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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봉순 경기도 자치행정국장

 

“재미있겠다. 해볼 만하다. 할 수 있다.”

경기도 자치행정국장 보직을 통보 받은 순간 최봉순(56) 국장의 머릿속을 가장 먼저 스친 단어는 이 세 가지다.

자치행정국은 지방자치단체의 행정과 인사를 두루 맡고 있어 이 부서의 수장 직은 요직 중에서도 최고의 자리에 꼽힌다.

게다가 지자제가 시행된 이후 이 자리에 여성이 오른 경우는 없었다.

경기도는 물론 16개 광역자치단체 전체에서도 처음이다.

이 때문에 이번 인사를 놓고 ‘파격적’이라는 단어가 잇따랐다.

최 국장은 “중요 요직을 맡으면서 ‘재미있겠다. 해볼 만하다. 할 수 있다’라고 생각했다면 당돌해 보이겠죠?”라고 의문을 던졌지만 ‘자만’은 아니라고 일축했다.

그녀는 여성이어서 주목을 받지만 오히려 “여성이기 때문에 더 잘 할 수 있다”라는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최 국장은 가장 밑바닥부터 시작, 차근차근 단계를 밟으며 지방행정에 잔뼈가 굵었다.

이로 인해 지방행정을 폭넓게 알고 있다는 점, 원만한 대인관계와 업무 추진력이 그의 최대 장점으로 꼽힌다.

초년병 시절부터 39년 여, 공직에 몸담아 오면서 그녀가 적립한 공직관,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태도와 인성, 그리고 열정’이다.

공직으로의 첫 발

1974년 10월, 최 국장이 처음으로 공직에 발을 내디딘 시기다.

당시 최 국장은 고등학교 3학년으로 대학 입시를 앞두고 있었다.

하지만 정보력이 뒷받침 되지 못했던 당시 시골 고등학교로서는 학생들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판가름할 길이 없었다.

이에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수준 평가를 위한 시험을 실시, 최 국장도 당연히 응시했다.

이 시험이 바로 5급 을류 공채(현 9급) 공무원 시험이었다.

당당히 시험에 합격한 최 국장은 교복을 입은 채 발령장을 수령하러 갔다.

발령장 수령 시 너무도 앳된 모습에 이런 어린아이들이 어떻게 공직 일을 할까라는 우려 섞인 표정이 역력했다고 최 국장은 당시를 회상했다.

최 국장은 “공직관이라던가 하는 것은 없었지만 공무원은 공공의 이익을 위한 배품의 역할로 보람과 자긍심이 높고, 행복한 직업으로 여기고 있었다”고 말했다.

공직을 바라보는 사회적 풍토 역시 최 국장이 이 같은 생각을 갖는 데 한 몫 했다.

현재와는 다르게 당시에는 공직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각은 ‘신뢰’가 밑바탕에 깔려있었고 주민을 선도하는 리더그룹이란 인식이 보편적 이었다는 것.

최 국장의 첫 보직은 여주군 점동면사무소 면서기로 주민들에게 주민등록 등·초본을 발급해 주는 것이었다.

가장 기초적이고 단순한 업무지만 최 국장은 가장 일선에서 주민과 교감하는 자리로 여기고 작은일 하나하나에도 정성을 다했다.

작은일 하나에도 정성을 쏟자 최 국장에 대한 주민들의 호평이 뒤따랐고, 수많은 주민들의 기억 속에 남게 됐다.

최 국장의 신념과 공직관이 싹트는 시기였던 것이다.


 

 

 


여성 차별, 그리고 신념

때로는 여성이라서, 또 때로는 비 고시(행정고시) 출신이라는 이유로 승진과 보직에 제약이 따르기도 했다.

6급 승진을 앞두고 있던 시절, 최 국장은 내심 승진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기대했다. 누구보다 열정을 가지고 일에 최선을 다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과는 기대 밖, 승진자 명단에서 제외된 채 보직만 변경됐다.

최 국장이 공직 생활을 해가면서 가장 많은 눈물을 흘렸던 때다.

인사에 대한 반발심에 사령장 교부 장소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이런 최 국장의 행동에 한 선배는 “공직에서 떠날 것이 아니라면 이런 식의 행동은 안된다. 참고 견뎌야 한다”고 조언을 남겼다.

하지만 최 국장으로선 도저히 납득이 가질 않았고 인사 담당자를 찾아가 왜 자신이 승진 대상에서 제외됐는지 연유를 물었다.

그러나 돌아온 답변은 “어떻게 여자가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남자와 똑같이 승진 경쟁을 하려고 하느냐”는 것이었다.

최 국장으로선 억울하기 짝이 없었지만 이를 해결할 더 이상의 뾰족한 수가 없었지만 그로부터 한 달여 뒤 최 국장을 포함, 2명이 추가로 승진됐다.

이 같은 일은 겪은 최 국장은 “자신이 일한 바에 대한 권리는 요구해야 한다”는 신념을 갖게 됐다.

승진 역시 요구할 수 있는 권리 중 하나라는 것.

물론, 이 같은 권리 주장에는 ‘맡은 바 일에 대해 열정과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전제조건을 달았다.



폭넓은 경험과 강점

최 국장은 여성인 점을 강조하지 말아 달라면서도 오히려 여성이기 때문에 장점이 많다고 했다.

여성만이 가지고 있는 섬세함, 배려심, 평화존중, 대화력 등의 특징이 바로 그것이다.

또 현 사회는 조직보단 개인이 우선 시 되고 있는 만큼 여성만의 특징이 장점으로 더욱 발휘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자치행정국이 내부고객인 공무원과 외부고객인 도민 모두를 행복하게 할 수 있는 환경과 문화를 조성해야 하는 곳인 점도 이유 중 하나로 꼽았다.

특히 관리자급에 오르게 된 이후부터는 여성이란 점이 다른 사람보다 눈에 띄는 계기가 됐고, 여성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가져오게 됐다.

최 국장은 정책기획관과 투자심사담당관 등 규제와 강제 부서 뿐 아니라 경기도인재개발원과 여성가족국 등 배품을 위한 부서도 두루 경험을 했다.

게다가 여성이 지닌 장점을 활용, 소외된 모든 대상자들의 마음까지 보듬어 주기 위해 노력했고, 이를 통해 본인 스스로도 공직에 첫 발을 내디디며 가졌던 초심을 되새기며 시각을 더욱 넓혀나가는 발판을 마련했다.

최 국장은 “여성의 장점을 활용, 내·외부 고객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며 “그동안 공직에서 쌓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수직적이 아닌 수평적 리더십을 발휘, 직원들과의 스킨십으로 직접 소통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도민에 대한 무한감동, 무한돌봄을 실천하는 따뜻한 감성행정을 펼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생각의 틀을 깨라

자치행정국장 자리는 전통적으로 여성의 자리가 아니었다. 최 국장 역시 쉽사리 생각하지 못했던 결과다.

그동안 복지와 여성 관련 부서를 많이 경험했던 최 국장으로선 이번에도 관련 부서로의 이동을 예상했다.

최 국장은 “현 사회는 남성이 만들어 놓은 틀 속에서 맴돌고 있고, 나 역시 그 틀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생각을 했다”며 “한편으론 나를 바라보는 후배들에 대한 시선도 걱정됐지만 이에 대한 빚을 갚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최 국장은 여성들 스스로 틀을 깨려는 인식이 부족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최 국장은 “의정부시에서도 총무과장에 여성이 발탁 됐는데 역시 처음 있는 일이다”라며 “이러한 과정들이 선입견과 편견을 깨는 선례가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국장은 부임 후 첫 시행된 4급(과장급) 인사에서 기존 남·녀로 나눠진 성역할의 틀을 깨 고정관념을 바꿀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다.

여성가족국에 남성을, 의회사무처에 여성을 각각 배치했다.

가장 관심을 갖는 부분 중 하나인 인사에 있어 자문을 통해 균형있고 합리적인 포용책을 쓰겠다고 밝힌 최 국장은 “가장 이상적인 조직은 성비율에 있어 적은 쪽의 성비율이 최소 30% 이상이 돼야 한다는 말이 있다”며 “그렇다고 의도적으로 여성 비율을 끌어 올리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기존 남·녀로 나눠진 성역할의 틀을 깨는 것이 오히려 효과적 일 것”이라고 밝혔다.


 

 

 


능력보단 태도와 인성

최 국장이 39년 여를 공직에 몸담아 오면서 세운 공직관은 ‘태도와 인성, 그리고 열정’이다.

현 사회는 실력과 스팩이 기본적으로 높지만 상대한 배려와 조직에 대한 이해는 부족하다는게 최 국장의 설명이다.

기계적으로 행정을 집행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도민에게 전달하는 태도의 차이란 것이다.

최 국장은 “관공서라고 하면 우선적으로 ‘높은 벽’에 대한 선입견이 자리해 민원처리 과정에서 고압적, 기계적으로 진행되면 도민들이 더욱 상처를 받을 수 밖에 없는 것”이라며 “민원인들도 가능성의 여부는 얼마든지 판단한다. 다만, 말 한마디에 천냥빚을 갚는다는 속담처럼 이들의 아픔과 교감할 수 있는 따뜻함이 필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최 국장은 이어 “일을 잘하고 못하고의 차이가 큰 것이 아니라 열심히 하고 안하고의 차이”라고 말했다.

자신의 일에 대한 자긍심과 조직 내·외부의 따뜻함으로 열정을 바탕으로 창의력을 발휘하고 끊임 없이 연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최 국장은 “무사안일주의가 아닌, 조직의 변화와 발전에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며 이는 인사에 있어서도 가점을 받을 가치가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최 국장이 중시하는 또 하나의 덕목은 바로 ‘청렴이다.

청렴은 개인의 기본적인 자질로 공무원 모두가 이에 대한 인식을 가져야 하며 공무를 처리함에 있어 사심은 절대 불필요한 요소다.

최봉순 국장은 “관리직에 오른 이후 가는 곳마다 여성 최초라는 타이틀이 따라 다닌다. 그만큼 여성 인프라가 부족하단 반증이 되기도 한다”며 “산업의 변화에 따라 조직이 변하는 것 처럼 공직자들 스스로 더욱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초가 아닌 최고, 최선을 위한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단 것이다.



최봉순 자치행정국장

1956년 7월 여주 출생

1974년 10월 임용

2005년 5월~2006년 2월 가족여성담당관

2006년 2월~2008년 3월 가족여성적챙과장

2008년 3월~2008년 7월 투자심사담당관

2008년 7월~2008년 12월 가족여성정책실장 직무대리

2010년 1월~2010년 8월 복지여성정책실장 직무대리

2010년 9월~2011년 6월 경기도인재개발원장

2011년 6월~2012년 6월 여성가족국장

2012년 7월~현재 자치행정국장

글/ 안경환기자 jing@kgnews.co.kr

사진/ 최우창기자 smicer@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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