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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詩산책]성향숙 시인"왜"

헬리콥터가

구름 아래

지붕 아래

분열증 아래

또아리튼 나를 불러냈어



맨발로 뛰쳐나갔지

저만큼 연기 꼬리가 보이길래

쫓아가면서 물었어



왜?

왜 불렀니?

왜 불렀느냐구?

- 이상희 시집‘벼락무늬’/민음사



 

 

 

어릴 적 일이다. 대청마루에 앉아 있는데 갑자기 은빛 비행기가 반짝이는 햇빛을 반사하며 요란한 소리와 함께 사라지는 광경을 본적 있다. 비행기가 날 부른 건 아니지만 나도 그때 반짝이는 비행기를 보기 위해 뛰쳐나갔었다. 무슨 일이지? 살아있는 생명들은 소리에 민감하다. 지진이 나거나 평상시 들어보지 못한 소리가 발생하면 소리의 진원지를 살피기 위해 뛰쳐나간다. 호기심이 인간을, 특히 어린아이들을 그렇게 행동하게 만든다. 아기는 엄마의 자궁 속에 ‘또아리 틀’고 있다가 어떤 소리의 유혹에 무의식적으로 뛰쳐나온 건지도 모른다. 세상을 향해 ‘왜? 왜 불렀냐구요?’ 호기심을 충족시키면서 한 싸이클의 삶을 완성해 가는 지구의 숱한 생명체가 바로 인간이다.

/ 성향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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