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사후)피임약이 허가된 지 10년만에 사용량이 2배 이상으로 크게 늘어난 데 반해 일반(사전)피임약 시장의 규모는 축소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8일 식품의약품안전청에 따르면 긴급피임약 생산·수입량은 지난 2004년 37만2천580팩(1팩이 1회분)에서 지난해 78만4천35팩으로 98% 증가했다.
피임약 공급량이 정점을 찍은 지난 2009년의 경우 생산·수입량은 84만6천53팩으로 2004년에 비해 2.3배까지 늘었다.
생산·수입량 통계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국내 긴급피임약 공급량은 연평균 약 72만팩 수준으로 긴급피임약이 국내에 처음 나온 2002년에 23만팩이 팔렸던 것과 비교하면 약 3배로 증가한 것이다.
산부인과 의사의 처방이 있어야만 긴급피임약을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한국 여성들이 연간 약 60만건의 피임약 처방을 받고 있는 셈이다.
반면 일반 피임약, 즉 사전피임약의 생산·수입량은 2004년 306만1천960팩(1팩이 1개월분)에서 지난해 411만9천68팩으로 35% 증가하는 데 그쳤다.
사전피임약이 효과와 안전성 면에서 더 우수하지만 산부인과학회 등 의료계에는 미흡한 수준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사전피임약을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으로, 사후긴급피임약을 처방이 불필요한 일반의약품으로 바꾸는 식약청의 ‘의약품 재분류안’은 여성들의 사후피임약 남용을 조장하는 촉매 역할을 하리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복지부 한 관계자는 “피임약 재분류 문제는 과학과 현실 사이의 딜레마에 빠져 있다”면서 “의학·약학적 관점에서는 식약청의 재분류안이 맞지만 자칫 사전피임약의 복용률이 더 낮아지고 호르몬 함량이 높은 긴급피임약은 남용될 소지가 크다”고 말했다.