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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ucation] 파란눈의 스타 영어 강사 조세핀 포포라

영어는 출세 계급장 아닌 의사소통의 표현

 

영어 교육자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학교 같은 교육기관에서 자격증을 갖춘 그룹인 교사, 공교육이 아닌 학원과 어학원 등에서 특정 계층을 대상으로 유료로 가르치는 강사 그룹. 두 그룹 모두 본질에 있어선 같다. 영어를 배우는 목적이다. 여기서 중요한 게 맹목적인 가르침과 배움이 아니다. 가르침(Teaching)과 배움(Learning)이 동등해야 한다. 일방적인 관계는 곧 종속이다. 종속이 되면 자유로운 의사소통(Communication)이 될 수 없다. 글/ 이창남기자 argus61@kgnews.co.kr 사진/ 최우창기자 smicer@kgnews.co.kr

미 국의 대표적인 언어학자인 노엄 촘스키(Noam Chomsky)의 영어 이론은 이처럼 가르침과 배움 등 언어 능력(Linguistic competence)에 대해 잘 설명하고 있다.

촘스키는 유한한 규칙으로 무한대의 문장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능력이 바로 언어 능력이라고 역설했다. 여기서 말하는 적합한 형태를 갖춘 문장(well-formed sentence)을 만드는 규칙의 집합이 바로 문법이다. 우리에게는 영문법이다. 즉 한 언어의 문법이라는 것은 우리가 지금까지 보거나 듣거나 말해보지 않은 문장 등 새로운 문장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언어 능력을 기술(describe)하는 규칙을 말한다.

그리고 모든 인간은 문법의 규칙들을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선천적인 능력(innate ability) 즉 언어 습득 장치(Language Acquisition Device)를 갖고 태어난다고 촘스키는 보고 있다.

바로 이러한 장치 덕에 어린이들이 생전 처음 듣지만 문법적으로 정확한 문장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다.

촘스키의 이론들을 통해 그 동안 피상적으로 알고 있던 문법의 새로운 의미를 생각할 수 있다. 또한 영어의 문장 구조를 폭넓게 바라보는 시야를 갖는 것도 중요하다. 가르침과 배움은 또한 말하기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문법의 바탕 하에 영어 회화는 완결성을 갖추는 것이다.

뉴욕에서 태어난 전형적인 뉴요커

수원시 인계동 중심가에는 이처럼 영어 교육의 근본 원리를 깨우쳐주는 파란 눈의 외국인이 있다.

‘21세기 외국어학원’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는 조세핀 포포라(Josephine Ann Porpora·44·여)씨. 그는 지난 1991년 미국 뉴욕주립대를 졸업했다. 그의 전공은 우리의 국문학처럼 영어과다. 뉴욕에서 나고 자라며 학창시절을 보낸 조세핀은 전형적인 뉴요커다. 취미는 사진 찍기다. 그의 카메라 렌즈는 세상을 바로 보지 않는다. 항상 흥미롭게(fun) 보는 것, 그것이 중요하다.

영어 공부 역시 어릴 때부터 그에겐 의무(must)가 아니라 일종의 과정(process)이자 취미(hobby)였다. 뉴욕 쌍둥이 빌딩이 9·11 테러로 비행기 충돌과 동시에 무너진 것을 TV로 봤을 때 그는 전율했다.

이들 장면 모두를 사진으로 담아낼 정도로 그는 사진 찍기 취미를 즐겨한다. 사진 찍기를 통해 그는 세상의 자유와 평화는 그냥 지켜지지 않는 것. 생명의 소중함은 그 무엇보다 바꿀 수 없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그런데 자신의 조국을 믿었던 조세핀은 순간 어지러웠다. 테러 세력에게 일순간 습격당하면서 미국식 가치와 이슬람 진영 간 근본적 갈등은 어디에서부터 연유 됐는지 의문을 갖게 됐다.

그는 단순 영어 교육자만이 아니다. 그에게 있어 영어 교육자로서의 생명은 곧 자신의 직업으로서 사명감과도 동일하다. 사명감이 없으면 살아있는 영혼에게 죽은 지식을 주입하는 것이므로 본인은 더 이상 존재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처음 인터뷰를 시작했을 때 앎과 지혜의 깊이가 얼마나 될까 하는 의문은 이내 사라졌다. 그는 미국뿐만 아니라 동유럽(체코, 루마니아)과 스페인, 일본 등 전 세계를 돌며 영어교육자로서 자신의 모국어인 영어를 가르치고 자신 역시 학생들로부터 많은 것을 배우고 깨달았다.

 

한국은 가장 인상 깊은 나라

그에게 가장 인상 깊은 나라에 대해 물었다. 대답은 한국이다. 이유는 한국에서 영어 실력은 곧 계급장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독특한 한국 사회만의 영어 교육 코드다.

서울대와 연세대, 고려대 같은 학벌 계급장에 추가로 영어 실력을 검증받았다는 계급장만 있으면 더 높은 연봉에 최고의 위치까지 오를 수 있는 게 한국사회다 보니 오늘날 영어는 의사소통 수단보다는 출세의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다. 조세핀은 이러한 현실을 깨닫는 데 얼마 걸리지 않았다.

“제가 지난 2008년 11월 한국을 왔으니까 1년이 안 돼 학원에서 만나는 수강생들이 대부분 승진이나 대학 입학 같은 목적 지상주의에 빠져 진정한 영어로의 의사소통이 쉽지 않았어요. 영어식 사고로 표현하고 듣고 말하고 쓰는 게 중요한데 한국식 영어는 그런 부분에선 낙제점입니다”

조세핀은 얼마 전 수업 시간에 있었던 일화를 말해줬다. 매주 1번 있는 영어 수업 시간인데 대부분 수원 지역에 다니는 대기업 직원들이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룹으로 조를 나눠 영어 대화를 유도하면 모두가 꿀 먹은 벙어리가 어울릴 만큼 조용했다고 한다. 조세핀은 궁금했다. 대기업 정도 다니는 사람들이라면 영어 실력도 어느 정도 있을 텐데 말이다.

“대부분 대학 입학의 관문을 뚫기 위해 단어와 영어 문장을 암기하는 방식에 익숙하니까 영어를 말하는데 자유롭지 못한 겁니다. 한국의 영어교육은 일본을 따라가다 보니까 처음부터 근본적으로 잘못됐습니다”

수원과 뉴욕은 정서적 친밀감이 유사

그가 매주 한 번 강의하는 ‘21세기 외국어학원’은 지역의 대표적인 어학 전문 기관으로 자리매김 하고 했다. 지난 19년간 이 학원의 원장으로 재직해온 왕성해(55)씨는 조세핀을 스타 반열로 키운 교육자다.

학벌을 얻기 위해 좋은 직장에 들어가기 위한 한국식 영어 교육에 의문을 제기하는 조세핀은 사실 학원 입장에서 보면 좋다. 수강생들이 그 만큼 많이 따라다니면 자연히 학원 수입은 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세핀은 영어교육자로서 그런 부분은 개의치 않는다. 그저 자신의 모국어인 영어를 배우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영어를 이해하고 표현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추기 때문이다.

조세핀은 거의 수원 사람이 다 됐다. 현재 팔달구 인계동의 오피스텔에서 살고 있는 그는 수원의 화성이 너무 좋다고 말했다. 수원의 장점으로 그는 우선 서울과 가깝다는 점을 꼽았다. 또한 조선 왕조 역사의 문화가 그대로 살아 숨쉬는 도시인 수원이 때로는 자신의 고향인 뉴욕과 상충되지만 정서적인 친밀감이 유사하게 느껴진다고 한다. 사람은 환경에 적응하는 사회적 동물 아니던가. 그의 한국 음식 사랑은 남다르다.

“불고기는 거의 마니아 수준으로 잘 먹고 있습니다. 김치 역시 마찬가지구요. 지동시장 등 재래시장을 다녀보면 한국 사람의 입맛과 문화를 그대로 느낄 수 있습니다. 이제 수원, 아니 경기도민이 다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웃음)”

조세핀과 대화를 나누면서 비록 눈과 피부, 머리카락 색은 다르지만 우리와 같은 양심과 사고를 가진 건전한 지구촌 시민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21세기 장학재단 창립 준비 한창

현재 그녀가 재직중인 21세기 외국어학원은 19년간의 성장과 진통을 거듭하면서 앞으로 수원과 경기도 등 지역사회의 어려운 이웃을 위해 중요한 일을 시작하기로 했다. 바로 21세기 장학재단을 창립하는 것이다. 그 중심에 왕 원장이 자리하고 있다. 그의 철학은 단순히 교육을 돈으로 보는 게 아니라 교육을 통한 인성 함양과 자질 향상이다. 그리고 영어로 자유롭게 의사소통하면서 우리 고유의 문화를 살리되 영어 문화의 특성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며 장점을 취하는 것이 의미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교육사업을 시작하기로 했다.

왕 원장은 “학원의 수익금 일부를 지역의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을 위해 활용할 계획”이라며 “현재 학원에만 100여명의 원어민 강사가 있는데 이들은 모두 단순히 돈을 버는 게 목적이 아니라 교육적 사명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 이번에 조세핀을 인터뷰 대상으로 추천한 것도 왕 원장이다.

“조세핀은 영어를 주입해야 할 수단이 아니라 함께 문화적으로 공유하고 성찰하는 매개체라고 보고 있습니다. 영어가 필수인 시대, 인격과 성품도 함께 영어를 통해 배워 나갈 수 있는 곳, 여기가 바로 영어 천국입니다. 외국어 공부에 열정과 의지가 있는 분이라면 누가나 환영입니다”

인터뷰 끝 무렵, 조세핀의 얼굴은 만족 그 자체였다. 곧 있으면 학원으로 찾아올 학생들을 만나기 때문이다.

“영어를 잘하기 위한 비법이요? 우선 영어식 사고(ways of thinking in English)에 길들여 져야 합니다. 습관이 중요하다는 말이죠. 말하기, 듣기, 쓰기 훈련을 꾸준히 하는 것이 첩경입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실천은 쉽지 않은 법이다. 그래도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이상 우리는 영어 교육과 학습에 계속 노력하고 투자해야 한다. 그것도 스마트하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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