올해 진행되는 문화 바우처 사업

올해 문화바우처 사업은 지난 4월 27일부터 시작됐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올해 사업에는 복권기금 245억원과 지방비 102억원 등 총 347억의 예산이 투입됐다. 이는 지난해 예산 67억원에 비해 5배 정도 증가한 것.

문화바우처 수혜 대상자도 지난해 47만명(10만 가구)에서 올해 124만명(85만 가구)로 확대될 것으로 문화부는 전망했다.

특히 올해부터는 ‘문화카드’ 제도가 새로 도입, 이용자가 인터넷을 이용하지 않고도 개인적인 선호에 따라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에는 문화바우처 홈페이지에서 정회원으로 등록한 뒤 일부 문화프로그램만을 선택해 볼 수 있었다.

문화카드를 발급받기 위해서는 문화카드 홈페이지(www.문화바우처.kr 또는 www.cvoucher.kr) 또는 거주지 읍·면·동사무소를 방문해 신청하면 된다. 문화카드는 가구당 1매 연간 5만원 한도 내에서 전국의 공연장, 전시장, 영화관, 서점 등에서 사용할 수 있으며, 현장 결제 또는 인터넷 결제를 통해 티켓이나 상품을 구입할 수 있다.

전시, 영화, 도서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격이 높은 공연 관람의 경우, ‘나눔티켓’을 통해 국립중앙극장 기획 공연, 예술의 전당 청소년 음악회, 국립 발레단 정기 공연 등의 무료 티켓 및 할인 티켓을 제공한다.

나눔티켓은 크게 ‘객석기부 티켓’과 ‘미판매 티켓’으로 구성된다. ‘객석기부 티켓’은 국공립 공연장 및 공연단체가 제공한 티켓을 무료로 제공하는 것이고, ‘미판매 티켓’은 민간 공연장 및 공연단체가 자발적으로 제공한 미판매된 티켓을 정가에서 50~80% 할인된 가격으로 제공하는 것이다.

또 문화 시설이 없는 산간·도서·벽지 거주자나 중증 장애인, 독거노인 등 거동이 힘든 사람들에게는 지역별 기획사업을 통해 문화생활을 제공한다.

기획사업은 아동, 장애인 등에게 이동 편의 및 보조 인솔자 등을 제공하는 ‘모셔오는 서비스’, 집밖 출입이 어려운 재가 노인 또는 장애인을 위해 재능 기부자들이 맞춤형 프로그램을 마련해 방문하는 ‘찾아가는 서비스’ 등이다.


◆ 지역별 기획사업-경기문화바우처

16개 지역주관처 중 하나인 경기문화재단도 올해부터 문화 바우처 기획사업을 본격 실시한다. 기획사업은 본 사업업(문화카드)을 보완해 줄 수 있는 사업으로, 대상자는 위에 언급한 문화 카드가 있어도 사용하기 어려운 자에 한해 적용된다. 경기문화바우처 기획사업 예산은 4억1천400만원으로, 수혜자는 7천명 내외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재단은 ‘가가호호 문화교감’, ‘낮달 문화소풍’, 활생(活生) 문화공명’ 등 크게 3가지 기획사업을 진행한다.

먼저 ‘가가호호 문화교감’은 젊은 예술가가 집집마다 방문해 문화 교류와 교육, 공연 등 다양한 문화 활동을 제공하는 서비스로, 재단은 추진 중인 재능기부 프로그램 및 예술협회·예술대학과 연계해 영아티스트를 모집하고 권역별 문화교감팀을 구성, 지역 밀착형 문화복시 시스템을 갖춰 나갈 방침이다.

다음으로 ‘낮달 문화소풍’은 보조 인솔자(자원봉사자 및 코디네이터)와 함께 공연과 전시를 향유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로, 기부티켓과 재단의 공연장 상주단체, 박물관·미술관 공연 프로그램과 연계해 우수한 예술작품 향유기회를 제공한다.

‘활생 문화공명’은 사회공헌형 3D업종(간병인, 환경미화원, 장애인 돌봄이, 영유아 돌봄이 등)에 종사하는 실질적인 문화소외계층에게 문화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서비스로, 대안공간과 쉼터, 작업환경 근처의 공간을 활용해 공연과 교육, 연극뿐 아니라 그들과 관련된 문화행사를 제공한다.

재단은 이를 위해 눈(수원), 스톤앤워터(안양), 리트머스(안산), 소나무(안성), 공(의정부), 아트포럼 리(부천) 등 도내 6개 대안공간과 네트워크를 구성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 드러나는 문제점

“문화카드 수령하기 정말 힘드네요”, “문화카드는 도대체 언제 오나요”, “한번 쓰면 끝?”

문화바우처 홈페이지 내 ‘카드사용 후기’에 올라 온 글 제목들이다. 가장 큰 문제점은 지원 대상이 ‘개인’에서 ‘가구’로 바뀌면서 실직적 수혜대상자가 오히려 대폭 축소됐다는 사실이다.

예컨대, 지난해까지 4인 가족 모두가 문화바우처 대상자라면, 연간 20만원을 사용할 수 있었음에도 올해부턴 가구당 문화카드 1장이 발급되면서 1명을 제외, 다른 3명은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됐다는 것.

남은 15만원은 3가구(12명)에게 더 지원하게 됐는데다 예산을 지난 해보다 5배 늘리게 되면, 수혜대상자는 표면적으로 대폭 상승하게 되는 건 자명한 결과다. ‘생색내기용’ 정책이라는 말을 들을 만하다.

또 정보에 어둡고 인터넷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문화카드 수령하기란 너무 많은 인내를 요구한다.

우선 문화바우처에 가입해 문화바우처 카드를 신청한 후 신청한 카드를 등록해야 하며, 신한은행 온라인에 회원가입을 해야 한다. 이어 몇 개 되지도 않은 지정된 곳을 통해 주문 또는 예약을 하고 신한카드로 결재하는 것까지 아주 여러 단계로 절차를 만들어 놓았다.

게다가 인터넷 사용이 불가능할 경우 수혜 대상자가 직접 구청 또는 주민자치센터를 방문해야 하는데, 여기도 바뀐 제도로 인해 우왕좌왕하는 모습은 마찬가지다.

기획사업을 맡고 있는 문화바우처 주관처가 카드발급 관련 문의로 시달리고 있다는 불만섞인 소리가 나올만 하다.

또 나눔티켓 중 민간 공연장 및 공연단체가 자발적으로 제공하는 ‘미판매 티켓’의 단체 관람료를 80%로 상향 조정한 것도 얼마나 많은 공연단체가 문화바우처 사업에 참여할지 의심이 가는 대목이다.

이와 함께 문화바우처 전체 사업(카드사업비, 기획사업비) 예산이 늘어나 2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다면 금상첨화이겠지만, 기획사업 예산이 카드사업 예산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올해 경기문화바우처 전체 사업비는 45억9천600만원으로, 이 중 카드사업비가 41억8천200만원, 기획사업비가 10분의 1인 4억1천400만원으로 책정돼 있다.

기획 사업을 진행하는 데는 인건비를 무시할 수 없는데, 이같은 여건이라면 이 사업에 참여하는 예술인들은 말그대로 ‘자원봉사자’로 일하는 경우가 다반사일 것으로 추측된다. 아무리 좋은 사업도 참여하는 사람들이 꺼려한다면 무용지물이다.

경기문화재단 관계자는 “현 시행되는 문화 바우처 사업이 제도적·기술적 문제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아직까지 과도기적 과정에 와 있는 만큼 충분한 정책논의와 중앙 및 지역 예술단체와의 협력 체제, 지역문화 인프라 조성 등이 이뤄진다면 뛰어난 문화사업 중 하나로 발전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에게 듣는다>
조경환 부평아트센터 관장

 


▶기획예산 ‘쥐꼬리’ 내실 축소 두토끼 ‘딜레마’
일회성 문화소비 아닌 선택과 집중 모델 필요

문화 바우처 사업은 ‘문화예술과 복지와의 관계는 어떤 것인가’에 대한 우리 사회의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선진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과연 2005년부터 실시한 이 제도가 과연 잘 정착되고 있는가에 대한 것은 의문이 든다.

공연에서부터 시작한 문화 바우처가 이제 한 가구당 5만원 한도 내에서 카드를 발행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기업에서 직원들의 복지를 위해 제공되는 문화복지카드 지원 사례와 유사하며, 대부분 공연예술을 소비하기보다 영화나 도서구입, 학원비, 헬스장 회원비 등에 더 많이 할애를 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문화 바우처도 공연예술보다 도서구입이나 영화에 치중할 것이라는 것에 우려가 된다. 공연의 경우도 순수예술보다는 대중예술에 치우치고 있다. 이는 문화 바우처를 실시한 취지와 어긋나는 것이다.

평소 접하기 힘든 공연예술의 관람을 통해 문화 소비층을 확대시켜 문화 복지의 수준을 한 차원 높이는 것이 이 정책이 근본 취지이고 이를 통해 비용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문화 소외계층의 수준을 높이자는 취지였기 때문이다.

본인도 지금까지 문화 나눔을 통한 복지 실현을 위해 지속적으로 5% 객석 나눔을 통해 실천해 왔지만, 실효성에 의문을 갖고 있었다. 왜냐하면 앞에서도 지적한대로 ‘수요 공급의 법칙’에 의해 저명한 예술가나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프로그램에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를 극복하고 문화 바우처의 취지를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된다.

특히 기획사업 부분을 주관처가 어떻게 추진하느냐가 중요한 관건이라고 본다. 기존에도 기획사업이 있었지만 주관처의 투명하지 못한 진행으로 감사에 지적됐던 경우가 많았다. 합리적인 운영이 필요한데, 민간기획사와 연계한 기획사업보다 공공성과 공정성이 검증된 기획력이 있는 공공 아트센터 등과 연계한 문화 바우처 기획 프로그램이 육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일본 문화청 문화예술 창조 플랜, 예술거점형성사업은 문화 소외계층을 소비 쪽보다는 생산과 공유 쪽에 맞추고 있어 위화감 없이 문화 예술을 동화시키고 있어 대상자가 문화소외 계층이라는 것을 노출시키지 않는 정책이다.

영국의 경우 문화미디어체육부에서 실시하고 있는 사업 중에 기획사업인 교육연극을 통해 문화 소외계층이 쉽게 문화 예술에 접근 가능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러한 교육 연극 극단 지원 등을 통해 티켓 가격을 낮춰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갖고 있다.

올해 문화 바우처 사업은 단순히 일회성으로 문화를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수도꼭지에서 나오는 ‘맑은 물’처럼 그들이 잘 소화하고 정화시켜 향후 안정적으로 문화를 향유하는 관객들로 발전시켜야 한다. 따라서 지금까지의 사고를 탈피하는 ‘선택과 집중’의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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