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30 (일)

  • 흐림동두천 22.7℃
  • 흐림강릉 23.5℃
  • 서울 24.4℃
  • 흐림대전 24.8℃
  • 대구 23.8℃
  • 흐림울산 24.7℃
  • 광주 24.2℃
  • 부산 24.3℃
  • 흐림고창 25.0℃
  • 흐림제주 27.8℃
  • 흐림강화 23.0℃
  • 흐림보은 23.4℃
  • 흐림금산 24.3℃
  • 흐림강진군 24.7℃
  • 흐림경주시 24.8℃
  • 흐림거제 24.1℃
기상청 제공

‘보는 음악-듣는 미술’ 사운드 아트 파장 경험하세요

백남준 아트센터의 ‘X-SOUND:존 케이지와 백남준 이후’展

 

백남준은 어렵다.

그의 창의성와 실험정신은 관객으로 하여금 그를 알듯 말듯 아리송하게 만든다. 백남준을 어렵다고 느끼는 사람이라면 이번 백남준 아트센터의 ‘X_SOUND:존 케이지와 백남준 이후’를 주목해 볼만하다.

 

 ‘비디오 예술가’, ‘미디어 아티스트’로 더 잘 알려져있는 백남준은 사실 10살 때부터 음악을 공부하고, 음악을 공부를 위해 유학을 갔을 정도로 처음부터 시각예술을 했던 사람은 아니었다.

 

미디어 아티스트로 잘 알려진 백남준은 사실 알고보면 음악을 오래도록 공부했었고, 음악을 공부하기 위해 떠난 독일 유학에서 돌아와 처음 연 1963년 개인전에서 소리에서 시각적 예술로 넘어가는 과도기적 모습을 처음 보여줬다.

 

그리고 그 개인전 이후, 백남준은 ‘미디어 아티스트’로 이름을 높인다.

 

이번 전시는 백남준이 ‘미디어 아티스트’로 활동하기 전 이야기에 주목함으로서, 백남준이 어떻게 천재적 미디어 아티스트로 성장할 수 있었는지, 그 배경을 이해하게 한다.

전시의 제목인 ‘X-SOUND’의 X는 미지의 수를 상징한다.

알 수 없는 소리, 혹은 정해지지 않고 수시로 바뀌는 소리에 대한 백남준의 고찰이 담긴 전시라는 뜻이다. 또한 X는 는 영어의 ‘expel(배출하다)’ 혹은 ‘expend(확장하다)’는 뜻을 의미하기도 한다. 소리에 대한 끊임없는 탐구와 실험으로 소리의 영역을 확장해 관객에게 전달하는 백남준의 작품을 상징한다. 즉, 미지의 소리(X)를 기존의 영역에서 끌어내(expel), 궁극적으로 소리 영역에서 확장(expend)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전시인 것이다.

특히 백남준의 탄생 80주년이자, 존 케이지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마련된 이번 전시회는 백남준과 그의 예술적 동반자 존 케이지의 관계를 집중 조명한다.

철학가이자 작곡가이자 전위예술가로 유럽 음악계에 큰 영향을 미친 존 케이지는 특히 1952년 독일의 도나웨신겐에서 개최된 현대음악제에서는 ‘4분 33초’라는 작품으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음악에 우연적 요소를 도입함으로서 음악계에 신선한 파장을 일으킨 존 케이지에게서 백남준은 큰 영감을 받았고, 계속해서 존 케이지에게 경의와 존경을 표한다.

이후 1932년에 처음만난 백남준과 존케이지는 지속적으로 관계를 맺고 주기적으로 함께 작업도 하게된다.

1층 전시실 ‘존 케이지에 대한 경의’는 때로는 백남준의 스승처럼, 때로는 예술적 감성을 공감하는 동반자로 죽을 때 까지 백남준과 영감을 주고 받았던 인물인 존 케이지와 백남준의 관계를 보여준다.

백남준은 존 케이지에 대한 존경심을 작품으로도 남겼다.
 

 

 

 


‘존 케이지에 대한 경의’라는 제목으로 백남준이 직접 작곡한 곡과 오브제 작품을 남길 정도다.

백남준은 라디오, 길거리 소리, 여자의 비명 등 일상에서 무작위로 녹음한 음향을 우연적으로 편집, 작곡해 ‘존 케이지에 대한 경의’라는 이름의 곡으로 발표했으며, 이를 다시 아무렇게나 헝클어 놓은 오디오 테이프를 조합한 모양의 오브제로도 만들었다.

그 밖에 ‘새장 속의 케이지’나 ‘귀거래’ 등에서도 존 케이지를 향한 백남준의 마음을 느낄 수 있다.

존 케이지가 만든 ‘장치된 피아노’를 눌러보고 백남준이 만든 ‘총체 피아노’를 감상하는 것은 이번 전시의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같은 듯 다른 태도를 취하고 있는 두 거장의 피아노를 비교함으로써, 기존의 클래식 음악에서 벗어나 사운드로의 확장을 모색하는 다양한 시도들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존 케이지가 1948년 만든 ‘장치된 피아노’는 피아노 뒤 쪽에 있는 몇 개의 현 사이에 대나무나, 플라스틱, 나사 등을 설치해 우연적 요소를 가미한 작품이다.

‘장치된 피아노’로 우리가 알고있는 음악을 연주하다보면, 어느 음에선 둔탁한 소리나 타악기 소리와 같은 일탈이 발생하게 되고,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새로운 음악이 탄생한다.

이번 전시에선 피아니스트 정선인이 직접 피아노에 장치를 하고 연주하는 영상이 상영되며, 또한 관객들도 피아노 내부를 직접 확인하며 연주해 볼 수 있다.

한편, 케이지의 피아노가 원상복구가 가능한 약간의 변형이었다면, 백남준의 ‘총체 피아노’는 피아노의 완전한 변형과 파괴에 가까운 것이었다.

건반을 누르면 라디오에서 소리가 나고 불이 들어오는 등 여러 장치가 작동되는 등 백남준은 좀 더 과격한 방법으로 음악을 확장시켰다.

백남준과 존케이지의 작품 외에도 이번 전시에선 그들의 영향을 받은 후대 예술가들의 작품도 함께 전시된다.

빈 종이상자를 작은 모터가 쉴 새 없이 두드리도록 설계해 관객들에게 소리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보여주는 작가, 지문의 ‘302개의 장치된 모터’나, 수십 개의 턴테이블에 레코드 대신 골판지 혹은 철로 만든 소품을 올려놔 다양한 겹의 소리가 겹치고 흩어지는 순간을 표현한 오토코 요시히데의 ‘위드아웃 레코드’는 소리와 공간이 만나는 다른 차원의 세계를 관객에게 제시한다.

백남준 아트센터에 가면 소리를 듣지않고 볼 수 있다. 아니, 느낄 수 있다.

소리에 대한 고민과 다양한 해석, 이를 실제로 시험한 시도들을 보여주는 백남준 아트센터의 이번 전시 ‘X_SOUND:존 케이지와 백남준 이후’통해서 소리가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전시 기간은 7월 1일까지이며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 관람 가능하다. 문의(백남준 아트센터 031-201-8571), 일반 4천원/학생 2천원(도민 50% 할인)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