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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 학생인권조례 성과와 과제

지난 8일을 기해 경기도교육청이 학생인권조례를 본격적으로 적용한 지 100일이 지났다.

학생인권조례는 체벌 금지와 두발 자유화 등 학생들을 존중하고 자율성을 보장하는 학교문화를 이루기 위해 지난해 10월5일 공포됐고 도내 일선학교의 준비기간을 거쳐 올 1학기부터 본격적으로 적용됐다.

3월 초에는 일부학교에서 두발 규제와 강제 야간자율학습 등으로 학생, 학부모들의 반발을 샀지만, 도교육청의 장학지도 등으로 서서히 인권조례가 정착되고 있는 모습이다.

전국에서 처음으로 학생인권조례를 도입한 경기도교육청은 공교육 정상화를 이루기 위해 학교문화 개선사업에 역점을 두고 있어 주목된다. 본보에서는 학생인권조례 적용 100일을 맞아 학교문화 개선 사업의 ‘성과와 과제’를 중심으로 집중 진단한다./편집자주

■ 학생인권 실태와 학교문화

1) 학생인권 잘 지켜지고 있는가

▲인권조례 혼란과 정착

경기도교육청이 추진한 학생인권조례가 올 3월부터 본격적으로 적용되며 새로운 학교문화가 조성되고 있다.

학생인권조례는 체벌금지, 두발 제한 금지, 복장 규제 금지, 강제 야간자율학습(이하 야자) 금지 등의 규정을 담고 있으며, 학생들의 자유와 권리를 존중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3월 당시 일부 학교는 관행대로 두발을 제한하고 강제 야자를 시행해 학생, 학부모들의 불만을 야기했다.

도교육청 홈페이지에는 연일 수십건의 민원사항이 올라왔고, 각 지역교육지원청 학생인권담당 부서로 항의 전화가 빗발쳤다.

3월 한 달간 접수된 민원이 869건에 달하는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은 문제가 있는 학교에 대한 특별점검을 강력히 요구하기도 했다.

도교육청의 장학활동이 이어지며 4월 들어 민원이 50여건으로 줄어들고 안정화를 찾아가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야자 참여학생의 수가 4월1일 기준으로 전체 46만여명의 고교생 가운데 21만1천여명(46%)으로 나타나 지난해보다 23%포인트 떨어진 수치를 보이며 자율적인 학습 풍토가 조성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변화된 교육환경과 교원 의식

지난해 10월5일 경기도 학생인권조례가 공포된 후 도교육청은 본격적으로 관련 제도 정비에 나섰다.

도내 일선 학교의 학생생활규정이 규제 중심으로 이뤄져 있어 학생들의 자율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도교육청은 인권 친화적인 생활규정으로 개정하도록 지침을 시행했다.

이에 도내 전체 학교는 올 초까지 학생 토론회와 학교운영위원회의 등을 거쳐 학생생활규정을 개정하고 새로운 학교문화를 조성하기 위한 토대를 마련했다.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두발 길이 규제를 완화하고 복장에 대한 자율성을 부여했다.

또한 학생들의 야자 참여 여부와 관련해 학생, 학부모의 동의를 얻도록 했고, 강제성을 띄지 않도록 노력했다.

이에 따라 도내 학교에서 학생 체벌에 대한 민원은 찾아보기 어렵게 됐고, 두발 및 복장 문제로 인한 학생, 교사 갈등은 상당부분 줄어들었다.

그러나 1학기 학생인권조례 적용과 관련해 일선 학교의 교사들은 학생지도에 많은 부담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교육정보연구원이 지난 4월 인권조례 적용 후 학생, 교사의 의식 조사 결과에 의하면 교사 64.5%는 학생인권조례 시행 후 학교변화에 부정적인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또한 교사 82.8%는 학생생활지도의 어려움이 가중됐다고 응답했고, 75.7%는 통제되지 않는 학생들로 인해 수업 진행에 어려움을 느낀다고 답했다.

이런 응답은 전문계고 교사들에게 가장 많이 나왔고, 그 다음 중학교, 인문계고 순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학생들이 인권조례를 근거로 교사에게 대드는 사례가 늘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교사들의 의욕도 떨어졌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최근 도교육청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인권조례 시행 후 학생, 교사들의 학교생활 만족도는 각각 84%, 56%가 긍정적이라고 응답해 인식 변화가 이뤄진 것으로 평가됐지만, 아직까지 교사들이 감당하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2) 인권조례 적용 후 학교문화 개선

▲인권조례가 학교에 미치는 영향

학생인권조례는 지금까지 권위적인 방식으로 학생들을 훈육·지도했던 학교문화를 상호존중과 소통의 방식으로 변화시키고 학생 중심의 교육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

수원 청명고 조도연 교장은 “인권조례 후 학생들의 능동적인 참여가 활발해졌고, 교사들도 학생들을 존중하며 서로 신뢰를 쌓아가는 방법을 연구하고 실천하고 있다”며 “인권조례는 학교문화를 변화시키는 주춧돌로 역할한다”고 평가했다.

과거의 교육방식이 일방향적이었던 것에 반해 학생인권조례가 시행된 현재의 학교에서는 양방향으로 변화될 수밖에 없다. 학생들의 권리가 보장되는 만큼 교사와 학교에 대한 요구사항이 제기되고, 기존의 일방향적 교육구조 내에서는 갈등이 해소될 수 없기 때문이다.

청소년인권단체 아수나로 수원지부 관계자는 “인권조례가 시행되고 두발 규제나 강제 야자가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며 “예전에 감옥같던 학교가 학생들이 숨쉴 수 있는 공간으로 변하는 것 같다. 앞으로 더 변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안양 평촌고 윤승유 교감도 “(도내) 체벌은 이제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제도에 의해 강제되는 것에 대한 반감은 있지만 결과적으로 학교와 교육이 변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라고 말했다.

▲학생들이 원하는 학교문화

학생인권조례가 시행됐지만, 여전히 도내 학생들은 학교문화 개선의 요구가 높다.

인권조례 시행에 따라 두발 규제나 강제 야자가 줄었지만, 학생들의 의견이 학교 운영에 적극적으로 반영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체벌 및 폭언 금지 등으로 생활지도 방식이 변화된 반면 상벌점제가 강화되고 일부 학교에서는 학생들에 대한 규제 방식이 왜곡되는 경향이 나타나기도 한다.

부천의 한 고등학생은 “학교에서 상벌점제를 악용해 작은 실수 하나에도 벌점 10점, 20점씩 주고 있다”며 “학생들을 이해시키고 설득하려는 노력보다 벌점을 주고 처벌을 받게 하려는 저의가 무엇인지 의문스럽다”고 제기했다.

아울러 도내 중·고등학생 40여명은 지난 5일 부천광장에서 집회를 열고 상벌점제 시행 반대, 학칙에 학생의견 반영 등을 요구하기도 했다.

인권조례 시행으로 학생들은 자신의 의견이 학교에 반영되고 민주적으로 운영될 수 있길 바라지만, 현실적인 벽은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이와함께 학생들은 교사와 진심어린 ‘소통’이 이뤄지길 바라고 있다.

아수나로 수원지부 관계자는 “인권조례는 학생을 수동적인 존재로 규정하지 않고 능동적이며 주체적인 존재로 확장하고 있지만, 교사들은 여전히 학생에게 군림하려 한다”며 “학교가 학생들의 행복한 배움터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진실된 소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권단체 ‘21세기 청소년공동체 희망’ 이상현 사무국장은 “도내 학교들이 변해가고 있지만, 아직 학교 환경을 인권 친화적 교육방식으로 개선하지는 못하고 있다”며 “학생들이 자치와 자율의 능력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자치활동에 대한 지원이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3) 교사역량과 인권교육 강화

▲학생과 눈높이를 맞추는 교사

학생인권조례가 시행되며 교사들은 학생 생활지도에 대한 부담감이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인권조례로 학생들의 자유와 권리 보장이 높아진 반면, 상대적으로 교사들의 권한이 위축된 것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교육전문가들은 학생들의 창의성, 능동성을 키우기 위해서는 교사들의 인식 전환과 함께 평등한 분위기 속에서 지도하고, 교육할 수 있는 역량이 절실히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인하대 손민호 교육학과 교수는 “교육이 학생들의 삶을 변화시키고 올바른 인식을 갖도록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교사가 학생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며 “그런 분위기가 형성돼 있을 때 학생은 교사를 믿고 따르게 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학생들은 자신이 믿는 교사에게는 절대로 무시하거나 대들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대드는 학생이 있을 때 교사가 자기 감정을 통제하고 이성적인 방식으로 이해시키고 설득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라고 교사들은 말한다.

이에 일부 교사들은 학교 차원에서 학생지도 방식에 대한 연구·연수모임을 갖고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기한다.

수원 파장초 김희정 교사는 “6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데 가끔씩 욕하고 대드는 아이들이 있다”며 “그런 일이 있을 때마다 주변 교사들과 상의하고 학생을 따로 불러 상담하며 문제를 풀어간다”고 설명했다.

특히 김 교사는 “학교에서 학생들의 문제를 교사들이 공유하고 대안을 찾으려는 노력은 큰 힘이 된다”며 “교사간 네트워크가 활성화돼야 인권조례의 의미가 실현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권을 중시하는 교육활동

학생인권조례 정착과 학교문화 개선에 있어 학교장의 마인드 변화가 중요하게 부각된다.

학교를 전반적으로 관리하고 책임지는 역할이 교장에게 있는 만큼 인권 친화적 교육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학교장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높다.

수원 수성고는 지난해까지 학생지도 방식을 둘러싸고 논란이 있었지만, 올 3월 송진섭 교장이 취임한 후 인권 친화적 교육풍토 조성을 위해 교사들의 민주적 의사결정 과정을 중시하고 존중·나눔·배려의 생활실천 교육을 강화하는 등 획기적인 변화를 맞고 있다. 또한 수성고는 학교 구성원의 인권의식을 높이기 위해 학생, 학부모, 교사의 인권연수 및 토론회를 정기적으로 진행한다.

송 교장은 “인권조례가 도입됐다고 해서 전체 학교가 변하는 것은 아니다”며 “학교 구성원들이 인권의식을 정확히 세우고 실천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지원하는 활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학생들의 인권교육을 위해서는 학교장이 새로운 교육 마인드로 교사들을 이끌어가고, 인권감수성을 가진 교사들이 책임의식을 갖고 노력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전교조 경기지부 관계자는 “아직까지 도내 학교현장의 인권의식은 매우 낮은 상태에 있다”며 “학생인권을 보호하고 실현하기 위해서는 교장, 교사부터 인권의식을 제대로 세우고 학생들에 대한 교육활동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4) 학생자치문화 지원·확대 필요

▲학생자치의 새로운 패러다임 요구

일선 학교의 학생생활규정이 개정되고 인권교육이 시행되고 있지만, 학교문화가 개선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인터넷과 스마트폰, 채팅 등으로 단시간에 정보를 공유하고 의견을 전달하는 청소년문화 속에서 교육방식도 달라져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이 가운데 학생들의 인권과 민주의식, 주체의식을 키우고 남을 배려하며 공동체 질서를 배울 수 있는 매개체로 학생자치활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시흥 장곡중 백원석 교사는 “학교 구성원에서 중심은 학생이 돼야 하지만, 많은 경우 학생들이 제외되고 교사, 학부모가 기획하고 진행한다”며 “이럴 때 학생들은 자신이 즐길 수 있는 문화가 없다고 여기고 학교를 가기 싫은 곳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는 중심에서 밀려나 있는 학생들을 위해 학생자치활동에 혁신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며 “학생 중심의 학교문화가 조성되면 아이들은 학교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과 자부심을 갖게 되고 친구, 교사와의 관계를 새롭게 해석하는 힘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학생회와 동아리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학생자치활동은 단순한 재미나 경험을 쌓는 곳이 아니라 학생들이 소통하며 학교의 주체로 성장할 수 있는 배움과 실천의 장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다.

용인 흥덕고 이범희 교장은 “요즘 학생들은 N(네트워크)세대를 넘어 P(참여, 열정, 힘, 사회변화)세대로 불릴 만큼 자기 주장이 뚜렷하고 열정이 넘친다”며 “아이들을 교육하기 위해서는 학생자치활동을 강화해 직접 경험하고 기획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생들을 주체적으로 만드는 자치활동

학생중심의 학교문화를 만들기 위해 도내 일부 혁신학교에서 학생자치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며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을 시행하고 있다.

시흥 장곡중은 지난해 혁신학교로 지정된 후 새로운 학교문화를 만들기 위해 학생자치활동을 역점사업으로 추진해왔다.

학생자치활동 및 동아리활동을 활성화하기 위해 이 학교는 우선적으로 학생회를 전면적으로 개선했다.

학급회의와 학생대의원회의(학급회장 참석)를 실질적인 의사결정기구로 위상을 강화했고, 학생대의원회의가 소수 학생의 의견을 나누는 장이 아니라 다수가 공유할 수 있도록 각 반에 회의진행을 생중계한다.

또한 동아리활동을 활성화하기 위해 활동장소를 교사들이 직접 섭외해주고 관련 예산을 지원해 학생들의 다양한 재능을 개발하고 능동적인 참여를 이끌어냈다.

이에 따라 지난해 말 설문조사에서 학생들의 만족도가 높아지고 학교생활에 대한 관심이 많아진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와함께 용인 흥덕고에서도 학생자치회 활동을 지원하며 자생적인 학생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이 학교는 학생자치회가 축제, 봉사활동, 통합기행, 창의적 체험활동 등을 직접 기획·준비하도록 지원하고 학생들의 요청이 있을 때 교사들이 도와준다.

이 같은 방식은 학생들간 의사소통을 활성화시키고 학교에 대한 애정을 갖도록 한다.

이외에 흥덕고는 월2회씩 학급자치회의를 운영하고, 격주로 학생자치회의와 학기당 1회씩 학년학생총회를 운영하며 학생들이 자신의 문제를 직접 토론하고 대안을 마련한다.

그러나 아직까지 도내 학교에서의 학생자치활동은 전반적으로 미숙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일부 학교에서 교사들이 새로운 변화를 만들려고는 하지만, 학생들이 직접 기획하고 결정할 수 있는 구조로까지 확대되지는 않고 있다.

이범희 교장은 “학생이 변하는 것은 학교에서 얼마나 신경쓰고 노력하느냐에 달려 있다”며 “학생인권시대에 여러 학교들이 더욱 노력해 다양한 학생자치문화를 만들어 공교육을 변화시킬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 경기도 학생인권조례

제1조(목적) 이 조례는 학생의 인권이 학교교육과정에서 실현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중략)

제6조(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

① 학생은 따돌림, 집단 괴롭힘, 성폭력 등 모든 물리적 및 언어적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를 가진다.

② 학교에서 체벌은 금지된다. ……(중략)

제9조(정규교과 이외의 교육활동의 자유)

① 학생은 야간자율학습, 보충수업 등 정규교과 이외의 교육활동과 관련하여 자유롭게 선택하여 학습할 권리를 가진다.

② 학교는 학생에게 야간자율학습, 보충수업 등을 강요하여서는 아니 된다. ……(중략)

제11조(개성을 실현할 권리)

① 학생은 복장, 두발 등 용모에 있어서 자신의 개성을 실현할 권리를 가진다.

② 학교는 두발의 길이를 규제하여서는 아니 된다. ……(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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