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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식 기자의 이색기행] 김포 ‘한네연’히말라야에 배움의 터 닦다

디탈마을 어린이 70여명 꿈꾸는 학교 탄생

글·사진ㅣ최연식기자 cys@kgnews.co.kr

 



세 계의 지붕을 품고 있는 남아시아의 네팔을 향해 떠났다. 히말라야의 준봉들이 만년설을 머리에 이고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는 절경은 저절로 감탄사를 발하게 했다. 그러나 아름다운 자연경관과는 달리 네팔은 세계에서 가장 빈곤한 국가에 속한다. 그런데도 어떤 선진국보다 국민의 행복지수는 세계 2위 정도를 차지하는 아이러니한 나라다. 김포시에 본부를 둔 ‘한국-네팔 국제교류회(이하 한네연)’는 네팔의 한 산간 마을에 학교 건축을 지원하고 지난 10월 준공식을 가졌다. 김포 한네연의 네팔 방문팀에 합류해 그 사연과 활동 사항을 체험해 봤다.


 


히말라야와의 인연

한네연이 네팔의 산간 마을에 학교를 지어주게 된 계기는 실로 우연이었다. 지난 2008년 봄, 김포시 고촌면에 거주하는 사진작가 조진수씨가 그 매개체가 됐다.

조 작가는 고집스럽게 지난 20년 간 히말라야의 풍광만을 카메라에 담아 온 사진작가로, 서울에서 히말라야 사진전을 끝내고 고향인 김포시민회관에서 전시회를 갖게 됐다.

조한승 김포사랑 본부장을 비롯해 많은 지인들이 그의 전시회를 축하해 주었고 이를 통해 네팔이라는 나라와 히말라야의 풍경, 열악한 교육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됐다. 일생을 교육계에 몸 담았던 조한승 본부장은 네팔의 교육현실에 대해 관심을 표명했고 때마침 계획하고 있던 국제문화탐방을 네팔로 결정했다.

이러한 소식이 알려지면서 조 작가와 네팔의 환경단체인 ‘그린네팔’ 회장 ‘히라’씨와 연결이 됐고, 네팔대사관 영사인 ‘야다부 커날’씨와도 인연이 닿다. 20여명의 네팔문화탐방 팀은 그 해 12월 학용품과 옷가지 등을 준비하여 네팔로 향했다.

 


1950년대 한국의 비참했던 교육현장

이렇게 출발한 문화탐방 팀은 포카라 시에 위치한 ‘슈리파디’ 중등학교에 학용품을 전달했고 그들의 열악한 교육현장을 목격하며 과거 1950년대 한국의 비참했던 교육현장을 떠올리면서 자매 결연을 체결했다.

1차 네팔문화 탐방팀은 귀국 후 작은 정성을 모아 네팔의 어린이를 돕자는데 뜻을 같이했고 ‘한국-네팔 국제교류회’를 만들어 조덕연(62)씨를 회장에 선임하고 그린네팔과 협약을 맺기에 이르렀다.

이후 그린네팔 측은 포카라 시의 산간마을인 ‘디탈’ 마을에 학교를 건축해 달라는 첫 번째 사업을 요청했고, 회원들과의 협의를 거쳐 조덕연 회장은 이를 지원키로 약속했다.

히말라야 안나프르나 봉을 마주보고 있는 디탈 마을은 1천700m 정도의 고지에 위치한 전형적인 네팔 산간 마을이다. 이 마을 촌장은 아이들을 위해 학교를 건축할 대지를 희사(喜捨)하고 한네연에서는 자금을 지원하며 그린네팔은 학교건축을 책임지기로 했다.

2009년 봄, 조 회장은 우선 사비 1천만원을 착수금으로 보냈고, 그린네팔은 메일을 통해 학교 건축 현황을 주기적으로 보내왔다. 한네연은 그 해 11월 현장 확인을 위해 제2차 네팔 방문을 추진하고 회원 20여 명이 많은 위문품을 준비해 디탈마을로 향했다.

회원들이 디탈 마을에 도착 했을 때 학교는 기초공사가 끝나고 벽체를 쌓고 있었다. 우리나라 같으면 1주일이면 끝날 것 같은 공사가 그곳에서는 1개월 이상 소요됐다. 맨 몸으로 오르기도 힘든 절벽 길을 시멘트나 목재를 지고 옮겨야 하니 그건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는 작업 조건이었다.

2차 방문단은 마을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텐트와 침낭을 준비해 마을을 찾았으며 그곳에서 하루 밤을 주민들과 함께했다. 이후 학교 건축은 예정대로 추진돼 학교가 완공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2010년 10월 18일, 조덕연 회장을 비롯한 20명의 한네연 회원들은 디탈마을의 학교 준공 현장을 향해 세 번째 방문 길에 올랐다.


디탈 마을 가는 길

구충제, 공책, 볼펜, 야외용 앰프, 옷가지 등의 지원품을 마련한 한네연 방문단은 7시간의 비행 끝에 카투만두 공항에 도착했다. 카투만두 시내는 여전히 매연이 가득하고 지저분하고 혼잡스러웠다.

그럼에도 네팔은 아름답고 고요하고 신령스런 나라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만년설을 머리에 이고 있는 히말라야의 산맥들이 한 없이 우리의 존재를 작게 만들고 그들이 믿는 신의 존재가 삶의 의미를 새롭게 던져주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네팔의 수도인 카투만두에서 1박을 하고 새벽 5시에 일어나 디탈마을로 향하는 육로 여정에 나섰다. 버스를 타고 네팔의 휴양도시인 포카라까지 가는데는 10시간 이상 걸린다. 내려다 보면 현기증 나는 깍아지른 절벽 길을 구불구불 돌고 돌아 그 끝에 이르면 다시 또다른 산과 계곡과 절벽이 마주하는 위험한 여정이다.

가다보면 도저히 사람이 살 수 없을 것 같은 깊은 산 중에 몇 채의 가옥이 눈에 띠고 히말라야의 척박한 산비탈에 폭 1~2m의 계단식 밭이 수백m씩 이어져 있다. 이따금 지나치는 낡은 버스는 보기에도 아찔한 풍경이것만 지붕 위에 가득 올라탄 사람들은 아무렇지 않게 웃으며 손을 흔들고 염소떼가 도로를 막아서면 다 지나갈 때까지 기다리는 여유로운 풍경을 만난다.

잠시 쉬었다 가는 작은 마을을 살펴보면 금방이라도 주저앉을 것 같은 가옥과 그 안에서 소와 개와 사람이 함께 머무는 현장은 문명 사회에 길들여진 우리의 상식을 여지없이 붕괴해 버린다.

하지만 그들의 얼굴은 편안하고 행복해 보인다. 도리어 우리의 모습을 보며 ‘뭘 그렇게 힘들게 사느냐’고 묻는 듯하다. 그래서일까, 네팔 사람들의 모습은 탐욕이 없어 보인다. 배타적이지도 않고 특별히 친절하지도 않으며 ‘너는 너 나는 나’라는 존재로서 그저 잠시 전생의 인연으로 스쳐가는 것이라는 생각을 가진 것 같다. 마주치면 웃는 모습이 수줍음을 안고 있다.

포카라에 도착하자 이미 어둠의 자락이 도시를 덮고 있었다. 아직 반달에 미치지 못한 달이 반짝이는 구슬을 뿌려 놓은 듯한 별들 속에서 손 흔들고 있었다. 한 낮의 더위는 사라지고 달빛만큼이나 서늘한 기온을 흘리고 있었다.

 


한글 간판이 새겨진 학교 준공

다음날 아침, 디탈 마을로 가기 위해 호텔을 나서자 시바신이 머문다는 마차푸차레 봉과 히말라야의 봉우리들이 눈에 들어왔다. 호텔 주변의 활짝 핀 붉은 색의 열대 꽃과 그 사이로 보이는 눈 덮인 히말라야의 모습은 아직까지 보아온 그 어떤 풍경화 보다 아름다웠다.

버스를 타고 40여분을 달리자, 길섶에 ‘김포 한네연’이라는 한글 간판이 나타났다. 디탈 마을로 오르는 입구였다. 이곳에는 마을 주민 서너 명이 내려와 우리 일행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은 한네연에서 갖고 온 물품을 짊어지고 산길을 오르기 시작했다. 산길이라고 하지만 깍아지른 절벽에 대를 이어 만든 좁은 계단을 오르는 길이다.

 


2시간여 걷다보니 들리는 나팔소리

오르다 쉬다를 반복하며 온 몸이 땀에 젖은 채 2시간여를 오르자 나팔 소리가 들렸다. 마을에서 우리 일행이 거의 다 왔다는 신호를 보내는 듯 했다. 마지막 힘을 다해 산 등성이를 오르자, 마을 입구 신전 앞에 긴 나팔과 북 등으로 구성된 악단과 주민들이 일행을 맞이했다.

마을 촌장이 반갑게 조덕연 회장의 손을 잡았다. 주민들은 일행의 이마에 신의 축복을 기원하는 붉은 색의 ‘딧카’를 칠해주고 목에 꽃목걸이를 걸어주며 환영했다.

마을 악단이 앞에서 나팔을 길게 울리고 북을 치며 일행을 리드했다. 조밭을 지나고 돌담 길을 지나 마을로 오르기까지 나팔소리는 산 중의 고요를 깨며 번져 나갔고 병풍처럼 마주 선 히말라야의 태고적 신비를 향해 북소리가 울려퍼졌다.

그렇게 20여분을 오르자 드디어 디탈마을의 중심에 우뚝 서 있는 아담한 학교가 눈에 들어왔다. 마을 사람들은 학교 앞에 작은 운동장을 만들고 거기에 천막을 쳐 제법 준공식장 다운 잔치분위기를 연출해 놓고 있었다.

민속의상을 차려입은 주민들과 남녀노소 마을민들이 모두 학교주변으로 몰려 들었고 미리 와서 행사 준비를 마친 그린네팔의 히라 회장이 환하게 웃으며 일행을 맞이했다.

학교의 중앙에는 ‘김포한네연’이라는 간판이 한글로 붙어 있었고 학교 교실에는 두 눈을 반짝이며 수줍게 미소짓는 아이들이 둘러 앉아 있었으며 학교 급식실에서는 주민들이 전통요리를 만들고 있었다.

학교는 교실 2개와 조리실, 화장실을 갖추고 있었다. 교실에는 깔금한 장판을 깔아 아이들이 신을 벗고 들어가게 돼 있었다. 네팔의 여타 학교와 비교할 때 참으로 현대적이고 깨끗한 학교였다.

 



“작은마을 희망 심어줘 감사해요”

준공식에서 디탈마을 촌장은 “멀고 먼 한국의 국민들이 이 작은 마을에 희망을 심어준데 대해 신께 감사하며 한네연 조덕연 회장과 회원여러분에게 마을 사람 모두의 기원을 담아 감사와 축복을 드린다”고 했다.

조덕연 회장은 “우리도 한 때 전쟁의 폐허 속에서 다른 나라의 지원을 받으며 가난과 싸웠다”며 “오늘날 한국이 다른 나라를 돕는 국가가 된 것은 그 어려움 속에서도 어린이에 대한 교육이 있었기 때문임을 이곳 디탈 주민들이 알고 이 학교를 통해 장차 네팔의 훌륭한 인재가 배출되기를 바란다”고 격려했다.

맺는 말

김포 한네연은 디탈마을의 학교 건축 사업이 성공적으로 완공됐음을 50여명의 회원들게 보고하고 다음 사업을 준비 중이다.

“우리가 커피 한 잔 값을 아끼면 히말라야의 어린이들에게 희망이라는 꿈을 선물할 수 있습니다. 우리 한네연은 남는 것을 나누려는 것이 아니라 부족한 가운데 아낀 것을 나누는 정성으로 작지만 실질적인 사업이 되도록 모든 회원들이 힘을 모을 것입니다. 보이기 위한 봉사가 아니라 실천하는 봉사가 되도록 한네연 회원들과 손 잡고 나가겠습니다” 조덕연 한네연 회장의 앞으로의 각오다.

이번 디탈 마을의 학교 지원으로 네팔 상공인회에서는 감사패를 전해 왔다. 회원들은 디탈마을 학교 준공에 참석하고 포카라 시의 자매학교인 슈리파디 중등학교에 지원품을 전달한 후 히말라야 랑탕 지역을 탐방한 후 귀국했다.

김포시의 작은 민간 모임이 한국의 이름을 히말라야에 새겼음을 자랑스럽게 지켜보며 한네연의 발전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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