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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순례] 포천 아프리카 박물관

‘아오세오’ 한국 속 아프리카를 만나다
짐바브웨 조각공동체 ‘쇼나조각’에서 영감
4만여㎡ 부지 민속춤, 야외조각공원, 체험학습장

 

글ㅣ민경태기자 mkt@kgnews.co.kr

올 겨울은 유난히 춥다고 한다. 매년 나오는 말인데도 추위를 타는 기자에게는 두렵다. 그저 여름이 오기를 기다린다지만 그것도 마냥 기다릴순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여기 한여름의 따스함을 느낄 수 있는 곳이 있다. 그곳은 바로 포천 소홀읍 무림리의 아프리카예술박물관.

이곳 아프리카예술박물관은 관장인 태천만 씨가 지난 1999년 처음 아프리카의 문화를 접하면서부터 아프리카의 문화를 모든 사람들에게 보여줘야겠다고 생각이 들어 계획했다고 한다.

태 관장은 10여년 동안 아프리카의 향기를 맡을 수 있는 전시품들을 오랜 시간을 두고 직접 하나하나 일궈놨다.

 


우리나라의 문화와는 색다르며 신비스럽기까지 한 아프리카. 실제로 아프리카는 아니지만 한국에서의 아프리카를 실현시키겠다는 신념 하나로 만들어 놓은 아프리카예술박물관을 찾았다.

국립광릉수목원으로 들어서는 길 초입에 위치한 아프리카예술박물관은 총 4만여㎡(1만2천평)의 대지 위에 박물관을 중심으로 민속춤공연장, 야외조각공원, 체험학습장 등이 수목들과 어우러져 꽤 근사한 면모를 갖추고 있다.

특히 다른 관광명소인 포천국립수목원과 비슷한 위치에 있기 때문에 두 곳을 함께 볼 수 있다. 그 덕분에 아름다운 꽃과 나무로 어우러진 운치 있는 길 위의 아프리카예술박물관을 만난다.

입구에 들어서면 아프리카원주민의 맨발모양에서 아이디어를 따 박물관장이 직접 설계하고 건축한 박물관과 공연장이 눈앞에 들어온다. 아프리카대륙을 수년간 누비면서 수집한 각종 유물들이 1, 2층에 나눠져 전시돼 있다. 아프리카 조각상들은 돌, 청동, 나무 등 다양한 소재로 정교하게 조각돼 아프리카 부족들의 생활상을 보여준다.

아프리카예술박물관 태천만 관장은 우연히 아프리카 쇼나조각을 발견하게 되면서 그가 직접 수집한 작품들로 오늘날의 박물관을 세우게 됐다고 한다.

쇼나조각이란 잠바브웨의 조각 공동체에서 태동한 대표적인 제3세계 미술이다. 작품들은 컨테이너로 수십개 분량이며, 대한민국 최대의 아프리카예술박물관의 주축이 되고 있다.

아프리카 조각의 추상적이고 기하학적인 모양은 피카소 등 세계적인 거장들에게도 영감을 주었으며, 쇼나조각은 유럽귀족의 대표 소장품으로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조금은 어두운 듯 아프리카 미술품과 조각품이 전시된 터널을 지나 박물관에 들어서면 우선 커다란 인물 조각상이 시선을 압도한다. 늘씬한 모델들이 서 있는 듯한데 정교하고 섬세한 것이 마콘데조각이란다. 더욱이 놀라운 것은 각기 다른 포즈와 표정으로 수십명의 사람들이 한데 어우러져 있는 모습의 조각품이다. 하나의 작품을 만드는 데 16개월이나 걸린 것도 있다고 한다.

각종 유물을 통해 아프리카를 느끼다

 


1층에서 2층으로 이어지는 전시실에는 아프리카인들의 유품과 골동품적 가치가 있는 조각품들로 가득하다. 혼례, 성인식, 장례 등 여러 의식에 쓰인 도구나 악기, 각종생활용구, 전쟁이나 사냥 때 쓰던 무기류 등이 주를 이루는데 침대, 의자 등의 크기가 너무 작아 아이들 소꿉놀이 도구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전사와 포로의 조각상이 있는데 둘다 너무나 해맑게 웃는 표정이라 전사와 포로가 맞는지 구별이 가질 않는다.

2층에 별도 마련돼 있는 가면실에 들어서면 한쪽 벽면을 가득 메운 150여 점의 가면에 순간 압도된다. 각기 다른 표정의 가면들이 쏟아져 내릴 것 같아 이내 뒷걸음질치고 만다.

하지만 이도 잠시 원형의 아트숍을 본 순간 탄성이 절로 난다. 전시실의 유물들과는 조금 다른 공예품들이 시선을 끌어당긴다. 아프리카 사람들이 직접 수작업으로 만든 공예품들로 구매할 수도 있는 것들인데 아프리카를 소재로 다룬 유럽 예술가들의 명품도 살펴볼 수 있다.

아프리카 부족들의 생활모습을 엿볼 수 있는 전시실, 아트숍엔 진기한 공예품들이 즐비하다.

코끼리 다리를 그대로 박제해 만들어놓은 의자, 하마나 버팔로 다리로 받침을 한 전등과 같이 조금은 색다르고 언뜻보면 잔인한 공예품이 있는 반면, 나무로 조각해 놓은 기린과 철사를 이용한 악어 공예품은 보면 볼수록 정이 간다. 평면의 그림 속에서 머리만 입체적으로 툭 튀어나오게 만든 컵이나 그릇들도 아기자기 하고 각종 액세서리와 식탁보, 스카프 등도 전시돼 있다.


 


열정과 땀이 깃든 민속춤 공연

아프리카예술박물관에서 꼭 봐야 할 것이 있다면 민속춤 공연이다. 공연은 하루 3차례에 걸쳐 진행된다.

아프리카 사람들과 춤은 땔래야 땔 수 없는 관계이다. 기쁠 때나 슬플 때나 그들은 춤으로 감정을 달랜다. 출생, 성인식, 결혼식, 장례식, 사냥과 수확, 질병의 치유에 이르기까지 축제와 제례의식에는 반드시 춤이 함께 한다. 빠른 발놀림과 절도 있는 동작이 절로 박수를 치게 만드는데 악기 연주자와 무용단이 하나가 되서 관객들과 함께 어우러지는 공연은 1시간이 언제 지나갔는가 싶게 만들 정도. 별도의 관람료를 내야 하지만 그 금액이 결코 아깝지 않은 열정과 땀이 그 안에 녹아 있다.

아프리카어로 ‘안녕하세요’인 ‘아오세오’를 외치면 공연이 시작된다. 사라져가는 아프리카 민속공연을 위해 아프리카 현지 공연단을 초청하고 있다.

관객이 적든 많든 간에 최선을 다하는 아닌카 공연단은 코트디브와르 원주민들로 이 나라의 수도 아비쟌의 예술학교 출신들이라는데, 추운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관객들도 환호로 화답한다.

어눌한 말투로 ‘아리랑’과 가요 ‘호랑나비’를 부를 땐 웃음이 터져 나오면서도 함께 큰 소리 외쳐 노래를 부르게 된다. 공연은 공연자들과 관람객이 한 데 어우러져 무대 위에서 신나게 춤추고 기념촬영도 하면서 그 막을 내린다.

한편 아프리카예술박물관 주변에는 고모리 카페마을 등 다양한 먹거리 촌이 형성돼 있어 가족과 함께 즐거운 하루를 보낼 수 있다. 카페에서는 오리지널 탄자니아산 커피의 진한 향을 느낄 수 있고, 아프리카에서 직수입한 초콜렛도 판매한다. 수익금 중 일부는 기아 어린이들을 위해 사용한다고 한다. (문의:031-543-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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