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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환경운동가로 수원에서 사회적 역할을 시작했을 때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에는 제가 본보기로 삼을 지자체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사는 수원을 지방자치제의 롤 모델로 만들고 싶다는 야무진 꿈을 오래 전부터 꾸어 왔습니다” (2010년 염태영 지음 ‘우리동네 느티나무’ 중에서)

대담ㅣ안병현 편집장 abh@kgnews.co.kr

정리ㅣ최영석 기자 choi718@kgnews.co.kr 김재학 기자 kjh@kgnews.co.kr

사진ㅣ최우창 기자 smicer@kgnews.co.kr

 

 


“수원시가 국가도 움직일 수 있습니다”

거 슬러 올라가면 염태영 수원시장이 환경운동에 투신한 것은 경실련 환경개발센터 연구위원생활을 시작한 1993년이다. 이어 1996년 수원천 되살리기 시민운동본부 사무국장을 맡아 수원지역사회에서 본격적인 환경운동을 시작하고 꼭 15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그는 7개월전 그꿈을 이뤘다. 염 시장이 바라던 지방자치의 롤 모델은 어떤 것이었는지 궁금증이 더해갔다.

마침 본지는 지방선거 당선의 기쁨이 채 가시기도 전인 지난 6월 당선자 신분으로 염 시장을 인터뷰해 7월 창간호에 게재한 바 있다. 당선자 시절에 생각했던 시장의 꿈과 현실로 돌아와 헤쳐나가야 하는 시장의 괴리감은 무엇인지도 듣고 싶었다. 110만 시민을 포용하면서도 답보상태에 머물던 수원시의 미래상을 확인해 볼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인터뷰는 12월 18일 토요일 오후 늦은 시간에 시장실에서 이뤄졌다. 평소 즐겨 입는 스트라이프 셔츠에 짙은색 자켓을 걸친 전형적인 주말형 캐주얼 차림이었다.

-취임 6개월이면 시장이라는 환상보다는 매몰찬 현실에 부닥치게 되는데 무슨 ‘오기’ 같은게 생기지는 않나요.

“‘오기’… ‘오기’요. 우선 시장이 되고 나서, 보고받고 진행되는 것을 보면 상식적이지 않은것들이 참 많습니다. 이런 일들을 감정적이거나 균형을 잃고 바라보고 판단하지 않을려고 애를 씁니다. 행정일이라는게 나름대로 명분이 있어야 하고 절차를 지켜야 하는 부분이 많이 있는데 절차를 밟다보면 시간이 많이 소요 되고 또 저의 메시지를 타인에게 전달해 주는것이 쉬운일은 아니지만 그 메시지가 정확하게 전달돼 소기의 목적이 달성될 수 있도록 각오를 다지기도 합니다

취임후 6개월동안 필요한 조례를 제정하고 그의 실천을 위한 로드맵을 만들고 그것에 관련된 예산을 세우는 일을 차근차근 해오고 있습니다. 수원시의회에서 정략적인 관점에서 보지 않고 힘을 실어주는 것이 저에게는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얼마전에 단행한 인사에 대해 일부에서는 구조직을 밀어내기 위한 ‘새판 짜기’ 인사라는 평이 있기도 한데요 이번 인사의 특징은 무엇입니까.

“한마디로 일하는 조직을 위한 인사입니다. 경쟁력 있는 행정조직을 만들기 위해 한국생산성본부에 의뢰해 제출받은 조직개편안을 시의회를 거쳐 확정했습니다.

인사라는 것이 시장의 기분에 따라 좌지우지 될 수는 없습니다. 그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그 자리에 가야 한다는 가장 기본적인 인사원칙을 실천했다고 보면 됩니다. 종전에는 정년퇴임을 앞둔 인사들이 구청장에 발령나고 때가 되면 퇴임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는 조직의 운영, 업무추진 등 순기능 측면에서 마이너스 요인입니다. 따라서 일부 고위직에 대해서는 순환근무 형태의 인사를 취한 것도 특징입니다.

인사청탁을 하는 공무원에게 불이익을 준다는 원칙은 재임기간동안 유효합니다. 이는 일하는 조직을 만들겠다는 저의 인사원칙에 크게 위배되는 것으로 참을 수 없는 일입니다. 전문성을 갖고 일을 열심히 하다보면 그에 맞는 적절한 인사가 이뤄지고 또 적당한 시기에 승진하는 기회가 주어집니다. 역량있는 사람을 계속 끌어들여 조직의 경쟁을 통해 자기실현을 도모하는 인사모델을 만들어 가겠습니다”

 

 


-뇌물수수 공무원이 구속돼 시민들의 자존심을 구기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비리 연루 공무원을 공직에서 한번에 퇴출시키는 ‘원아웃제도’를 도입한 배경은 무엇입니까.

“국민권익위원회의 2010년도 전국 자치단체 청렴도 발표 결과 우리시가 지난해에 이에 좋지 않게 나온 것은 창피한 일입니다. 저는 취임하면서부터 ‘청렴’ ‘정직’ ‘공정’ 세가지를 공직자들에게 늘 강조해 왔습니다. 막상 이런일이 생기니까 부끄러운 생각이 듭니다.

행정조직이라는 것이 내 마음대로 한번에 잘못을 저지른 공직자를 한순간에 파면시킬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공직자에게 경계심을 일깨워주는것이 힘든게 사실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솜방망이 처분, 제식구 감싸기 등으로 약화 되는것이 비일비재했습니다. 그래서 공무원의 비리행위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가장 강한 징계로 한번에 처리하는 방법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세계문화유산 도시협의회 초대회장, 전국 대도시 시장협의회 회장 등을 맡아 ‘지역 위상 높이는 효과’ 를 가져왔다는 평이 있는데요.

“제가 욕심을 갖고 해보고 싶었던 것은 전국 대도시 시장협의회 회장입니다. 인구 110만을 포용하는 대도시이면서도 그에 상응하는 대우를 받지 못하고 오히려 불이익을 받는 현실이 안타까운데다 내 목소리 조차도 대변해 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대도시 특례인정에 관한 특별법 제정과 대도시 현실에 맞지 않는 직제 개선 등 전국 대도시 현안 해결을 위해 앞장서 나갈 계획입니다. 수도권과 전국 대도시의 이익을 대변하고 도시의 위상 확립과 대도시 간 발전적 협력관계 형성 등을 위해서도 노력하겠습니다”

-올해 시장 업무추진비를 30% 줄이고, 행사성 예산과 경상경비 예산을 최대한 절감하겠다고 밝혔는데요. 규모가 어느정도입니까.

‘정확히는 저도 잘 모릅니다. 업무추진비 구조가 워낙 복잡한 것이라서요. 시장이 의지를 갖고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쓸 수 있는 가용예산이 지난 추경때 알아보니 15억원 정도입니다. 새로운 사업을 벌일 만한 규모도 되지 않습니다.

국비가 제대로 지원되지 않아 시비로 채우는 사업이 늘어나다 보니 지방자치단체가 운용할 수 있는 가용예산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상황입니다. 따라서 행사성 경비, 가용성 경비를 줄이라고 지시했습니다. 예산을 좀 더 합리적으로 쓰기위해 저부터라도 업무추진비를 30%로 줄이겠다는 각오입니다”

 

 


-팔달구청사를 화성 안으로 옮기는 방안은 아직도 유효한 것인가요.

“유네스코(UNESCO) 세계문화유산 도시협의회 초대회장을 맡게 됐습니다. 세계문화유산을 보유한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협의체를 통해 유네스코 도시를 함께 만들어 가자는데 뜻을 같이 했습니다. 화성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국가가 5~6년동안 꾸준히 지원해줘야 2조원의 예산을 가까스로 확보할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지난해 말 정기국회에서 200억원 규모의 예산안이 통과돼 전국의 세계문화유산 도시들이 혜택을 보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우리시에도 올해에 20억원 규모의 국비가 지원되면 화성을 개발하는데 쓸 생각입니다.

당초 계획대로 팔달구청사를 화성 안에 입주시켜 구도심을 살리고 청사는 한옥 형태로 건립해 주변경관과도 잘 어울리도록 할 계획입니다. 팔달구청장과 화성사업소장을 화성관련 전문가로 발령낸 것은 그때문입니다. 특히 경관이 수려하기로 유명한 방화수류정, 화홍문 인근에 국빈급 인사들이 머물수 있는 영빈관을 짓고 인근에 유스호스텔과 한옥마을을 조성해 화성을 체류형 관광지로 만드는 화성 르네상스가 머지 않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화성, 오산시민의 수원연화장 사용료를 50% 감면하는 조례안이 시의회를 통과했는데 시장님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너무 앞서가는 것 아닌가요.

“수원은 가용토지 한계로 발전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자립기반의 토대를 만들어야 하는데 인프라도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습니다. 화성은 부분적으로 난개발이 우려되는 상황이고 그래서 역사적으로나 공간적으로 한몸이라 할 수 있는 수원권 통합을 가시화 하기 위한 조치중의 하나라고 보시면 됩니다.

화성과 오산 일부에서는 ‘몽땅 뺏어가려한다’ 혹은 ‘혐오시설이 몰려온다’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통합이 성사되면 수원시 예산이 화성과 오산에 투입될 것으로 자신합니다. 우리시가 먼저 마음의 문을 열고 포용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수원비행장 이전 문제를 여쭤보지 않을 수가 없는데요.

“수원 비행장 비상활주로 이전 문제는 엄밀히 말하면 ‘눈가리고 아웅’ 격입니다. 비상활주로를 비행장 안으로 옮기는 것은 비행장 이전문제를 고착화시킬 뿐입니다. 단지 비상활주로로 인해서 고도제한이 걸려 피해를 보는 지역과 주민들이 있기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식’으로라도 검토하게 된 것입니다. 판결결과에 따라 수백억원이 넘는 보상비를 매년 주민들에게 지급해야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그럴바에야 비행장을 이전하는 방안을 염두에 두고 협의를 하자는 것입니다”

-수원권 통합과 맞물려 통합후에 비행장을 화성시 바닷가로 옮기고 비행장을 개발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계신것은 아닙니까.

“그렇게 말한 적은 없습니다. 안보관계상 수원비행장을 후방 깊숙이 옮길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다 보니 수평적 이동을 생각했을 때 화성 해안가가 비행장 이전부지로 적당하지 않겠느냐 하는 말이 나오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재정상태가 열약합니다. 무상급식 예산이 무리가 따른다고 보지는 않습니까.

“올해부터 초등 3학년부터 6학년 학생들에게 무상급식 예산으로 100억원정도가 쓰일 예정입니다. 이중 50%가 교육청에서 나옵니다. 무상급식의 중요성은 저의 예를 들겠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때 학교에서 단체로 수학여행을 가는데 저는 돈이 없어서 1학년 학생들과 함께 용주사로 당일치기 소풍을 따라갔습니다. 창피한 일이었지요. 갈때는 모두 가방이 불룩했지만 저는 돌아올때까지도 불룩한 가방을 메고 와야 했습니다. 가방안에 양은 도시락을 줄일수도 없었고 양은도시락 안에서 달그락 거리던 젓가락 소리가 지금도 생생한 상처로 남아있습니다. 감수성이 민감한 시기의 아이들에게 상처를 주지 말아야 합니다. 여유있는 사람들이 관용을 베푼다고 생각하면 해결될 일입니다”

-복지 사각지대에서 고통받는 시민과 일자리 늘리기 방안은 무엇입니까.

“시가 단행한 조직개편의 골자는 시의 중점과제를 추진하기 위한 것에 맞춰져 있습니다. 복지의 사각지대를 줄여나가기 위해 전 행정력을 집중할 것입니다. 일자리 창출을 위해 ‘즐거운 일터 활기찬 도시’ 1순위를 일자리 창출로 잡았습니다. 청년일자리, 노인일자리, 여성일자리 모두 다 시급합니다. 일자리 창출에는 대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고 봅니다. 2013년까지 삼성전자 단지내 연구원 1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연구소 건립이 이뤄집니다. 적극적으로 지원할 생각입니다. 특히 구도심 리모델링사업을 통해 일자리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할 예정이며 청년 인큐베이팅 사업 등을 통해 청년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겠습니다”

-시민들께 드리는 새해인사.

“110만 수원시민 여러분. 시가 최선의 행정서비스를 시민들에게 제공하고 있는가를 생각하면 그다지 만족스럽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좀 더 변화를 주기 위해 솔선수범해 나가겠습니다. 기존의 관행을 깨고 공직자들 역시 창의적 발상을 할 수 있는 풍토를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모든 것이 시대에 맞게 바꿔 나가야 하는데 수원시가 앞장 서서 만들면 국가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방자치단체인 수원시가 새로운 시대에 걸맞는 새로운 행정패러다임을 만들겠습니다. 다양하게 만들어 놓은 시민참여방안에 여러분들의 의견을 기다리겠습니다. 무늬만 자치가 아닌 실질적인 자치를 위해 시민들이 노력해 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1시간 30분동안 이어진 인터뷰는 자못 진지함을 넘어 심각한 분위기로 이어질 정도로 열정적으로 진행됐다. 행사참가 시간이 가까워 왔는데도 끝까지 인터뷰에 임해주는 진정성을 보여주기도 했다.

사진기자의 요구에도 흔쾌히 몸을 움직여 줬다. 시민들을 대하는 시각이 당선자 시절과는 사못 달라졌다는 감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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