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0.03 (목)

  • 구름많음동두천 22.4℃
  • 구름많음강릉 23.7℃
  • 맑음서울 24.0℃
  • 구름많음대전 24.7℃
  • 구름많음대구 23.5℃
  • 구름조금울산 24.7℃
  • 구름많음광주 25.8℃
  • 구름조금부산 27.9℃
  • 구름조금고창 26.8℃
  • 구름조금제주 27.7℃
  • 구름조금강화 23.1℃
  • 구름많음보은 23.4℃
  • 구름많음금산 24.8℃
  • 구름많음강진군 25.9℃
  • 구름많음경주시 24.7℃
  • 맑음거제 25.1℃
기상청 제공

세바퀴로 가는 ㈜이산의 무한 경쟁력
카자흐스탄 국제수송도로는 우리나라 ‘책임감리 해외수출 1호’로 기록
임금피크제로 고령 기술자 활용… 설계·감리분야 국내 선두그룹 유지

글 l 안병현 편집장 abh@kgnews.co.kr
사진 l 노경신 사진부장 mono316@kgnews.co.kr

 

 

국내 굴지의 엔지니어링 회사인 ㈜이산(彛山) 이원찬 회장을 만난 날은 눈이 내려 도로가 꽁꽁 얼어붙어 손조차 내놓기 싫을 정도로 겨울 기온이 한창 바닥을 치던 지난달 중순이었다. 수원지검 안양지청 인근 지하철4호선 평촌역과 맞닿아 있는 ㈜이산 사옥 7층에 마련된 회장 집무실에서 이 회사 임규배 부회장의 안내를 받았다. 차 한잔속에 덕담이 오고가고 이원찬 회장과의 본격적인 인터뷰를 위해 임 부회장에게 “볼일을 보셔도 됩니다”라고 기자가 주문하자 이 회장은 손사래를 친다.

“아닙니다. 그냥 계셔도 됩니다. 같이 대화 하시는 것도 좋구요. 대화는 둘이 하게되면 한사람의 논리에 상대방이 밀릴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3명이 모여 대화를 나누면 한쪽으로 치우침이 없이 서로 견제와 균형을 맞춰가며 결론에 도달 할 수 있습니다” 인터뷰를 위해 이 회장에 대한 기본자료를 정리하던중 평소에 이 회장이 주창하던 삼륜(三輪)론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이 회장은 필요할 경우 구체적인 자료까지 제시할수 있게 하겠다며 한광두 기획관리실장까지 불러 들였다. 이렇게 인터뷰는 4명이 한자리에 앉아 기자가 묻고 이 회장을 비롯한 회사관계자 3명이 답변하는 1대 3의 형식으로 진행됐다. 물론 답변은 이회장이 거의 대분을 차지 했지만 중간중간에 임규배 부회장이 질문자인 기자를 거들며 이 회장에게 직접 질문을 던지는 열성을 보였다. 이 회장도 격의없이 질문을 받아 들여 명쾌하게 답변하는 열의를 보였다.

 

 

-회장님께서 평소에 주창하시는 삼륜(三輪)론을 몸소 보여주고 계신건가요.

“녜, 그렇습니다. 서커스단에서 타는 외발자전거는 배우기도 어렵고 위험합니다. 두발자전거는 조금만 타도 몸에 익숙해지게 마련입니다만 넘어질 가능성이 높죠. 그러나 세발자전거는 웬만해서는 넘어지지 않습니다. 따라서 기업의 주력상품이 적어도 세 개는 돼야 안정적인 경영을 할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저희회사도 남원엔지니어링 시절에는 수자원분야에만 치중해 경영이 어려웠으나 도로분야를 포함시키고 ㈜이산으로 기업명칭을 바꾸면서 환경분야를 추가해 안정적인 기반을 마련했다고 봅니다. 회사내 의사결정도 마찬가지입니다. 두사람이 앉아서 결정하기 보다는 보다 많은 사람이 모여 합의를 하다보면 민주적인 방식에 의해 합당한 결론에 도달하게 됩니다. 삼륜론은 투명경영으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합니다”

-딱딱한 질문을 드려야 겠습니다. 올해 시무식에서 강조하신 내용은 무엇입니까.

“기업환경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 R&D 기술연구와 기술개발로 경쟁력 확보, 정직과 투명한 회사 경영 등 세가지를 주문했습니다. 글로벌 경쟁시대에 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대목들입니다. 회사 860명 직원들이 한결같이 노력하고 있어 충분히 달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인생에 자신있는 것은 없다고 봅니다. 모든 것이 유동적이고 변화무쌍한 상황에서 남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고 정직하고 검소하게 살아가라는 말도 빼놓지 않았습니다”

이원찬 회장을 본지 커버스토리로 결정한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다. 이윤만을 추구하는 보편적인 기업의 세태속에 인간성이 메말라가는 기업윤리를 잠시 뒤로 미룬채 ‘인간경영’을 몸소 실천하고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 이산은 고령 기술자들이 많은 회사로도 유명하다. 이 회장은 39년생으로 올해 72세다. 이 회장은 누구보다도 숙련된 기술자들의 일자리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 60세부터 ‘임금피크제’를 적용해 근무연수를 연장해주고 있다.

직원현황을 묻자 배석하고 있는 한 기획실장이 기다렸다는 듯 설명을 이어간다. 전체직원 860명 가운데 박사 25명, 석사 180명, 기술사 200명, 기사 400명 등등. 이가운데 70세이상이 10여명에 달하고 80세이상 직원도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이 회장과 ㈜이산 창업동기 한사람이 이회사 사장으로 재직중에 있으며 건교부 근무시절 이 회장이 직접 모셨던 당시 윤석길 국장이 ㈜이산 명예회장으로 근무중이다.

 

 


국내 3천여개에 달하는 엔지니어링 관련업체 가운데 7위를 기록하고 있는 ㈜이산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이 회장은 용인출신으로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로 유학을 간다. 경기공고와 한양대학교 토목공학과를 졸업하고 1968년 4급(당시 7급갑) 공채에 합격해 건설부 요원이 된다. 모두 30명을 뽑았는데 성적이 좋아 건교부에 발탁되는 기회가 찾아 왔다. 건교부에서 처음 한 일은 수자원국내에 방재과를 창설하는 일이었다. 이 회장이 물과의 인연이 시작되는 순간이다.

건교부에서 수자원분야 기초체력을 착실히 다진 이 회장은 현실의 바다에 과감히 몸을 던진다. 1981년 벽산건설의 전신인 정우엔지니어링에 들어갔다. 2년간 근무한 이 회장은 이때 마음의 충동이 일었다고 회고한다. 이때 이회장의 나이 40. 일을 저지르고야 만다. ㈜남원엔지니어링을 설립하고 대표이사에 앉았다. 이후 2008년 회사명칭을 ㈜이산으로 바꿔 현재에 이르고 있다.

이후 이산은 국가 기간산업인 고속도로, 국도, 지방도로의 노선계획 및 각종 부대시설(IC, JCT, 영업소, 휴게소, 교량 위치선정)의 설계를 담당하며 업무선진화와 표준화를 지속적으로 추구하며 급변하는 정보인프라 환경에서 지형 인프라와 고도의 토목기술과의 접목을 실현하기 위해 지속적인 기술개발과 인력개발을 선도하고 있다.

이산은 우리나라 엔지니어링 분야의 기록에 남길만한 업적도 남겼다. 4대강 사업과 관련하여 한강, 낙동강의 주요 구간에 대하여 턴키설계에 참여했고 한강의 강천보를 현대건설과 낙동강의 강정보를 대림산업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했다. 우리나라 ‘책임감리 해외수출 1호’라는 전무후무한 기록도 갖고 있다. IBRD자금으로 카자흐스탄 정부에서 발주한 CAREC 국제수송도로(러시아~중국국경간 2.700㎞)중 228㎞ 구간에 대한 감리용역을 맡아 정상적으로 수행중에 있다.

라오스 메콩강 종합개발사업은 우리나라 ODA사업의 일환으로 이산에서 타당성조사부터 설계와 감리까지 전과정을 수행한 사업으로 현재 흥화공업에서 시공하고 이산이 감리업무를 맡고 있다. 이사업은 라오스의 신 수도인 비엔티안시가 매년 메콩강으로부터 상시 침수되고 국토가 유실되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사업으로 추진됐다.

환경사업과 관련하여 요르단 수도 암만에 하수처리시설 건설공사 3건을 설계부터 시공감리까지 일괄 담당하여 현재 시공중에 있다. 국내에서는 최초로 포항시 중수도사업 설계에 참여하고 있다. 전국 10개 시.군에서 12곳의 하수관거 BTL운영관리 위탁 사업을 수주하여 엔지니어링업체로서 최대의 실적을 보유하고 있으며 향후 20년간 안정적인 관리를 담당하게 된다.

 

 


㈜이산은 900명에 가까운 종업원을 거느리고 연간 매출액 2천억원을 넘나드는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공직을 제외하더라도 28년간 엔지니어링 분야에 몸담았던 이 회장에게서 느끼는 것은 매우 ‘소탈하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사물을 꿰뚫는 통찰력과 예지력은 남달랐다. 기자의 질문을 중간에 끊고 말을 시작할 정도였지만 답변이 영 신통치 않게 머뭇거릴 때도 있었다.

-즐기시는 18번은 무엇입니까.

“ 아 그거요… 제가 노래를 잘 했으면 인생이 달라졌을겁니다. 학창시절 공부는 잘했지만 음악은 항상 빵점이었거든요. 오죽했으면 선생님이 음악점수를 보태주었겠습니까. 18번 없어요”

-그래도 회식자리에서 한번쯤을 부르시는 곡이 있지 않습니까.

“없어요”

옆자리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 임규배 부회장이 거든다. “부르는 곡 한곡쯤은 있지 않습니까”

“하하하…제가 한참전에 18번으로 내세울 한곡 정도는 있어야 겠다는 생각에서 업소에 들러 1인밴드를 불러 놓고 1시간 30분동안 한곡만 내리 부른적이 있습니다. 그곡이 조용필씨가 부른 ‘돌아와요 부산항에’입니다. 그런데 그후에도 부른적은 거의 없습니다. 노래는 못하지만 소주는 한 두병정도 합니다”

-존경하는 기업인은 누구십니까.

“건설업계의 신화같은 존재는 고 정주영 회장입니다. 그러나 말년에 소를끌고 북한을 방문하는 모습 등이 썩 좋아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미래를 예견하고 시대를 선도해 나가는 삼성이병철 회장의 가치관이나 기업윤리가 맘에 듭니다”

-사훈이 정직, 창의, 성실로 되어 있는데요.

“사람의 근본철학이 대원칙과 소원칙이 있듯이 이공계는 거짓말이 통하지 않는 사회입니다. 대원칙을 ‘정직’이라고 가정했을때 정직만 갖고는 살아갈 수 없는 현실에 부닥치게 됩니다. 그렇지만 국가에 충성하는 마음 다음에는 정직해야 한다는 것이 지론입니다. 우리사회에 팽배해있는 학연, 지연, 혈연은 불행을 초래합니다. 구성원이 사회악습에 구애됨이 없이 창의력을 개발하고 성실하게 생활하는 것이 표본이라는 생각입니다”

-청년들 일자리가 중요한데요.

“목표는 세계화인데 윗사람들이 방향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것이 안타깝습니다. 학교를 졸업하는 학생들에 대한 정부정책이 나와야 합니다. 산업부문 인력을 고려해 정책을 세워야 합니다. 청년 일자리는 대통령 임기나 정치적인 논리에 구애되지 않고 100년대계로 진행되어야 합니다. 3D업종을 거부한는 행태도 문제는 있습니다”

-국가의 비전제시도 중요하지 않습니까.

“경기도에서 추진하는 대심도 급행철도사업은 우리 자체 기술력으도 가능한 사업입니다. 수익성도 충분하다고 봅니다. 육로분야 지상정책의 한계를 지하를 통해 극복하려는 정책의지또한 대단하다고 봅니다. 이러한 가능성 있는 사업들이 원활하게 추진되기 위해서는 가로막고 있는 법적 장치들을 현실에 맞게 뜯어 고쳐야 합니다. 국가의 장기적 안목에서의 정책의지가 중요한 시기라고 봅니다”

이 회장은 두주불사형이다. 밀어붙이는 박진감이 말 속에서 묻어난다. 그러나 한번 맡긴 일은 전적으로 직원들의 몫이다. 간섭을 하지 않는다. 그것이 ㈜이산의 현재의 모습이다.

인터뷰가 끝나고 임규배 부회장은 이회장의 검소함을 들려준다. 고향인 용인시 포곡 집마당에 부인 김영자 여사(72)가 손수 배추, 무를 심어 수확한 농산물을 다섯자녀에게 골고루 보내주고 있다.

이 회장의 큰아들 현상씨는 ㈜이산 사업개발부 본부장으로 있고 둘째아들 효상씨는 충북대학교 토목공학과 교수다. 첫째딸 완규씨 사위 이인혁씨는 서울공대 기계공학박사 출신으로 외국회사 중역으로 근무중이다. 둘째딸 승연씨 사위 권택근씨는 NC전자 대표이며 셋째 딸 지연씨와 사위 곽병일씨는 ‘곽한의원’을 운영중이다.

이원찬 회장 프로필

△한양대학교 토목공학과 졸업

△건설부 수자원국 토목기사

△정우엔지니어링㈜ 수자원 담당이사

△수자원개발 기술사 자격 취득

△한국방재협회 고문

△대통령 석탑산업훈장

△건설진흥회 자랑스러운 회원상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