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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詩산책]김선주"곰국을 끓이다2"

쟁반 위에서 뼈들의 반란이 시작되었다



튕겨져 나간 흰 뼈

소리 없이 마당에 나뒹굴고

검은 고양이 한 마리 다가와

남아있던 살점을 바른다



뼈들이 웅성거리며 유영한다

부딪히던 뼈들이 일시 정지하자

주방은 열기로 가득하다

살아있는 건 이렇게 뜨거운 것인가

그렇다, 살아있는 건 뜨거움의 순간을 갖는다



목젖을 타고 내려가는 하얀 물들의 수런거림

뜨거움의 순간은 길면서도 짧다

숭숭 뚫린 뼛속으로 바람이 스며든다

살아있는 건 리모컨을 누르고

다시 세상 밖의 풍경을 재생하는 것이다



괄호 속에 갇혀있던 삶의 몸짓은

다시 괄호 밖으로 떠날 것인가 남을 것인가

스스로의 저울에 무게를 달고 있다

쉬잇, 우리가 기다리는 내일이

조심조심 다가오는 밤이다

- 김선주, 2012년 봄 계간 『시향』 젊은시 10선 중


 

 

 

곰국의 특징은 지속적 끓음에 있다. 골수를 우려낸 잔인한 만찬처럼 세상은 온통 흰 뼈들로 쌓여가고 자신의 뚫린 뼛속으로 다른 골수를 채워 넣는 식탁의 풍경에서 무언가에 굶주린 군상(群像)들을 본다. 뜨거워진 국물처럼 사람들의 혈관에는 욕망의 뜨거움이 늘 끓고 있다. 야생의 방식에 갇혀있던 인생들은 곰국 앞에 떠남과 남음의 갈등을 겪는다. 제 삶의 무게를 알지 못해 설설 끓는 욕망 속에 자신을 담그고 있다. 습관처럼 내일이면 이 끓는 욕망으로부터 떠나리라는 설렘으로 오늘도 제 삶의 무게를 저울질 하고 있는 것이다. 이 시는 우리에게 풍경으로 질문한다. 나는 지금 무엇을 위해 끓는 곰국처럼 헐떡이며 살아가고 있는 가? 잠시라도 욕망의 불을 끄고 붉은 피는 붉은 대로 골수는 골수대로 그냥 흐르게 하며 살 수는 없는 가? 묻고 있다. /김윤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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