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아트는 책과 예술이 만나 단순히 지식과 정보 전달만을 하는 기능이 아닌 책 자체가 예술이 되는 예술의 한 장르이다. 20세기 파리를 중심으로 나타난 이 새로운 예술 형식은 당시엔 화가들이 만든 책이라 해서 ‘미술가의 책(Artist book)’이라 불렸다. 서점에서 볼 수 있는 일반적인 네모 형태의 책에서부터 전혀 책이라고 보기 어려운 형태의 책까지 다양한 형태와 구조를 가지고 있는 북아트는 개인의 생각과 느낌, 아이디어를 최대한 발휘해 독창적인 표현이 가능하다. 현재 ‘북아트연구소 책다음’의 대표로 일하고 있는 홍승희씨를 만나 우리 생활과 가까이 있는 예술이기에 앞으로 응용, 확장, 발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평가되는 북아티스트에 대해 살펴봤다.
▲북아티스트는 무슨 일을 하나요
-요즘 나오는 책들을 보면 크기나 형태가 굉장히 다양하잖아요. 펼치면 태양계 행성이 순서대로 나오는 경우도 있고, 동화 속 공주와 화려한 성이 팝업으로 튀어 나오는 경우도 있죠.
또 그림과 사진 사이에 손글씨가 빼곡히 적혀 있는 경우도 있을 거예요. 이런 책들은 단순한 책이 아니라 예술작품이라고 부를만하죠. 북아티스트는 이렇게 책을 자유롭게 변형해 예술작품으로 만드는 예술가입니다. 화가가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듯, 조각가가 돌이나 나무로 조각 작품을 만들 듯 책을 이용해 작품을 만듭니다.
▲주로 작품 활동 위주로 일을 하시는지
-작품을 만들어 전시를 하는 등 작품활동은 기본적으로 하고 있고요. 독서지도사, 직장인, 주부 등 이 분야에 관심을 갖는 분들을 대상으로 북아트 수업도 하고 있어요.
어린이북아트가 교육적으로 가치를 높이 인정받아서 개정된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렸거든요. 그래서 최근에는 선생님들도 관심을 많이 갖고 계세요. 매년 실시하는 교사연수에서 빠질 수 없는 과목이 되었죠.
▲북아트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고 들었는데 어떤 분야가 있는지 알려주세요.
북아트 분야는 장르에 따라 크게 책을 실로 꿰매고 표지를 싸는 북바인딩 분야, 어린이나 청소년 등의 수준에 맞는 북아트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운영하는 교육 분야로 나눌 수 있어요.
북바인딩은 낱장의 종이들을 묶는 제본 작업을 말하는데 대개 책 안에는 아무런 내용이 없고 접어 꿰맨 부분이 보이는 책등을 아름답게 꾸미고 노출시킨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노트북(공책 또는 수첩)처럼 실생활에 사용할 수 있는 형태로 제본해 상품화해서 팔거나 주문 제작을 하기도 하죠. 작업을 하는 방법은 책마다 다르지만 어떤 책에 어떤 주제를 담고, 그것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를 구상하는 작업이 기본입니다. 주제에 맞는 표현 방식을 정하고 나면 거기에 맞게 다양한 재료로 꿰매고, 붙이는 등의 수작업을 하게 되죠.
▲어떤 계기로 북아트를 시작하게 되었나요
-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하고 예전에는 그래픽디자이너로 일했어요. 그래픽디자인을 하면서는 내 생각대로 창의적인 디자인을 하고 싶었는데 의외로 그게 어렵더군요.
디자이너의 의견보단 고객의 의견이 더 중요하게 반영되곤 했거든요. 그러다 우연히 북아트란 장르를 알게 됐어요. 그게 7년 전이죠. 아무래도 창의적인 일이기 때문에 디자인을 전공한 게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론 어렵고요. 북아트 분야에 대한 확신과 열정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일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북아티스트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한정된 사각형 안에 글만 빽빽하게 채워놓은 책과 자유로운 예술이 만난 거잖아요. 책이 갖고 있는 정보 기능과 교육적 기능 그리고 예술이 갖고 있는 자유로움, 즐거움 등이 만나 상승효과를 낼 수 있죠.
다양성, 무한한 가능성을 품고 있는 분야라고 해야 할까요. 제가 느끼는 걸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고, 그 결과물로 누군가한테 즐거움으로 선물할 수 있어요. 물론 교육적으로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죠.
▲이 일을 하면서 힘든 점도 있을 것 같아요.
-아무래도 새로운 걸 만들어내는 창작활동이니까 끊임없이 고민을 해야 합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야 한다는 점에서 부담이 있죠.
하지만 제가 개발한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사람들이 북아트를 만나는 모습을 보면 보람이 느껴집니다. 유아에서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교육을 받는 사람들이 참 다양하거든요.
예전에 지역아동센터에서 문화적으로 혜택을 받지 못하는 취약계층이나 새터민, 장애인 등을 대상으로 북아트 교육 활동을 한 적이 있었는데요. 북아트를 접하신 분들이 단순히 재미를 느끼는 것을 넘어서 무척 행복해하더라고요. 여러 가지로 결핍되어 있는 친구들에게 즐거움과 행복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저도 큰 보람을 느낄 수 있었어요.
▲마지막으로 북아티스트가 되고 싶은 후배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한마디가 있다면
-어떤 직업이나 마찬가지지만 성급하게 생각하면 실패하는 것 같아요.
어떤 일을 직업으로 선택했을 땐 평생 내 직업으로 적합한지를 판단했으면 좋겠어요. 작은 부분 보다는 큰 부분을 보고, 짧게 내다보기 보단 길게 생각하고 결정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내 길이라는 판단이 선다면 순차적으로 차근차근 준비하고 끈기 있게 매달렸으면 좋겠어요. /도움말=한국고용정보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