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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두의 시선]10만 경찰의 초심 찾기

 

 

 

김윤식 교수는 우리나라 국문학자 중 가장 유명한 사람이다. 1962년 《현대문학》에 평론이 추천돼 등단한 그는 1973년 현대문학상 신인상을 수상했다. 이후 그는 《한국근대문예 비평사 연구》, 《근대 한국문학연구》, 《임화연구》, 《최재서론》, 《한국문예비평의 특성》 등 수많은 저작을 남겼다. 어느 날 김윤식 교수가 감기에 걸려 누워 있을 때 친구가 문병을 갔다. 자리에 누워 있던 김 교수는 친구에게 “바쁜데 여기까지 와 줘서 고맙다네”라고 말했다. 그리고 두 사람이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던 중 갑자기 김윤식 교수가 “지금 몇 시냐”고 물었다. 친구가 지금이 6시라고 말해 주자, 김 교수는 아픈 몸을 이끌고 책상 앞에 단정한 자세로 앉았다. 그리고 곧 원고지 한 장을 펼쳐 두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친구는 김 교수의 그런 모습을 보고 걱정했지만 그는 고집을 꺾지 않았다. 매일 아침마다 원고를 정리하는 것이 그의 오래된 습관이었기 때문이었다.

교수가 된 뒤, 김윤식 교수는 무슨 일이 있어도 하루에 원고지 20장씩은 집필하자고 자신과 약속했다. ‘자기 자신과 한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면 무슨 일을 제대로 할 수 있겠는가’라고 생각한 그는 항상 초심을 잃지 않으려고 했다. 그 결과, 그는 가장 많은 책을 남긴 문학평론가이자 교수가 될 수 있었다. 김 교수의 이러한 삶의 자세는 ‘수구초심(首丘初心)’이라는 고사성어로 요약할 수 있다. 수구초심은 ‘여우가 죽을 때 자기가 살던 굴이 있는 언덕 쪽으로 머리를 둔다’는 뜻으로, 초심으로 돌아가려 한다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그런데 최근 경찰은 ‘10만 경찰 초심 찾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 국민에게 믿음을 주는 경찰로 새롭게 변화하려는 것이다. 지난달 경찰교육원에서는 전국 경찰 지휘부 워크숍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 경찰청 지휘부와 지방경찰청장, 그리고 일선 경찰서장들이 모두 모였다. 김기용 경찰청장은 “경찰의 지휘부인 우리 모두가 초심을 잃지 않고, 처음 경찰이 됐을 때의 마음가짐인 순수함, 열정, 헌신 등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처음 경찰이 됐을 때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에게 공정하게 대해 주려는 마음으로 돌아가기를 바란 것이리라. 이러한 마음이 현장에서 실천으로 이어질 때 가난하고 빽 없는 사람들이 억울해 하지 않는 사회, 올바른 대한민국이 될 것이다. 경찰에 대한 국민의 믿음이 회복되기 위해서는 부패척결, 국민 체감 안전도 강화, 선진 치안역량 등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이 자리에 참석한 국민권익위원회 김영란 위원장은 “청렴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경찰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청렴이 곧 국가 경쟁력인 시대에서 김 위원장이 한 이 말은 뜻하는 바가 매우 많다. 우리 사회가 청렴한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경찰 지휘부뿐 아니라 일선 경찰 모두의 인식이 바꿔야 할 것이다. 순수한 마음으로 돌아가, 국민을 대해야 할 것이다.

이날의 워크숍은 늦은 밤까지 이어졌다. 부패비리 근절, 국민 안전강화 방안, 조직문화 쇄신 등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였기 때문이다. 이날 모인 지휘관들은 자발적으로 상대방의 좋은 의견들을 열심히 적고 또 적었다. 김윤식 교수가 매일 아침마다 원고를 정리할 때처럼, 열정을 불태운 것이다. 다음날 아침, 전날의 피로를 잊기 위해 맨손체조를 하면서 하루를 시작했다. 그리고 등산도 함께했다. 산행을 마친 지휘부들은 전날 못 다한 토론을 이어갔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하자고 자기 자신, 그리고 서로에게 다짐했다.

흔히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고 한다. 경찰 지휘부가 일선 경찰 직원들에게 모범이 되기 위해 초심으로 돌아가기로 했고, 직원들을 격려해 초심으로 돌아가는 경찰을 만들어 가기로 했다. 김윤식 교수가 초심을 잃지 않아서 수많은 금과옥저를 남겼듯이, 경찰지휘부의 다짐이 좋은 결실로 이루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아울러 경찰지휘부의 혁신과 변화의 성공을 인문학과 감성경찰에 비중을 뒀으면 하는 바람도 가져본다. 대한민국이 청렴 선진국이 돼 국가 경쟁력이 한층 높아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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