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병원의 동료의사 민수와 효진은 서로의 간절한 소망을 위해 잠시 위장결혼을 하기로 한다. 밖에선 완벽한 신혼부부이지만, 옆집에 꽁꽁 숨겨둔 각자의 애인과 이중 신혼 생활을 즐기는 두 사람.
하지만 예고 없이 막무가내로 들이닥치는 민수의 부모님과 두 집 살림 때문에 위장결혼은 물론 사랑까지도 위태로워 진다.
21일 개봉하는 영화 ‘두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 최대한 게이와 레즈비언의 현실을 반영하면서도 영화가 보여줄 수 있는 아기자기한 재미를 놓치고 싶지 않던 김조광수 감독은 남다른 취향과 성향이 담긴 공간과 소품을 선택했다.
우선 영화 속 게이 언니들의 주 활동 장소인 게이 바는 민수와 석이 처음 만나는 중요한 장소이기 때문에 최대한 현실성을 살리기 위해 실제 인사동에 위치한 ‘발렌티노’라는 바에서 촬영을 진행했다. 실제 여자는 절대로 출입할 수 없는 금녀의 공간이라 배우들은 감정에 몰입하기가 더욱 쉬웠다. 또 동성애자를 상징하는 레인보우 심볼로 된 각종 소품부터 남성 심볼 전구, 화장실 문에 걸려있는 남남 푯말에 이르기까지 곳곳에서 특별한 아이템을 찾아볼 수 있다.
바로 앞집에서 이중 신혼생활을 즐기는 민수와 효진의 집은 같은 구조를 지녔지만 전체적인 컬러를 통해 차별성을 만들었다. 민수의 집은 부모님의 기대를 저버릴 수 없어 자신의 성 정체성을 숨기며 외롭게 지내는 캐릭터의 성격을 살려 차가운 푸른 색을 사용했다.
반면에 애정이 많고 밝은 성격의 효진은 오렌지 계열의 색상을 활용해 따뜻함을 강조했다. 이처럼 작은 것 하나도 허투루 지나치지 않는 김조광수 감독의 섬세함은 작지만 큰 차이를 만들어내며 영화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