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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sit] 민웅기 효원고등학교 교장

학생 학부모 교사간 소통으로 마음 움직일 것
미국, 중국으로 해외문화 체험활동 추진
교과부 지정 과학중점학교 운영으로 전문성 높여

 

글 l 이종일기자 lji22@kgnews.co.kr 사진 l 노경신기자 mono316@kgnews.co.kr

“시대가 급변하는 만큼 교육도 수요자들의 요구와 관심에 맞게 능동적이고 상호 소통하는 방식으로 전환돼야 합니다.”



수원 효원고등학교 민웅기(58) 교장은 학생들의 학력을 높이고 인성을 함양하기 위해 교사들부터 권위의식을 버리고 아이들의 눈높이로 다가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사교육에 의존하는 기존의 교육풍토를 바꾸기 위해 학교 현장에서 교사와 학생이 서로 이해하며 호흡하는 교육공동체를 이루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교육과정의 특성화와 다양화를 통해 명문 학교로 도약하고 있는 효원고등학교를 찾아 민웅기 교장의 교육철학과 학교 발전 계획을 들어본다.

 



한 송이의 장미꽃을 키워내는 심정으로

효원고등학교는 올 3월 민웅기 교장이 취임한 후 1층 복도 중앙에 화분을 세워놨다.

그 이유는 학생들이 몰려다니며 복도에서 떠들고 질서를 지키지 않았기 때문.

처음에는 새로 놓아둔 화분들이 학생들의 발에 걸려 깨지고 넘어졌지만, 시간이 지나며 아이들의 발걸음이 조심스러워지고 우측 통행이 일상화되기 시작했다.

하나의 작은 시도였지만, 아이들의 행동에는 큰 변화를 주게 됐다.

민웅기 교장은 “학생들을 변화시키고 지도하는 것은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다. 처음에는 갈등과 불편이 있을 수 있지만 조금만 참고 기다리면 교육의 성과는 반드시 돌아온다”며 “아이들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사랑한다면 그것은 곧 좋은 교육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학생들에 대한 사랑과 관심이 교사에게 있다면 학생들은 마음을 열고 교사를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그는 설명한다.

민 교장은 “한 송이의 장미꽃을 키우기 위해서는 매일 같이 물을 주고 햇볕을 쐐주고 바람을 맞아줘야 한다”며 “하물며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을 키워내고 성장시키는 교육활동은 이보다 더 치밀하고 계획적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교육철학을 갖고 있는 민 교장은 학생들에게 따뜻한 ‘선생님’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무섭고 불편하고 지루한 ‘교장선생님’이 아니라 편하고 친숙하고 믿을 수 있는 ‘교장쌤’으로 통한다.

지난 8월 효원고 축제에서 오프닝 행사 때 썬그라스와 모자를 쓰고 무대에 올라 최신곡을 부르며 학생들의 심중을 휘어잡았던 것은 그 중 하나다.

교장실 앞에서 떠들고 큰 소리를 치는 학생들을 불러다가 ‘잔소리’ 하고 혼내는 선생님이 아니라 아이들에게 음료수를 주고 격려해주며 ‘마음’을 움직이는 교육을 실천하고 있다.

“잘못한 아이들에게 화내봤자 마음으로 반성하도록 만들기는 어려워요. 심한 학생들은 교장실 문을 발로 차고 도망가기도 하는데, 그런 교육방식은 현 시대에 맞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잘못한 것을 호되게 야단치지 않아도 좋은 말로 다독여주고 다음부터 그렇게 하지 않도록 조그만 ‘사인(sign)’만 보여줘도 알 수 있습니다. 내가 아끼고 존중하는 마음이 전해진다면 학생들은 반드시 그에 따른 행동을 보여준다고 확신합니다. 교육은 절대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효원고등학교는 최근 경기도교육청의 수학 특성화 교육과정 운영 시험학교로 선정돼 학생들의 우수한 성적을 거두는 성과에 이어 내년부터 교육과학기술부 지정 과학중점학교를 운영하게 됐다.

 



교육 특성화를 통해 학교 전문성 강화

과학중점학교는 4개 이상의 과학교실과 2개 이상의 수학교실을 구비해 과학과 수학에 대한 심화교육을 실시하는 과학중점과정을 운영하는 것.

과학중점과정은 내년에 들어오는 신입생부터 적용되며, 이들이 2학년 진급시 2개의 과학중점반을 운영하게 된다.

과학중점학교는 교육과정의 편성·운영에서 자율권이 보장되며 과학·수학 과목에 대한 수준별 수업, 심화수업, 실험·탐구 수업을 확대할 수 있다.

1학년 학생들은 기존 교육과정에 비해 과학·수학과목의 이수시간이 늘어나게 되고 2·3학년은 과학·수학과목 비율이 전체 과정의 50%까지 확대 운영할 수 있다.

이 같은 결과는 민웅기 교장이 올해 초까지 고양교육장을 지내며 강조했던 고교 교육의 특성화와 다양화에서 비롯됐다.

민 교장은 이 학교에 취임 후 학생들의 특기·적성을 살리기 위해 이공계열은 과학중점학교를 통해, 인문사회계열은 외국어 중점 교육을 통해 실력을 양성하도록 강조했다.

민 교장은 “과학고, 외국어고 등 특수목적고등학교가 늘어나며 인문계고가 상대적으로 약화되는 경향이 있다”며 “효원고는 학생들의 요구에 따라 이공계열과 인문사회계열의 교육과정을 특목고 수준으로 높이기 위해 특성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 학교는 올 겨울에 미국과 중국으로 해외문화 체험활동을 계획하고 있으며 우수 학교 탐방을 통해 학술교류 MOU(양해각서)를 체결할 방침이다.

지역마다 20~30명 학생들의 신청을 받아 7박8일 일정으로 다녀올 예정이며, 지역내 우수대학의 학생들과 간담회를 갖고 다양한 문화 체험을 통해 글로벌 의식을 높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또한 효원고는 인문사회계열의 경우 방과후수업을 통해 영어, 불어, 중국어, 일본어 등 외국어 수업을 집중 배치해 학생들이 다양한 언어를 습득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민 교장은 “학생들은 청소년기에 다양한 문화를 체험하고 생각을 넓혀 국제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며 “어린 시절부터 만들어진 소셜 프렌드십(social friendship)은 세계관 형성과 미래 진로를 선택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민웅기 교장은 올 하반기 학생인권조례 공포와 함께 변화하는 교육 여건에 대해 세심한 관심을 갖고 학생, 학부모, 교사가 하나되는 교육공동체를 이루기 위해 분주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학생, 학부모, 교사가 한마음으로

이를 위해 효원고는 학생, 학부모, 교사들의 토론을 통한 협력 과정을 만들어갈 방침이다.

민 교장은 “학생들의 인권이 존중되고 교권이 보호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학교 구성원의 토론과 소통이 우선시돼야 한다”며 “현재 학교생활규칙 개정에 주력하며 구성원들의 의견을 토대로 교육환경을 바꿔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는 학년토론, 전체토론 등 학생들의 토론문화를 다양하게 조성해가고 학생, 교사간 토론과 학부모들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이끌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 교장은 학교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교장 개인의 의견과 판단보다 교육공동체의 다양한 의견이 반영되고 서로가 이해하고 협조하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이는 결국 교육공동체 모두가 만족하고 사랑할 수 있는 학교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이런 구조 속에서 교장은 구성원들이 솔직하게 마음을 보일 수 있고, 상호간에 다양한 토론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며 서로가 합의한 내용들을 이끌어가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 민 교장의 의지다.

“학교가 정체되면 도태할 수밖에 없습니다. 학생과 학부모들의 생각은 바뀌는데 교사와 교장의 의식이 멈춰있다면 어떻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실력을 양성할 수 있겠습니까? 변화를 두려워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학생, 학부모, 교사들의 좋은 생각들을 하나로 모아 학교와 교육을 변화시키는 것이 우리의 과제입니다. 효원고는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기상을 세워 경기도를 대표하는 우수 고등학교로 발돋움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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