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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sit] 이범희 흥덕고등학교 교장

‘학내갈등’ 민주적 방식으로 혁신학교 완성

 

수업시간 80분으로 늘리고 국·영·수 등 4개 과목 수준별 교육
“개교 1주년 맞아 혁신학교 완성하겠다”

글 l 이종일기자 lji22@kgnews.co.kr

사진 l 이준성기자 oldpic@kgnews.co.kr

“학교문화를 바꾸려했던 혁신학교 첫 해의 성과를 이어 2011년부터는 수업혁신에 모든 노력을 기울일 계획입니다.”

용인 흥덕고등학교 이범희(49) 교장은 혁신학교의 가치와 철학을 실현하기 위해 2010년 학교운영에 대한 평가를 토대로 학생들의 치유와 성장을 책임지는 ‘새로운 학교만들기’에 박차를 가할 의지를 밝혔다. 2010년 3월 개교한 흥덕고는 경기도교육청 혁신학교 지정교로 출발해 교육과정의 다양화·특성화와 생산적 학교문화 형성, 전문적 학습공동체 구축 등을 이루며 용인지역 학생, 학부모들의 관심을 모아왔다. 이범희 교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지난 1년간 혁신학교 운영에 대한 평가와 경기교육의 발전 방향에 대해 들어본다.



생채기를 치유하고 더욱 튼튼해진 혁신학교

“비평준화 지역의 신설학교라는 약점을 갖고 혁신학교를 운영하며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학력에 큰 구애를 받지 않고 입학한 다양한 학생들을 지도하며 여러 교사들이 상처받고 혼란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1년을 그렇게 지내며 학생과 교사의 눈높이를 맞혀가고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을 만든 것 같다. 지금은 아이들이 몰라보게 변했고 교사들의 노력에 의한 큰 성과라고 생각한다”

내부형 교장 공모제를 통해 2010년 3월 취임한 이범희 교장은 지난 1년간의 소회를 밝히며 아이들의 변화된 모습을 높이 평가했다.

학교에서는 그동안 학생들의 교칙 위반과 폭력사건 등으로 진통을 겪기도 했지만, 교사들이 혁신학교 운영의 원칙과 철학을 존중하며 아이들을 보듬고 치유하는데 전력을 기울인 결과라고 이범희 교장은 설명했다.

이 교장은 “1학기 때는 수업시간에 교사들에게 대들고 심한 말을 했던 학생들이 있었지만, 지금은 많이 좋아진 상태”라며 “아이들에게 체벌을 가하지 않고 권위적인 교육방식이 아닌 민주적이고 치유적인 방식으로 지도했기 때문에 학생들의 생활태도가 좋아졌다”고 평가했다.

흥덕고는 학기 초 학생, 학부모, 교사들의 토론을 거치며 구성원들이 직접 학교생활규칙을 만들고 민주적인 학교문화 만들기를 위해 노력해왔다.

그래서 이 학교는 학생들에 대한 체벌이 없고, 야간자율학습을 강제하지 않는다. 두발은 자유롭게 기를 수 있지만 퍼머와 염색은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해 금지하고 있다.

수업 시작 종소리도 학생들의 요구에 따라 최신가요로 대신하고 상담실과 도서관의 이름도 학생들의 공모를 통해 지정하고 있다.

학교 운영에 ‘사소한’ 변화를 주었지만 학생들이 학교에 대한 애정과 자긍심을 갖는 요인이 됐다고 교사들은 평가하고 있다.

이 교장은 “학교 교육이 온전히 실현되기 위해서는 우선 학생들이 만족하고 의견이 반영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자신의 의견이 존중되고 교사와 함께 호흡할 때 학교가 아이들의 공간이 될 수 있고, 공부에 대한 관심도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11년 수업혁신을 위해 전 교직원 의기투합

흥덕고는 2010년 어려운 여건에서도 혁신학교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생산적 학교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다.

가치와 비전을 공유하고 학생들을 존중하며 참여의 정신을 실현하기 위해 교사들은 매일 같이 토론하고 아이들에 대한 고민을 이어왔다.

1년간의 학교 운영 속에서 이범희 교장은 주요한 성과로 여름방학에 시행한 통합기행과 축제 행사, 체육대회 준비를 꼽았다.

학생들이 직접 기행 장소와 교통시설, 프로그램 등을 준비하고 축제 프로그램 마련과 예산 편성 등 교사들의 도움 없이 스스로 기획하는 과정에서 아이들의 만족감이 높아지고 참여의식이 향상됐다는 평가다.

이런 단계를 거친 흥덕고는 현재 학생들의 창의적 학력향상을 이루기 위한 수업혁신을 준비하고 있다.

이는 혁신학교의 블록수업제와 교육과학기술부의 교과교실제를 2011년부터 도입해 최대의 성과를 이룰 계획이다.

블록수업은 기존의 50분 수업방식을 100분으로 늘려 다양한 수업 방식을 도입하는 제도다.

짧은 시간동안 교과서를 설명하기 바뻤던 교사들의 수업 방식을 보다 넉넉한 교육시간을 확보해 연극과 실험실습, 동영상 상영 등 다양한 형태를 블록수업에서 이룰 수 있다. 또한 교과교실제는 국어, 영어, 수학, 과학 등 4개 과목을 수준별로 나눠 학생들을 교육하는 제도로 기초학습과 선행학습을 함께 이룰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교장은 “한 교실에서 다양한 학력수준을 가진 학생들을 지도하는 것이 현재의 조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했다”며 “흥덕고 학생들의 학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아이들의 수준별로 교실을 선택해 각자의 수준에 맞는 수업을 받을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흥덕고는 이런 계획을 실행하기 위해 최근 교과부의 교과교실제 도입 승인을 받았고 지원예산을 통해 전문교과 교실로 학교를 리모델링하고 있다. 또한 수업혁신을 위해 집중이수제와 배움의 공동체 수업, 전 교사 수업 공개, 수업 비평회 등을 2011년부터 시행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평준화 도입 희망

흥덕고는 2011년 신입생이 들어오면 1, 2학년 교육체제가 마련된다.

신설학교에서 1학년만 지도했던 방식이 해가 바뀌며 학생들이 늘어나고 더욱 체계화된 운영방식이 요구되고 있다.

특히 친구들간에도 갈등을 빚었던 아이들에게 후배들이 생기며 선·후배 문제로 확대될 수도 있다.

그래서 흥덕교 교사들은 학생 생활지도에 더 많은 준비를 하며 전문화되고 체계화된 교육과정을 도입하려 한다.

그러나 교사들의 지도방식에도 한계는 따른다. 비평준화 지역에서 신설학교의 발전과 변화는 그리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흥덕고는 나은 편이다. 다른 학교에서는 해가 지나며 50명, 100명씩 학생들이 학교를 떠나가기도 한다. 신설학교의 경우 학생들의 학력 편차가 심하게 나고 생활지도 또한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는 비평준화 지역에서 학교가 서열화되고 학생들이 수준별로 학교에 배정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이대로 교육제도가 계속돼서는 안된다”

고교 비평준화 제도에 대해 이범희 교장은 반대 입장을 강력히 표명했다.

이 교장은 “일부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의 대학 진학률이 높은 이유는 결국 우수한 학생들이 많이 몰렸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반면 다른 학교에서 진학률이 떨어지는 것은 학력이 낮은 학생들이 몰렸기 때문이기도 하다. 비평준화 지역에서 이런 이유로 교사들이 높이 평가받거나 낮게 평가받는 것은 공교육의 정상화를 가로막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교사들이 아이들을 최선을 다해 교육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기 위해서는 일부 학교에 우수학생이 편중되는 문제를 해소하고 학교별로 동등한 조건에서 ‘실력’으로 평가받는 여건이 조성돼야 한다”고 제기했다.

이 교장의 바람과 같이 용인지역에서는 고교평준화 바람이 불고 있다.

이 지역에서는 최근 학부모들이 평준화 도입을 적극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이 교장은 “평준화 도입이 결정된다면 혁신학교의 성과와 영향력이 지역사회에 미치는 파장은 더욱 커질 것”이라며 “공교육 정상화와 경기교육의 발전을 위해 올바른 교육제도가 도입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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