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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Ctory] 임창렬 전 경기도지사

“규제 대못 뽑혔습니까”

임 창열 전 경기도지사를 송년호 특별인터뷰 대상으로 정한 데는 이유가 있다. 잘나가는 인사들도 많지만 요즘 같은 속된 말로 경제도 안되고 정치도 안되는 어수선한 정국에 그야말로 도사(?)에게 길을 물어보기 위해서였다. 풍부한 경험과 해박한 지식을 그 어느때보다도 갈망하는 요즘 아닌가.

 

전화연락을 했지만 쉽게 연결되지가 않았다. 가까운 인사를 통해 들려오는 말은 “제주도 여행중이시다”, “지금 국내에 안계시다”였다. 좀처럼 인터뷰 일정을 잡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던 중 연락이 왔다. 16일 회사로 직접 찾아와 인터뷰에 응하겠다는 것이었다. 임 전 지사는 말쑥한 정장에 가지런히 뒤로 넘긴 머리칼에서 광채가 날 정도였다. 건강하고 활기 넘치는 모습은 변함이 없었다. 회의실에서 인터뷰에 들어갔다.

대담ㅣ안병현 편집장 abh@kgnews.co.kr 정리ㅣ김장선기자 kjs76@kgnews.co.kr
사진ㅣ노경신기자 mono316@@kgnews.co.kr

 

 

- 현직에 계실 때 보다 바쁘셨다고 들었습니다.

▲새벽 눈뜨는 시간에 일어나면 테니스 장으로 갑니다. 지인들과 테니스 치고 세상 살아가는 얘기로 아침을 맞습니다. 요즘은 기업과 대학교(원), 지자체 등에서 강연이 쇄도하고 있습니다. 강연을 하다 보면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모를 정도입니다. 정부기관에 근무하면서 경험한 행정 및 경제 정책, 공직 생활 등에 대해 여러 사람들과 나누는 것은 또 다른 즐거움의 하나가 됐습니다.

임 전 지사는 서울대 상대를 나와 당시 최고의 직장으로 손꼽히던 한국은행에 입사하고 얼마지나지 않은 1970년 행정고시에 합격해 공직자의 길을 걷는다. 이후 1997년 부총리겸 재정경제원 장관을 거쳐 1998년 지방선거에서 경기도지사에 당선된다. 임 전 지사의 전공은 뭐니뭐니 해도 경제다.

- 수출 확대 등 전반적인 경제여건 호조 속에서도 서민들의 삶은 팍팍하기만 합니다. 뭐가 문제입니까.

▲속을 들여다 보면 한국경제는 양극화 현상이 뚜렷합니다. 대기업은 수출이 늘어 호황을 맞고 있는 반면 내수는 침체돼 있고 중소기업과 자영업에 종사하는 서민들은 허덕이고 있습니다. 실질적으로 경제를 일으키고 일자리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중소기업 육성과 서비스산업의 활성화가 우선돼야 합니다. 이를 위해 수도권 규제 완화를 통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합니다. 정부는 규제를 완화하고 있다고 말하지만 규제는 5천건에서 7천건으로 오히려 늘어났습니다.

수도권 규제를 하고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 뿐입니다. 유럽 선진국가는 물론 중국 등 사회주의 국가에서도 규제는 유물이 됐습니다. 수도권 규제로 인해 많은 기업들이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는 것은 큰 손실입니다.

의료와 교육, 고부가가치 서비스 산업은 경쟁을 시키고 세계에 개방해야 발전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정부 각 부처의 이기주의로 세계시장에서 수위를 점하고 있는 국내산업이 위축되고 있습니다. 정부의 정책기조 변경이 너무 많은데다 정부에 가 있는 정치인들이 포퓰리즘에 빠져 있어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초 규제 대못을 뽑아 버리겠다고 장담했습니다. 지금이라도 그 약속을 지켜야 우리경제가 골고루 성장할 수 있는 것입니다.

요즘 화두는 복지문제다. 임 전 지사는 경기도지사 재직부터 2006년 지방선거 당시 한나라당 김문수 후보의 정책자문위원장으로 영입되기 전까지 민주당적을 갖고 있었다. 복지논쟁에 대해 물었다.

 

 

- 야당은 보편적 복지를 내세우고 있는데, 복지의 올바른 방향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보편적 복지를 시행해 성공한 나라는 없습니다. 아르헨티나, 영국이 이를 방증하고 있고 북한도 대표적인 국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보편적 복지는 경쟁이 없어 오히려 놀고 먹는 사람이 늘어나는 현상을 가져옵니다. 단기적인 포퓰리즘이자, 장기적으로 나라를 병들게 하는 정책입니다. 선택적 복지를 해야 합니다. 자기능력으로 할 수 있는 사람에게는 질 높은 복지를, 어려운 이들에게는 돌보는 복지 체계를 만들어야 합니다. 재원은 한정돼 있습니다.

-여야가 대립하고 있는 무상급식도 복지문제의 충돌이라고 볼 수 있지 않습니까.

▲학교급식법에 보면 ‘학교급식은 저소득층 자녀, 도서벽지 및 농산어촌 지역을 우선 지원한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학교 급식도 법 테두리 안에서 행해져야 합니다. 법을 어겨가며 무상급식을 하자는 것은 정치적인 논리로 가자는 것입니다. 초등학생 전체 무상급식을 실현하려면 3천300억원이 필요한데 학교에 필요한 예산이 이뿐이겠습니까. 현재 도내 20개 시?군은 무상급식 실시에 협조한 반면 나머지 시?군은 재정여건상 실현이 어렵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무상급식을 실시한다면 지자체 간 ‘부익부 빈익빈’ 현상만 초래할 뿐입니다. 정치적 혹은 포퓰리즘을 위한 무상급식 실시를 자제하고 노후된 학교시설 확충 등 교육의 질을 향상시켜야 할 때라고 봅니다. 무상급식도 선택적 복지차원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포퓰리즘을 부추기는 정치인에 대해서는 과감한 낙선운동이라도 전개해야 합니다.

- 복지문제 만큼 이념 대립 또한 심각합니다. 치유책은 있다고 보십니까.

▲이념대립이라 함은 이데올로기 갈등, 이익집단간 갈등, 지역주민간 갈등 등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이념문제가 우리나라에서 많이 대두되는 것은 토론문화가 자리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수는 소수의견을 무시하고, 소수는 이를 힘으로 해결하려고 합니다. 합리적인 진보는 보수세력도 받아들이는 미덕이 필요합니다.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고 대화를 통해 방향 설정을 하고 나아가야 합니다. 터놓고 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중국이 무섭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중국을 어떤 시각으로 보고 대처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미국 조사기관에 따르면 2030년 후면 중국이 미국을 추월해 세계 초 강대국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30년째 개혁 개방을 하고 있는 중국은 현재 외환보유액도 2조달러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데다 세계자본시장을 계속 잠식해 가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한국은 중국이 기회로 작용하느냐 아니면 해로 작용하느냐 잘 판단해야 합니다. 한국은 경제적으로 우위에 있는 일본을 가까이에 두고 일본의 기술과 제품을 받아들이면서 현재 일본보다 IT, 조선업 분야에서 우위를 선점하고 있습니다. 현재 중국을 통해서도 많은 흑자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5대 주요 산업인 제철, 자동차, 조선, 전자, 화학 등이 기술적인 경쟁에서 중국에 밀리면 문제가 커집니다. 지금의 관계를 잘 조율하면서 이 부분에 신중을 기해야 합니다.

경기도지사 출신인 임 전 지사가 경기도 정치에 어떠한 생각을 갖고 있는지 궁금했다. 6.2 지방선거 이후 여소야대로 뒤바뀐 기초단체장과 도의회의 위상은 수개월 전과는 사못 다르게 전개되고 있다. 야당 도의원들에 포위당한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경기도 호’는 힘을 잃고 표류하고 있다.

- 6.2지방선거 이후 경기도 정치지형이 바뀌었습니다. 도의회 역시 여소야대의 형국으로 김 지사가 강도높게 추진하는 사업들에 제동이 걸리고 있습니다.

▲김문수 지사의 민선 4기는 기초단체장이나 도의회가 같은 당 출신들이어서 일하기가 편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도의회뿐 아니라 도내 기초단체장들도 야당 출신들이 많아 한마디로 적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고립무원’의 상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도정업무에 전념하는 정공법을 써야 합니다. 당장 앞에 놓인 위기를 피해가기 위해 편법을 써서도 안되고 외면해서도 안됩니다.

 

 

-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취임초부터 대권설에 휘말리고 있는데요.

▲경기도지사를 지냈다는 것은 대권 예비시험에 합격했다고 봅니다. 즉, 대권수업을 충분히 받았다고 보는 것이지요. 개인적으로도 서울시장과 경기도지사를 경험한 사람이 대선에 나와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옳다고 봅니다. 하지만 경기도지사 자리를 대권을 위한 ‘징검다리’ 정도로 여겨서는 안됩니다. 더욱이 임기도 채우기도 전에 대권출마설이 떠도는 것은 김 지사 자신이나 도민들에게 불행한 일입니다.

김 지사가 대권을 노리는 듯한 발언과 행동을 삼가고 도정에 치중하겠다고 선언하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됩니다. 김 지사가 직접 나서서 거취를 표명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지금이 김 지사로서는 ‘대권호기’가 아닙니까.

▲현재의 상황은 합리적인 견제와 균형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여소야대의 경기도 상황에서 그어느때보다도 신중한 입장을 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차라리 차기 대권을 생각했다면 이번 지방선거에서 도지사 선거에 출마하지 말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임기를 성실히 수행하고 이후 자리에서 물러나 평가를 받은 후 대권에 도전하는 것이 이치에 맞다고 봅니다.

아울러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선출직이 임기를 채우지 못한 채 다른 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사퇴할 경우 국민세금으로 선거관리위원회를 통해 당선자에게 지급된 선거보전비용을 되물리도록 해야 합니다. 국민의 세금을 헛되이 쓰고 또 유권자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 책임이 크기 때문에 이는 꼭 관철돼야 합니다.

- 전국시도지사 협의회에서 현행 경기도교육감 선출방식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한치의 양보도 없이 대립하는 경기도와 경기도교육청의 경우처럼 이념과 정당간 충돌은 혼란스럽습니다. 도지사와 도교육감이 러닝 메이트 형태로 가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 젊은 세대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단기적인 현 상태에 의존하지 말고 장기적인 꿈을 갖고 생활하기를 바랍니다. 경제가 어렵고 취업이 어렵다 보니 요즘 젊은 세대들 중에는 부모에게 의존해 생활하려는 이들이 생기고 있습니다. 자신의 능력을 스스로 계발하려는 도전 정신, 헝그리 정신이 필요할 때입니다. 이러한 정신이 젊은 세대들에게도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인터뷰가 끝나갈 무렵, 임 전 지사는 꼭 게재해 달라고 액자에 끼워져 있는 흑백사진 한 장을 내밀었다. 서울대 상대시절, 태권도반에서 도복을 입고 기왓장을 깨는 장면이었다.

◆임창열 전 경기도지사는

△경기 시흥 출생

△경기고, 서울대 경영학과 졸업

△미국 윌리엄스대학 경제학 석사

△명지대학원 경영학 박사

△제7회 행정고시 합격

△국제통화기금(IMF) 대리대사 역임

△세계은행 이사 역임

△제15대 조달청장 역임

△통상산업부 장관 역임

△부총리 겸 재정경제원 장관 역임

△경기도 도지사 역임

△(현)알앤엘바이오 회장

 

◆임 전 지사 조부 독립운동가 임기반 선생

임 전 지사의 조부인 근당(槿堂) 임기반(林基磐. 1867-1932) 선생은 일제치하에서 항일운동을 벌인 인사로 유명하다.

1867년 평안남도 양곡면에서 태어난 임 선생은 1896년부터 친구인 도산 안창호선생과 함께 독립협회 평양지부 간부로 활동하며 독립운동을 했으며 1903년 미국 하와이로 건너가 이민자 계몽과 일본 침략 저지를 위해 만들어진 신민회에 참여하기도 했다.

1907년 국채보상운동을 주도했던 임 선생은 3.1운동 직후인 1919년 7월 경북 안동지방을 중심으로 독립자금 4만6천원을 모금하다 당국에 적발된 뒤 이기호, 김사익 선생 등과 함께 중국 베이징에서 조선독립청년단을 조직, 독립운동을 벌였다.

임 선생은 이후 한국최초의 기술교육, 남녀공학 제도를 도입했던 의명학교(삼육대학교 전신) 설립자 중 한사람이었고 월간지 ‘시조’를 발행하다 폐간조치당하기도 했다고 임 선생을 연구한 삼육대학교 이종근 교수는 전했다.

임 선생은 광복 55돌을 맞은 지난 2000년 일제치하에서 항일운동을 벌인 공로를 인정받아 건국훈장 애국장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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