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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 세라믹 다소 생소한 환경도예의 길
서울 명동 평화화랑서 개인전…세라믹과 유리 접목한 독특한 예술세계에 감탄
어머니의 예술적 재능 아버지의 반대 딛고 재탄생

글 ㅣ 사진 최영석 기자 choi718@kgnews.co.kr

 

 

황미희(여·54) 환경도예(Environmental Ceramics) 작가의 두 번째 개인전이 지난달 23일 부터 7일간 서울 명동 평화화랑 제2전시실에서 관람객이 문전성시를 이룬 가운데 개최됐다. ‘Still Warm(여전히 따스함으로 남기)’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전시회에는 황 작가의 창작혼(魂)이 살아있는 3D 세라믹 조각(Ceramics Sculpture)작품 40여점이 전시됐다. 이번 작품 전시를 통해 황 작가는 아직까지 우리사회에 메마르지 않은 진실과 순수 그리고 따뜻한 감성을 그 만의 독창적인 조형언어로 표현했다는 평을 얻었다. 특히 황 작가는 이번 전시회에서 세라믹과 유리를 접목한 독특한 작품을 선봬, 미술계 관계자들에게 찬사와 함께 큰 호평을 이끌어 냈다. 인터뷰를 통해 황 작가를 조명해본다.

재능은 어머니로부터

“소싯적 기억에 어머님은 나뭇잎을 떼어다가 말려 스텐드 갓을 만드실 정도로 손재주가 좋으셨고, 만드신 작품들을 집안 곳곳을 감각적으로 장식하셨어요.”

대전에서 태어난 황 작가는 어머니의 예술적 재능을 물려받아, 미술에 남다른 관심을 보이는 유년시절을 보냈다고 한다.

“어려서부터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고. 누군가 길거리에 고장 나서 버린 전축 등을 주워 다가 저에게 허락된 공간인 제방 꾸미기를 좋아했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초현실주의 미술에서 상징, 몽환, 괴기적 효과를 얻기 위해 예술과 무관한 물건을 본래의 용도에서 분리해 작품에 사용한다는 오브제(objet)의 시도였던 것 같습니다”

미술공부를 위해 택한 주일 한국대사관

“아버님은 인문계를 나와서 선생님이 되기를 바라셨어요”

법무부 통역관으로 공직에 계셨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대학에서 미술과는 거리감이 있는 일본어를 전공한 황 작가는 아버지의 눈을 피해 외국으로 도피해 미술공부를 하고자 차선책으로 당시 서울에 위치한 외교부(현 외교통상부)직원으로 근무하게 된다. 그곳에서 수년간 일하던 황 작가에게 어느날 주일 한국대사관에 파견돼 일할 기회가 찾아온다. 하지만 황 작가는 아버지에게 선뜻 이 사실을 말하기 힘들었다고 한다.

“일본으로 떠나기 불과 몇 일전에 아버지에게 고백했어요. 결국 아버지의 반대에 당시 가지고 있던 돈 7만원만 가지고 몰래 도망치듯이 일본으로 건너 갔습니다”

Art of Life

황 작가는 20대 중후반을 주일대사관에서 근무하면서 틈틈이 그림을 그렸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조각 공부를 시작한 것은 결혼 후, 부군과 함께 떠난 영국 유학을 통해서라고 한다.

“그림을 하려고 영국에 갔는데 조각이 더 잘 맞는다는 것을 느꼈어요. 그래서 조각을 배우게 됐어요. 그동안 꿈꾸던 예술가의 인생으로 터닝 포인트가 된 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영국 브리스톨 아트앤디자인스쿨에서 조각 공부를 마치고 지난 2001 귀국한 황 작가는 용인시 모현면 소재 신축 모현성당의 3m 60cm 브론즈 십자가상 조각을 시작으로 전국 곳곳의 성당에 브론즈 십자가상과 성모상 그리고 14처상(예수가 수난 당하는 장면을 나타낸 조각)등의 성물을 조각하는 조각가로 활동을 하게 된다.

 

 

“20대때 헬레나라는 영세명으로 영세를 받고 꾸준히 신앙생활을 해오다가, 모현성당의 신부님 요청으로 성물 조각을 시작할 수 있게 됐습니다. 하느님의 큰 은총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황 작가는 신에게 받은 축복에 보답하고, 시골에 작은 성당에 성물을 마련해 줄 마음으로 지난 2005년 서울 명동 평화화랑에서 첫 개인전을 개최한다.

조각가에서 환경도예 작가로

“조각 작품에도 화려한 색을 쓰고 싶었어요”

그림으로 미술을 시작했던 황 작가는 조각을 하다 보니 다채로운 색채를 사용하지 못하는 아쉬움이 항상 마음 한켠에 존재했다고 한다.

결국 색에 대한 아쉬움을 달래고자 황 작가는 단국대 죽전캠퍼스 도예과에 진학해 색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환경도예를 배웠다. 그리고 현재 환경도예 작가의 길을 걷고 있다.

황미희 환경도예 작가

인간의 감성을 조형언어로 표현

- 환경도예와 환경도예 작가에 대해 정의한다면.

“환경도예란 인간 생활환경에 대한 연구와 이해를 통해 도자를 사용해 실내외 환경조형물을 제작하는 것을 말한다. 문화적·정신적으로 풍요로운 인간의 생활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환경도예를 통해 작품활동을 하는 사람을 환경도예 작가라 칭한다.”

 

 

- 환경도예를 택한 이유는

“손이나 칼의 자국이 그대로 남는 흙의 물성을 좋아하고 희망과 활력을 주는 밝은 색채들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작품구상과 작업은 어디서 하는지.

“용인시 모현면 갈담리에 ‘라벤다 갤러리’라는 작업실을 가지고 있다. 대부분 작품구상과 작업은 이곳에서 이뤄진다”

- 작품을 만들 때 주로 어떤 상상력을 갖는지.

“나의 작품은 함축적이고 단순하지만 그 안에 읽을 수 있는 여러 가지 가치를 담고 있다. 희노애락이라는 인간의 감성을 조형언어로 풀어본다는 생각으로 작업을 한다. 나의 작품에 모태가 되는 것은 사랑이고 주제는 ‘여전히 따스함으로 남기(Still Warm)’이다. 우리사회가 아무리 변해도 인간의 마음 밑바탕에 깔려있는 따스함은 여전히 남아 있다. 일상의 곳곳에서 ‘따스함’을 끄집어내 작품에 담고 있다.”

- 특별히 아끼는 작품이 있다면.

“개수를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작품을 만들었지만, 모두 내 자식 같은 애정을 가지고 있다.”

- 꿈이 있다면.

“앞으로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적을 것 같다. 때문에 좋은 작품을 많이 남겨, 좋은 작가가 되고 싶다는 것이 나의 작은 소망이다.”

- 끝으로 가족에게 한마디.

“먼저 남편(학익희·54·한국보건복지인력개발원 교수)에게 작품활동에 전념 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고 이해해 줘서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또한 한국에서 멀리 떨어져 건축공부를 하고 있는 아들(한지수·24·영국 노팅힐대학 재학중)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덧붙여 아들에게 나의 좋은 유전인자를 받은 것을 고맙게 생각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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