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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탕’의지 보여야 학교폭력 근절

전근배 경기교육삼락회 기획이사

 

최근 학교 폭력으로 자살한 대구 중학생 사건이 터진 후 전국 곳곳에서 학교 폭력의 실상이 속속 밝혀지면서 교육계뿐 아니라 정부, 국회, 검찰, 경찰에 이르기까지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특히 여주 모 중학교에서 조직폭력배나 피라미드 조직처럼 집단화돼 범죄를 일삼았던 중학생 일진회가 무더기로 경찰에 붙잡히면서 조직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학교 폭력의 심각성과 함께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현재 대책으로 제시된 방안들이 ‘연령대를 낮춘 형사처벌 등 가해자 엄벌 및 격리’, ‘학교폭력 가해 사실 학교생활기록부 기록’, ‘가해자를 위한 대안학교 운영’ 등 대부분 가해자 위주의 처벌에만 치중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피지기 백전불패(知彼知己 百戰不敗)’라는 말처럼 일진회의 실체와 학교별 폭력 실태 파악조차 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러한 대책은 미봉책(彌縫策)에 불과하다.

실제 경기도교육청이 ‘스쿨폴리스’, ‘또래중조 프로그램’ 등 학교 폭력의 특단 조치로 내놓은 방안들이 기존의 대책과 별 차이가 없어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고, 경기도가 학교폭력 예방과 대책 마련을 위한 설치한 ‘학교폭력대책지역위원회’가 관계법령이 상이한 청소년육성위원회와 통합 운영되고 있는 사실(본지 18일자 1, 7면 보도) 등이 이를 뒷받침해 주고 있다.

이에 본지는 최근 학생 폭력(성폭력) 예방교육에 앞장서고 있는 퇴직한 교장 및 교감, 교사 등 교육 원로들로 이뤄진 경기교육삼락회 전근배 기획이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학교 폭력의 중심축으로 떠오르고 있는 일진회의 실체와 이에 따른 대책 방안 등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 일진회의 실체

전(前) 광주하남교육장을 역임한 경기교육삼락회 전근배 기획이사는 2000년대 초반 일진회 사건으로 세상이 떠들썩 했을 당시 경기도교육청 정책교육과장으로 일하면서 일진회와 관련된 연구를 시작했다고 한다.

그에 따르면 일진회는 1904년 9월 대한제국시대에 독립협회가 해산된 후 일본 정책을 지지, 홍보하는 역할로 일본 정부의 지원을 받아 구성된 친일파 조직으로, 처음 유신회라는 이름으로 시작했지만 일진회로 그 명칭을 변경했다. 1910년 한일 병합 후 반민족 행위를 한다는 명분 하에 일본 정부에 의해 해산됐다. 이후 일진회는 1997년 일본 만화에 다시 등장하면서 일본 고교생들에게 전파돼 짱(우두머리) 2짱, 3짱이 있는 학생 조직으로 재탄생하게 된다.

일진회가 한국으로 건너 온 시기는 정확치 않으나, 최근 일진회는 싸움 잘하는 짱과 공부 잘하는 진으로 구성돼 초·중·고 연계조직과 지역 연합도 있다. 2005년 경찰청 주최 학교 폭력 예방 위크숍에서 발표된 자료에 의하면 당시 400여개의 연합 조직체가 전국에서 존재했다고 한다.

일진회는 중학교 일진들이 노는 초등생을 대상으로 5학년 때 6학년 추천을 받아 1차 선발하고, 6학년이 되면 2차 선발해 중학교 입학 후 정식 신고식을 통해 멤버로 활동하게 된다. 멤버로 결정된 이들은 서로 마주보고 빰을 때려 끝까지 울지 않는 독종이 짱으로 뽑힌다.

일진회는 2000년도 당시 1일 콜라텍을 열어 섹스행위 연출, 섹스 연합단 조직했으며, 2003년도엔 1천200여명의 회원들이 락카페를 열어 섹스머신과 노예카페도 열었다. 이들은 때리기놀이, 왕따놀이, 기절놀이, 강간놀이, 졸업빵, 흙바닥 핥아먹기 등의 폭행을 즐긴다.

일진회 일원들은 우선 자금을 조달하는 멤버, 싸움 잘하는 멤버, 말로 위압감을 줄 수 있는 일명 ‘깡’ 있는 멤버, 백그라운드가 좋은 멤버 등 으로 구성된다. 이들의 자금관리는 주로 금품갈취로, 올해 1월 초 서울 강남지역의 경우 상납액을 정해 하청을 주는 피라미드식 금품갈취에 50여명이 가담, 20여개교 700여명이 수억원에 이르는 금전 피해를 본 것으로 드러났다.

일진회의 가장 큰 폐해는 당사자가 어떻게 가입했는 지 모르는 데다 탈퇴는 상상조차 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게다가 주변에서 조언을 해주는 사람도 없다 보니 반성이나 잘못을 뉘우치는 면도 없다는 점.

일진회 멤버인 K(15) 군은 “자신의 가족 중 싸움 잘하고 잘 노는 형, 누나가 있다 보니 자연스레 일진들과 접촉하게 됐다”면서 “자주 어울리다 보니 어느새 멤버로 가입돼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또 “탈퇴한다면 3~4명에게 200여대의 따귀를 때려 기절시키기, 이사 가면 이사 간 학교 회원들을 통해 하는 가혹행위를 보았기에 탈퇴는 엄두도 못 내고 끌려만 다녀야 한다”고 말했다.

◆ 일진회 및 학교 폭력에 대한 대책

일진회의 멤버 영입이 초등학교에서부터 이뤄지는 만큼 학교뿐 아니라 학부모까지 발벗고 나서 초등학생 때부터 일진회 실상을 알려 어울리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근배 기획이사는 “학교를 찾아가 일진회의 실상과 성폭력 예방 강의를 하다 보면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하는 교사나 학부모들이 예상 외로 많았다”며 “특히 학부모들이 일진회를 모르다 보니 ‘이러다 말겠지’라고 생각한다. 이같은 무관심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가해 학생들의 상담 사례를 보면 학교에서 ‘경위서 쓰기’ 등 강력한 제재조치를 가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이들에게 어떤 점이 잘못됐고 피해자들의 고통이 얼마나 심각한 지 느낄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 운영 등 실질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현재 교육청에서는 가해자를 중심으로 한 대안학교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들이 진심으로 뉘우치고 반성할 수 있는 실질적 프로그램을 도입한다면 큰 문제가 없겠지만, 자칫 대안학교에서 또 다른 범죄가 발생할 수 있는 확산 작용을 불러 올 수도 있다는 점도 염두해 둬야 한다.

이와 함께 가해학생들에겐 필요하다면 피해학생에게 접촉 및 협박 금지, 학급 교체, 전학, 사회, 교내 봉사, 전문가에 의한 특별교육, 심리치료, 10일 이내의 출석정지, 퇴학처분 등 강력한 제재 조치도 실정에 맞게 운영해야 한다.

하지만 그는 무엇보다 최우선돼야 할 것이 이같은 학교 폭력 사태가 앞으로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예방 조치가 지속적, 연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한다.

특히 교장과 교사들이 관심과 애정을 갖고 학교 내 실질적인 실태 조사와 올바른 상담기법을 개발하는 동시에 이러한 일련의 활동들이 끊임없이 이뤄져야 한다.

그는 “학교 폭력 사건이 발생한 학교에만 책임을 물을 것이 아니라 해당 교육청에도 책임을 묻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며 “사태의 심각성이 극에 달한 만큼 정부 등 모든 기관·단체가 관심을 가져야 겠지만, 가장 확실한 근본 해결책은 학생을 교육하는 학교와 교육청이 실질적 예방 대책과 함께 이를 실천에 옮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방안으로 ▲ 학교 내 실질적 비상대책위 구성을 통한 폭력 실태 조사 ▲성폭력, 일진회 실상 파악 등 교육과정을 교육청 연수과정 포함 ▲국제 혁신 포럼을 통한 여러 나라의 학교 폭력 예방 대책 수렴 ▲ 경기교육삼락회 등 전문 교육·예방 단체 협조 요청 등을 들 수 있다.

전 이사는 “‘중국에서 물에 빠져 허둥대는 학생을 보고 귀찮아 못 본 체하고 집에 와 보니 그 학생은 바로 자기 아들이었다’라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면서 “아동 폭력(성폭력) 전국 1위인 경기도, 신년 초 여주, 이천, 안산 일진회 폭력으로 학생들이 구속되는데, 지금껏 못 본 체, 못 들은 체, 없었던 일로 내 자식이 아니니까 이를 외면했던 학교, 교육청, 학부모, 주민 사회 모두가 한번 되새겨 볼 만한 사건이며, 학생 폭력 해답은 바로 이 기사 내용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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