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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 28명 예술열정에 풍덩

 

■ 행궁동점거예술축제 6일까지 공연

24살의 ‘햇’ 큐레이터와 29살의 ‘젊은’ 사업가가 일을 냈다. 한달 전 우연히 만난 두 젊은이는 쑥덕쑥덕 무언가를 계획하더니, 어느날 수원 행궁동의 한 빈집을 점거하고, 그곳을 예술공간으로 만들어버렸다. 사회적 기업 ‘기린’을 운영하고 있는 박승현 씨는 자신이 살던 집을 선뜻 내놨고, 이제 갓 기획을 시작한 한예지 씨는 그곳에 예술가들을 불러모아, 작품을 전시하는 공간으로 꾸몄다. “예술가들이여! 행궁동을 점거하라!”라는 구호를 외치며 행궁동의 한 빈집을 7일동안 점거한 28명의 예술가들은 지금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 침체돼 있는 행궁동에 그들만의 방식으로 숨을 불어넣고 있다.

수원시 팔달구 장안동 98-2, 그곳에 가면 예술가들이 ‘점거’하고 있는 집이 있다. 지역 주민들과 예술가들이 함께 그린 알록달록한 면장갑으로 장식된 그곳은, 얼핏보면 빈집같기도 하고 왠지 수상하다.

하지만 호기심을 자극하는 외관과 언뜻언뜻 보이는 기발한 예술작품들은 지나가는 사람의 발길을 붙잡는다.

꺼져가는 행궁동의 불씨를 살리자는 뜻과 마을 주민이 함께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젊은이들의 기발한 생각은 빈집을 하나의 축제공간으로 탈바꿈 시켰다. 지역 주민, 젊은 예술가들, 그리고 행궁동의 빈집이 만나 하나의 놀이판을 형성한 것이다. 행궁동은 수원시 팔달구에 위치한 곳으로 화성 성곽에 둘러싸여 있다는 특징때문에 수원화성이 세계유산에 등재됨에 따라 개발이 제한된 구 시가지다.

개발이 되지 않는 땅이 되자 자연스럽게 사람들은 떠나갔고, 이제는 곳곳에 빈집이 많이 생겼다.

자본주의적 경쟁력을 잃자 찬란한 문화와 뿌리깊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점점 그 빛을 잃어가는 행궁동의 안타까운 현실은 젊은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불어넣는 원동력이 됐다.

지난 삼년간 사회적 기업으로 활동한 ‘기린’의 박승현 대표는 “사실 이번 축제가 열린 공간은 실제로 제가 살던 집을 개조해 만든 것”이라며 “행궁동에 대한 개인적인 애착과 지역 주민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축제를 만들고 싶다는 열망이 합쳐져 추진하게 된 일이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성공적으로 완성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박승현 씨가 청년들을 다시 행궁동으로 불러들여 지역주민과 상호작용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뜻을 내비치자, 반짝반짝한 아이디어를 갖고 있는 한예지씨가 예술가들을 모아 축제를 벌이자는 아이디어를 기획해 실행에 옮겼다.

특히 올해 갓 대학을 졸업한 한예지 씨는 문화 행사의 기획을 하고 싶다는 열정으로, 비교적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당찬 포부로 이번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한예지 씨는 “그동안 축제 기획을 하고 싶어 여러가지 시도를 해보는 과정에서 ‘내가 나를 뽑자!’하는 생각에 열정과 오기로 프로젝트에 임하게 됐다”며 “생각보다 작가분들과 주민분들이 호응을 많이 해주셔서 뿌듯하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에는 총 28명의 아티스트가 참여했고 그 중 20명은 시각예술 전시를, 8명은 주민들을 상대로 한 공연을 할 예정이다. 특히 시각예술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은 각각 1층 ‘자아탐구 공간’과 2층 ‘지역탐구 공간’으로 나눠 그들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자아탐구 공간’으로 꾸며진 1층에선 참여작가들의 내면세계를 엿볼 수 있는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최혜련 작가는 ‘데미안을 거스르는 새집 연구’에서 복잡하고도 개성있는 내면의 자아를 표현했으며, 김은지 작가는 ‘Dear. My princess’라는 작품에서 여체, 혹은 꽃과 같은 이미지를 연상시키는 부드러운 곡선이미지를 설치작품으로 나타냈다.

작가 졔졔는 가상게임 속 이미지를 자신만의 방법으로 재해석해 회화로 표현했으며, 배난솔, 이홍지, 서예슬 작가는 공동으로 1층 화장실을 자신들만의 공간으로 만들었다.

2층에선 행궁동을 비롯한 주변 지역에 대한 탐구가 이뤄진다.

한바라시라는 작가명으로 전시에 참여한 한예지 씨는 버려진 땅에 꽃을 심는 사회운동인 ‘게릴라 가드닝’을 ‘행궁동원예유격전’이라는 이름으로 행궁동에서 벌였다.

몰래 꽃을 심다 건물 주인에게 들켜 놀랐던 이야기, 꽃을 심고 있는 작가에게 다가와 우리집에 좀 심어달라며 부탁했던 할머니의 이야기 등 작가가 ‘원예 유격전’을 하다 겪은 갖가지 에피소드가 사진자료로 고스란히 전해진다.

박선희 작가는 ‘임진년 화성순례기’라는 작품을 통해 과거 정조가 창덕궁에서 수원화성으로 행차하는 여정을 드로잉과 사색이 담긴 글귀로 다시 표현했다. 왕의 행차가 진행되던 길이 혼란스럽고 어수선한 풍경으로 변한 지금, 작가를 따라 그 길을 다시 가보는 일은 신선하면서도 씁쓸한 여운을 남긴다.

서예를 전공한 유현진 작가는 ‘그리운 날’이라는 작품을 통해 자신이 행궁동에서 느낀 영감과 그리움을 글과 그림으로 나타냈으며, 수원에서 나고 자란 박시내 작가는 동네에서 놀던 추억을 오브제 작품으로 표현했다.

그밖에도 2층에선 김유나, 정빛, 엄태윤, 김태연, 유목연, 박시내 작가의 작품들과 왓시옹팀이 지역주민들과 함께 만든 설치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행궁동점거예술축제에선 예술작품 전시와 공연 외에도 지역주민과의 소통을 위한 다양한 이벤트를 볼 수 있다. 4일 오후 12시에는 지역 노인을 초청한 워크샵 ‘예술공감’을, 5일 오후 6시에는 ‘행궁동 마을 잔치’가 열리고, 오는 6일 오후 6시에 크로징 파티와 함께 7일간의 점거를 끝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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